|
시민단체의 고발을 필두로 국민의힘 윤리위에도 징계요청서가 접수되고 언론과 사설에서 심각성을 보도하기 시작하더니, 드디어 최고위에서 김민전 최고위원과 한동훈 대표의 설전이 외부로 영상노출이 되면서 한 대표의 당게에 대한 극노한 감정이 만천하에 알려지게 되었다. 그뿐이 아니라, 한 대표는 이에 작심한 듯 "저 정도 글을 못 쓴다는 말이냐? 왕조 시대냐?", "익명게시판이 당 대표, 대통령 욕하라고 만들어준 것 아니냐"고 정면 역공에 나서 눈길을 끌었다.
한 대표가 직접 나서기 전에 이미 그의 측근들이 나서서 당원게시판 사태를 "별 것" 아닌 것으로 치부하는 발언을 해왔지만 당 대표가 직접 나서서 "익명게시판은 대통령 욕하라고 만든 것"이라는 발언을 할 것이라고는 누구도 상상을 못 했다.
법조인 출신 아니 대한민국 최고엘리트 코스를 밟은 서울대 법대 출신 검사출신 법무부 장관 출신 대한제일의 검 한동훈의 입에서 저런 말이 나왔다는 것이 믿기지 않아 두 번 세 번 영상을 돌려 보았다.
국민의힘 당원게시판은 익명게시판이 아니다. 실명 인증을 해야 가입과 글쓰기가 가능하다. 이름 가리기 기능이 있다고 익명 게시판이라 할 수는 없다. 무엇보다도 당의 게시판은 욕을 쓰는 곳이 아니라 건전한 비판과 제안을 하는 곳이다. 당원들 중 그 누구도 그곳을 욕 쓰는 곳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당원게시판이든 어디든 공개적인 게시판에 '욕을 쓰는 것'은 범죄 행위이다. 그런데도 한동훈 대표가 '익명이면 써도 된다'고 생각했다면 그가 리걸 마인드(legal mind)가 있는 법조인 출신인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당원게시판뿐만 아니라 일반 게시판도 누군가를 향한 욕을 쓰면 안 되는 건 상식인데, 한 대표가 게시판의 기능을 잘 모르는 것인지 아니면 불특정 다수들이 이용하는 익명게시판과 오해를 한 것인지 의심이 들어 챗GPT에게 직접 물었다. "게시판의 기능은 무엇이니? 게시판에 욕을 써도 되는 곳이니?"라고.
챗GPT는 빠르고 친절하게 답을 주었다. "게시판은 기본적으로 사람들이 의견을 나누고 정보를 공유하기 위해 만들어진 공간입니다. 하지만 익명성이 보장되는 경우가 많아, 일부 이용자들이 무책임하게 욕설이나 악플을 남기는 일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게시판의 목적은 건전한 대화를 통해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 것이며, 욕설이나 비난보다는 건설적인 의견을 나누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만약 특정 게시판에서 부정적인 글이 많다면, 이는 이용자들의 태도 문제일 수 있습니다. 만약 욕설이 있는 경우에는 신고를 하고나 고소 등의 방법을 고려해 볼 수 있습니다."
챗GPT의 답을 미루어 보면 게시판은 욕을 쓰면 되는 공간이 아니라, 욕을 쓰면 고소나 고발을 하여 바로잡아야 되는 공간이다. 당원게시판이 욕을 할 수 있는 공간이라는 한동훈 대표의 발언은 매우 잘못된 것이다. 당원과 국민 앞에 정중히 사과해야 한다.
이렇듯 한 대표가 당원게시판이 대통령 욕하는 것이라고 말하면서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것일까? 왜 한 대표는 자꾸 질문에 답을 안 하고 알아들을 수 없는 자신만의 방언을 사용하는 것일까? 여의도 사투리를 안 쓰겠다고 하더니 지금은 누구도 알아들을 수 없는 자신만의 방언을 쓴다.
사실 한 대표로부터 우리가 듣고 싶은 말은 딱 한마디였다. "당원게시판의 글은 제가 쓴 글이 아닙니다. 그리고 저기 동명이인들은 모두 저희 가족들이 아닙니다." 하지만 한 대표는 답도 해명도 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한 대표의 오른팔 주진우 의원은 "당원게시판 논란 최초 유포 유튜버에 29일 법적 조치할 것"이라고 언론에 알렸다.
이것이 "한 대표가 말하는 국민의 눈높이인가?"라는 생각이 든다, 모든 언론과 유튜버가 당원게시판 사태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고 국민들도 모두 눈을 크게 뜨고 쳐다보고 있는데, 한 대표는 왜 자꾸 어려운 길을 가려 하는지 도무지 알 수 없다.
당원과 국민들을 대신해서 질문한다. "당원게시판에는 대통령과 당 대표 욕을 써도 되는 건가요? 그러니까 당원게시판에 한동훈 대표 욕을 써도 괜찮다는 것이지요?"
류여해 (객원논설위원, 수원대학교 특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