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시는 지난 8월 13일~19일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수돗물 사용 현황 및 만족도를 조사했다. 집에서 수돗물을 먹는 방법을 물을 마실 때, 차·커피를 끓일 때, 그리고 밥·음식을 조리할 때 3가지로 조사했다.
집에서 물을 마실 때 이용하는 방법을 모두 선택하도록 조사한 결과, '먹는 샘물'을 마신다는 응답은 58%, '정수기를 설치해서'는 54%, '수돗물을 그대로 또는 끓여서' 마시는 경우는 50%로 나타났다. 집에서 차·커피를 끓일 때 사용하는 물로는 '수돗물'을 사용한다는 응답이 60%로 가장 높았으며, 정수기를 사용한다는 응답은 47%, 먹는 샘물을 사용한다는 응답은 32%로 나타났다. 집에서 밥·음식을 조리할 때 역시, 수돗물을 이용한다는 응답이 63%로 가장 높았다.
수돗물을 집에서 마시는 비율은 정수기 물이나 먹는 샘물보다 낮지만, 차나 음식 조리를 위해 수돗물을 사용하는 비율은 정수기 물이나 먹는 샘물보다 높게 나타났다. 수돗물을 먹는 물의 개념으로 확장하면 음용하는 비율이 상당히 높은 것을 알 수 있다.
수돗물 음용에 대한 지표는 국가별로 다르다. 우리나라는 '집에서 수돗물을 그대로 먹거나 끓여서 먹는 비율'로 정하고 있고 이에 따른 2021년 환경부 먹는 물 먹는 실태조사 결과에서는 음용 비율이 36%에 불과했다. 반면 미국은 수돗물을 '일상생활에서 음용한 경험과 빈도'를 수돗물 먹는 비율로서 산정하고 있다. 프랑스 파리는 집에서 마시는 모든 물의 종류를 조사하는데, 수돗물 또는 정수기, 수돗물 또는 먹는 샘물을 마시는 경우 모두 수돗물 음용으로 정하고 있다. 이러한 수돗물 음용 지표를 사용하여 계산해 보면, 서울시민의 먹는 비율은 미국식 지표 이용 시 72%(미국 2023년·68%), 프랑스 파리식 지표 이용시 80%(파리 2020년 80%)로 다른 나라와 유사하다.
이러한 결과는 정부가 조사하고 있는 수돗물 먹는 비율 기준을 재정립할 필요성을 나타낸다고 생각한다. 정수 기술의 발전으로 수돗물 품질이 과거에 비해 획기적으로 향상됐다. 그러나 생활 수준 역시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향상되어 먹는 물에 대한 선택의 폭이 다양해졌다. 정부의 수돗물 먹는 비율 조사는 개인의 취향이나 편의성 등 소비 행동이 다양해진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어 낮게 나타난 것은 아닌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 낮은 수돗물 음용율 결과는 수돗물에 대해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결국 수돗물을 먹는 물로 이용하는 시민이 더 적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한편, 서울시 조사에서 시민들은 수돗물을 그대로 마시지 않는 이유로 72%가 '노후 수도관의 불순물이 걱정되어서'라고 응답했다. 수돗물을 먹지 않는 사람 중 83%는 안전, 맛, 냄새 등의 우려가 해소되면 수돗물 음용에 긍정적일 수 있다고 응답했다. 이러한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환경부는 2021년부터 수도관 세척을 의무화했다. 그러나 수도관 세척이 잘 되었는지 평가하는 기술 표준이 없어 현장에서는 제도적 보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나오고 있다. 수도관 세척을 전국 지자체의 의무로 명시하고 있는 만큼 수돗물에 대한 신뢰성 확보를 위한 기술표준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친환경 먹는 물로써 수돗물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인식과 제도의 변화를 이끌어갈 공공, 민간, 학계 구성원 모두의 관심이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