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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체육관광부의 통계에 따르면 2024년 축제는 총 1170개이다. 이는 2일 이상, 지역주민, 지역단체, 지방정부가 개최하며, 불특정 다수가 참여하는 문화예술관광축제의 개수다. 하루 동안만 열리거나 특정계층만 참여하는 축제는 뺀 통계가 그렇다. 어느새 우리나라는 하루도 쉬지 않고 축제를 하는 축제의 나라가 됐다.
그러나 이런 축제의 양적 팽창이 축제의 질적 성장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매년 축제시즌이 되면 언론에서 축제에 대한 비평기사를 싣는다. 기사의 내용은 축제마다 비슷한 콘텐츠와 천편일률적인 프로그램 구성, 투자 대비 축제의 경제성 등 기사내용 역시 매년 비슷한 레퍼토리를 반복하고 있다.
이처럼 우리나라의 축제는 말도 많고 탈도 많다. 축제의 본래적 요소인 유희성과 지역성, 주민의 자발성은 줄어드는 반면 축제가 대형화, 상업화, 전문화 그리고 관(官) 주도화가 되면서 모든 축제의 느낌이 프랜차이즈 식당처럼 비슷해져 가는 것이다.
그런 와중에 다행히 필자가 살고 있는 충남 아산시 송악면에서 지난 10월에 열린 2개의 마을축제가 필자에게 축제에 대한 희망과 통찰을 주었다.
그 하나는 23회째 진행되는 '짚풀문화제'인데 '살아있는 민속박물관! 외암마을'이라는 마을의 명칭에 걸맞게 발전해 왔다. '짚풀문화제'는 지난 2000년 동네 청년회에서 시작한 마을축제로 코로나 기간 2년을 제외하고 매년 개최되었다. 마을의 청년회와 외암민속마을보존회에서 진행한 축제가 25년간 지속할 수 있는 이유는 바로 주민이 주도하고 관이 적절히 지원했기 때문이며, 현재에도 사람이 살고 있는 조선시대 마을이라는 특별함과 마을에 찰떡같이 어울리는 콘텐츠가 지속적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만약 관이 주도적으로 하겠다고 나섰다면, '짚풀문화제' 역시 여타의 대형축제와 비슷한 정체성 혼돈과 상업화의 길을 걸었을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의 축제는 '송악마을예술제'인데, 관의 지원이 전혀 없는 철저한 민간주도 마을축제로서 올해 9회째를 맞이하였다. 송악면에 위치한 3개 학교의 학생, 교사, 학부모와 마을주민이 모여 기획회의를 하고 일을 분담한 후 함께 축제를 준비한다. 시골 마을축제인데 주민들이 전시, 공연, 체험프로그램 관련하여 자신의 재능을 가지고 참여하며, 또 다른 주민들은 축제 먹거리부스 티켓을 사서 동네 아이들의 교육기금 마련에 동참한다. 이 모든 과정은 자발적으로 이루어지며, 참여 주민들은 서로 응원하고 공동체의 발전을 위해 화합하는 유쾌한 경험을 하게 된다. 재미가 있으니 돈이 없고 힘들어도 매년 할 수 있는 것이다.
필자는 '짚풀문화제'와 '송악마을예술제'를 통해 축제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관광과 지역경제발전을 앞세워 모든 축제를 대형화, 상업화, 전문화의 잣대로만 평가해서는 안 된다. 지자체 단체장이 각 행정단위에 평균적으로 예산을 나누어 지원하는 선심성 축제도 반대한다.
주민들이 스스로 마을의 매력적인 자원을 발굴하거나 창조하여 '이건 한번 해보자!'라는 합의가 되면, 마을축제를 작게 시작하기를 권한다. 이것이야말로 축제의 원초적 발생으로 돌아가는 일이며, 문화자치의 시작이다. 마을축제 중 괜찮은 것은 해를 거듭하며 성장할 것이다. 이때 관은 지원만 할 일이지, 관이 나서서 빠르게 발전시키겠다는 유혹을 이겨 내야 한다.
마을축제의 근원은 지역 공동체의 구성원인 주민들이 즐겁기 위해 시작한 일이었다. 공자께서 "近者悅 遠者來(근자열 원자래)"라는 말씀을 남겼는데, 해석하면 다음과 같다. "가까이 있는 사람이 즐거우면, 멀리 있는 사람이 찾아온다." 마을축제의 원리도 이와 같다. 주민들이 함께 준비하고, 주민들이 참여를 통해 즐길 수 있는 마을축제가 점점 늘어나기를 소망한다.
/문화실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