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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폭염에 10월 한파…가을 실종이 산업·소비자에 불러온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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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숙 기자

승인 : 2024. 10. 22. 17:10

추위로 가을옷 판매 부진·패딩 판매 증가
동대문 소매상, 가을 옷 재고 처리에 골머리
폭염으로 전어 어획량 급감, 판매가 2배 이상
여행업계도 비상…송이버섯·국화 축제 취소
보성군
전어구이 한상./아시아투데이DB
9월까지 폭염이 이어진데 이어 지난 19일에는 강원도 북부 산지에 올해 첫 한파특보가 발효됐다. 이 같은 급격한 날씨 변화로 "가을이 실종됐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가을옷 판매 부진과 수산물 가격 폭등, 여행 축제 연기 등이 발생하면서 기업들은 물론 소비자들까지 난감한 상황에 빠졌다.

22일 패션업계에 따르면 롯데백화점의 지난 1일 패딩 등 스포츠 상품은 전일 대비 95% 급증했다. CJ온스타일의 경우 지난 20일까지 카디건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39% 늘었다. 겨울 부츠와 스카프도 각각 77%, 68% 증가했으며, 코트는 22%, 모피·가죽·무스탕은 7% 증가했다.

반면 동대문 패션타운 등의 의류 전문 도매상가들은 가을옷 재고 처리를 하지 못해서 울상이다. 의류 도매업계 관계자는 "가을이 짧다고 해서 가을옷 제작 수량을 줄였는데도 매출은 작년보다 30% 정도 떨어져 재고가 남는다"며 "남는 가을옷을 싼 가격에 땡처리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의류 제작업체들도 폭염이 이어지면서 가을 의류 판매를 뛰어 넘고 곧바로 겨울 의류 판매로 나서는 중이다. 의류업계 관계자는 "여름 옷 보다 단가가 높은 가을 옷 판매가 확 줄었다"며 "한패에 따른 겨울 옷 판매에 기대를 걸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폭염은 끝났지만 그 여파는 계속되고 있다. 9월까지 이어진 폭염으로 배추 등 농산물에 이어 수산물까지 최근 생산에 차질을 빚고 있어서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에 따르면 광어 생산량은 2022년 10월 3635t(톤)에서 지난해 동월 3499t, 올해 10월 3400t(추정)으로 감소세를 이어갔다. KMI는 이달 홍합 생산량도 지난해 같은 기간(3684t)보다 절반 이하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전어 생산량도 지난해 대비 절반 가까이 줄었다. 국립수산과학원에 따르면 지난 1~8월 국내 전어 생산량은 총 3380t으로 지난해 동기(6470t) 대비 47.8% 감소했다. 가을 제철 수산물인 꽃게도 지난달 위판량(2707t)이 전년 동기(5152t) 대비 약 47.5% 줄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마트 등에서 수산물의 도매가도 급등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지난 10일 기준 전어의 ㎏당 도매가는 약 2만5000원으로, 평년 도매가가 1만 ~1만2000원 수준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2배 이상 올랐다. 실제로 노량진수산물도매시장에 서는 지난 19일 서천산 활전어 1㎏이 3만3800원에 낙찰됐는데, 아는 전년 동기 대비 9배나 오른 가격이다.
대형마트에 진열된 배추
대형마트에 진열된 배추./연합뉴스
이 때문에 롯데마트는 전어회를 아예 판매하지 않고, 일부 점포에서 구이용 선어만 소량 판매하기로 했다. 이마트는 지난해와 같은 가격으로 전어회를 판매하지만, 물량은 절반 가까이 줄었다.

배추 소매가격은 지난 18일 기준 포기당 평균 9123원으로, 전년 대비 39.8% 올랐다. 배추 가격 상승으로 대상 등 식품업계도 비상이다. '종가집 김치'의 대상은 김치 재고가 충분하지 않아 자사몰의 물량을 조절 중이다. 대상 관계자는 "이달 들어 배춧값이 내리긴 했지만 완전히 양이 풍족한 상황은 아니다"면서 "거래처에 먼저 공급하기 위해 지난 9월 중순부터 자사몰은 한시적으로 품절로 했고 소비자들의 접근성이 뛰어난 대형마트 등을 중심으로 거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김치 업계 관계자도 "고품질 배추만 쓰다 보니 수급이 조금 어려운 점은 있었지만, 가을배추가 나오는 10월 말부터는 곧 정상화될 거로 생각한다"며 "정부가 배추 가격을 잡기 위해 중국산 신선 배추를 대량 수입했지만, 소비자들이 중국산에 거부감을 느끼고 있어 사용할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여행업계 및 스포츠 업계도 타격을 받고 있다. 가을 더위가 이어져 단풍 절정이 늦어지면서 전국 지방자치단체의 단풍 축제가 지연되고 있다. 제주 한라산은 지난해 11월 1일이던 단풍 절정이 올해는 6일로 미뤄질 전망이다. 충남 가야산은 오는 27일에서 30일, 포천 소리봉은 오는 29일에서 31일, 대구 수목원은 11월 2일에서 6일로 늦어진다.

가을이 제철인 송이버섯과 국화도 폭염으로 피지 않아 관련 축제들도 취소됐다. 강원도 양양 송이 연어 축제는 송이버섯이 부족해 버섯 채취 행사를 없앴으며, 경북 봉화군도 송이 축제의 송이버섯 채취 행사가 취소될 수 있어 참가자를 현장 접수만 받기로 했다. 전남 신안은 퍼플섬 아스타 꽃 축제를 취소했는데, 국화과인 아스타가 폭염으로 개화 상태가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프로야구도 폭염으로 취소됐는데, 지난 9월 18일 김해 상동구장에서 열릴 예정이던 퓨처스리그 KIA 타이거즈와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는 폭염으로 취소됐다. 지난 8월 2일에는 울산 LG-롯데전이, 4일에는 잠실 키움-두산전이 폭염으로 취소됐다.

폭염보다 뜨거운 응원열기<YONHAP NO-3687>
한국프로야구 2024 KBO리그가 역대 한 시즌 최다 관중 신기록을 세운 18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와 LG 트윈스의 경기를 찾은 관중들이 응원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진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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