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지수 올 들어 매달 0.2~0.3%씩 상승
공급부족·非아파트 전세사기 우려·4년 도래 임대차2법 원인
전문가들 "공급부족 여파에 내년까지 상승세 이어갈 것"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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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고공행진 중이다. 52주 동안 계속해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1년 동안 상승폭만 따지면 5.19%로 완만한 수준이지만, 공급 물량 부족으로 전문가들은 내년까지 상승세가 이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오는 7월 말이면 임대차 2법(계약갱신청구권·전월세상한제) 계약 만기 물건 등이 나오며 가격 상승을 더 부추길 것으로 내다봤다.
20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13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은 전주 대비 0.07% 올랐다. 지난해 5월 넷째주(22일) 이후 52주 연속 상승세를 보였다. 올해 들어서도 매달 0.2~0.3%씩 오르고 있다.
공급 부족이 가장 큰 요인이다.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이날 기준 2만8877건으로, 1년 전(3만8640건)과 비교해 25.3% 줄었다. 전세 매물이 가장 많았던 지난해 1월(5만55882건)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이다.
고금리에 공사비 상승으로 주택시장이 침체하다보니 잠재적 매수자들이 관망세를 취하며 전세시장에 머무는 경우가 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지난해 불거진 전세사기 등의 여파로 수요자들이 빌라·단독주택 등 비(非)아파트 대신 중소형 아파트 전세를 찾는 움직임도 많아졌다.
실제로 올해 1분기 서울 지역 빌라와 단독주택 전월세 거래 6만6170건 중 전세는 2만4002건(36.3%), 월세는 4만2168건(63.7%)으로 전세 비중이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서울 아파트 전월세 거래량 5만7499건 중 전세 3만33995건(59.1%), 월세 2만3504건(40.9%)과 비교된다.
신혼부부·신생아 특례대출 등 정부의 저리 정책자금이 풀린 것도 전셋값 상승을 견인했다는 분석도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신생아 전세자금대출 중 '대환용' 비중은 대출 초기 50%에서 현재 45%까지 줄었다. 신규 전세를 얻기 위한 대출이 절반을 넘어선 셈이다.
이런 가운데 임대차 2법(계약갱신청구권·전월세상한제)이 적용된 매물이 오는 7월 말이면 4년 계약 만료돼 시장에 쏟아져 나올 전망이다.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4년 계약 만기 전세 매물은 5월에서 8월까지 기준으로 서울에서만 2만8000여건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2020년 7월 말 시행된 임대차 2법은 기존 2년에 2년을 더해 최대 4년간 전세갱신청구권을 의무화하고 재계약시 임대료 상승폭을 직전 계약 5% 내로 제한하는 것이 골자다.
시장에서는 집주인들이 지난 4년간 올려받지 못한 임대보증금을 한꺼번에 올려 신규 계약에 나설 가능성이 커 전셋값을 더 부추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2020년 7월 임대차 2법 도입 당시에도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매월 1%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KB부동산 통계에 따르면 연간 기준으로 2020년 12.2%, 2021년에는 11.9% 뛰었다.
김규정 한국투자증권 자산관리승계연구소장은 "서울 아파트 전세시장에서 상승 거래 비중이 계속 높아지고 있다"며 "공급 부족이 지속되고 임대차 2법 종료 물건까지 나오면 집주인들이 그동안 올려받지 못했던 전세보증금을 높일 것으로 보여 현재로선 가격 하락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도 "가격 조정이 되려면 공급(전세 매물)이 많거나 제도적으로 가격을 억제할 수 있는 장치가 있어야 하는데, 현재로선 이 두 가지 중 하나도 적용될 여지가 없어 전셋값 상승은 내년까지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