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매출 속 영업익↓, 수익 개선 필요
단순 판매 벗어나 '복합쇼핑몰' 변화
태국 시암 센터 등에 성공노하우 전수
자회사 지누스 실적 개선은 숙제
7일 업계에 따르면 새롭게 현대백화점을 이끌게 된 정지영 대표는 32년간 현대백화점에 몸담으면서 쌓은 영업전략 노하우를 현대백화점의 공간 경쟁력을 높이는데 주력하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지난해 별도 기준으로 매출 2조4026억원으로 역대 최대 매출을 기록했지만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6% 감소한 3562억원에 그쳤다. 수익성 개선이 당면한 과제다.
정 대표는 그 해답을 '더현대 서울'에서 찾고 있다. 1991년 현대백화점에 입사해 32년간 마케팅과 영업 실무를 담당한 마케팅 전문가로 통하는 그는 현대백화점이 백화점의 미래로 꼽고 있는 '더현대 서울'의 콘셉트를 정하고 주도했던 인물이기도 하다.
정 대표는 '에·루·샤(에르메스·루이비통·샤넬)' 없이 개점 2년 9개월 만에 연매출(거래액) 1조원을 기록한 '더현대 서울'의 성공 DNA를 기존 점포는 물론 해외에까지 수출하며 성과를 내고 있다.
그 첫발로 정 대표는 영업본부에 '크리에이티브부문'을 신설하고 기존 점포에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최근 백화점의 트렌드가 복합쇼핑몰로서 대형화되는 추세인 데다 쇼핑에 그치지 않고 머물면서 즐기는 공간으로 인식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더현대 서울'은 기존 백화점들의 관행을 따르지 않는다. 기존 백화점들이 보통 1년에 한 번 MD개편을 하거나 4~5년에 한 번씩 리뉴얼을 진행하는 것에 반해 '더현대 서울'은 빠르게 변화하는 유통 트렌드를 반영하기 위해 팝업스토어를 활성화시켜 MZ세대의 취향을 제대로 저격하고 있다. 2021년 2월 개점 이후 3년간 '더현대 서울'서 열린 팝업스토어만 770여개다.
그렇다고 열리는 팝업스토어가 단순히 상품을 판매만 하는 공간이 아니다.
K-팝 아이돌 데뷔, 신곡 발표 행사 등은 물론 할리우드 신작 영화 홍보 공간 등을 마련하며 '쇼테일(Show+Retail)' 전략으로 문화적인 요소도 가미했다. 여기에 전기차 전시관 등 제조·금융·IT 등 이종 산업과 경계를 허문 '셔플' 전략으로 주소비층으로 떠오르고 있는 2030의 매출을 이끌고 있다.
현대백화점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더현대 서울의 20~30대 매출 비중은 58%로 더현대 서울을 제외한 현대백화점 15개 점포 평균(28.1%)을 크게 웃돈다.
해외 유통기업도 이 부분에 주목하고 있다. 미래 고객 확보가 전세계 모든 유통기업의 고민인 만큼 '더현대 서울'의 성공은 세계 유력 유통기업에도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이에 현대백화점은 지난달 '더현대 서울'의 운영 노하우를 태국에 수출하기로 했다. 태국 최대 유통그룹인 '시암 피왓' 그룹과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올해 내 방콕에서 '시암 피왓' 그룹이 운영 중인 시암 파라곤, 시암 디스커버리, 시암 센트 등에 '더현대 서울'의 색깔을 입힐 예정이다.
유통 선진국으로 꼽히는 일본의 유통기업들도 관심을 보이며 위탁운영 협력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다만 2022년 신사업 확장을 위해 그룹 역대 최대 규모로 약 9000억원을 투입해 인수한 지누스의 실적 개선은 숙제다. 현대백화점에 인수한 이후 지누스의 영업이익은 크게 감소했다. 2022년 656억원이던 영업이익은 지난해 183억원으로 72%가 줄었다. 주가도 2022년 3월 22일 6만1563원에서 7일 현재 1만3810원이다.
또 현대백화점이 현대지에프홀딩스의 자회사로 들어온 만큼 손자회사가 된 한무쇼핑의 추가 지분 매입도 불가피해졌다. 현대백화점은 한무쇼핑 지분 46.3%를 보유하고 있는데, 비상장사의 경우 손자회사는 자회사가 지분 50% 이상을 보유해야 하는 만큼 3.7%가량이 부족한 상황이다. 현재 유력한 방안은 한무쇼핑 지분 8.54%를 보유하고 있는 현대쇼핑을 흡수합병하는 안이다. 현대백화점은 현대쇼핑의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어 가장 간단하고 효율적인 방법이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당장은 올해 압구정본점과 판교점, 중동점 등 MD개편과 리뉴얼이 예정돼 있고, 해외에 처음으로 위탁운영을 시작하는 만큼 이 부분도 신경써야 한다"면서 "이를 통해 백화점의 새로운 성장 동력을 키우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