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소송 소외] ⑦10대 로펌에 물었다…“프로보노 잘하고 계십니까?”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www.asiatoday.co.kr/kn/view.php?key=20231023010012259

글자크기

닫기

김임수 기자

승인 : 2023. 10. 24. 08:00

'10대 로펌' 중 작년 '평균 20시간' 넘긴 로펌 3곳뿐
태평양 공익활동 가장 활발…"업무시간으로 인정돼"
법학계 "로펌 공익활동 변협서 평가해 외부 공개해야"
1459246079
/게티이미지뱅크
대한민국은 세계 최초로 변호사의 공익활동, 이른바 '프로보노'를 법으로 의무화한 나라다. 하지만 이런 사실을 아는 국민은 많지 않다. 그도 그럴 것이 2020년부터 코로나19로 인해 의무 공익활동 시간(20시간)이 전면 또는 50% 면제됐고, 올해 부활했으나 상당수 변호사가 "먹고살기도 바쁜데 공익활동까지 강제하느냐"는 볼멘소리를 낸다. 경쟁에 내몰린 변호사들이 소위 '돈 되는 사건'을 좇으면서 사회경제적 취약계층과의 연결고리는 점차 약해지고 있다. 아시아투데이가 '소송 소외'를 해소할 마지막 퍼즐로 '프로보노'에 주목한 이유다. <편집자 주>

2023080401000485200024305
프로보노란 라틴어 '프로 보노 퍼블리코(Pro Bono Publico)'의 줄임말로 '공익을 위하여'라는 뜻이다. 주로 변호사들의 공익활동을 통칭하는 의미로 사용된다. 미국변호사협회(ABA)는 자국 변호사들에게 1년에 적어도 50시간 이상의 공익활동을 권고하고 있고, 대형 로펌의 경우 주로 기업을 대리하며 사회적 약자를 만날 기회가 적다는 이유로 더욱 적극적인 공익활동을 요구하며 해마다 평가지표를 발표하기도 한다.

국내 대형 로펌 역시 별도의 공익재단을 설립하거나 매년 공익활동보고서를 만들어 외부 공개하는 등 나름의 프로보노 활동을 전개하고 있지만, 어떤 활동을 얼마나 하는지 널리 알려지지는 않았다. 실제 지난 6월 아시아투데이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알앤써치'에 의뢰해 진행한 '법 인식 조사'에서 "대형 로펌이 사회적 책임차원에서 무보수 변론 등 공익활동을 하고 있는 사실을 알고 있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70.7%가 '잘 모른다'고 답하기도 했다.

국내 프로보노 'TOP3 로펌'은 태평양·지평·화우
24일 아시아투데이가 국내 10대 로펌(광장·김앤장·대륙아주·동인·바른·세종·율촌·지평·태평양·화우)의 프로보노 활동 내용을 요청해 살펴본 결과, 2022년 변호사 1인당 평균 공익활동 시간이 ABA 권고 기준인 50시간을 넘긴 곳은 한 군데도 없었다. 변호사법에 명시된 20시간 이상 했다고 회신한 곳도 지평·태평양·화우 3곳에 불과했고, 로펌 3곳은 20시간을 넘기지 못했다고 전했다. 나머지는 지난해 코로나19 의무 공익활동 시간 면제 등을 근거로 수치 공개를 꺼렸다.

가장 프로보노 활동에 '진심'인 곳은 법무법인 태평양·재단법인 동천이었다. 태평양은 2021년 총 공익활동 시간 2만1001시간에 이어 2022년에도 2만1601시간을 달성했고, 변호사 1인당 평균 공익활동 시간 역시 43시간에 달했다. 태평양은 매년 발간하는 공익활동보고서에 대한변호사협회(변협)가 제정한 공익활동지표에 따른 수치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기도 하다.
태평양 측은 "설립 때부터 변호사로서 사회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역할을 고민하자는 것이 태평양의 경영 철학으로 공익활동 지원을 위한 시스템이나 분위기가 깔려 있다"며 "가령 업무를 100시간 해야 한다고 가정했을 때 공익활동 시간도 업무시간으로 인정해 준다. 최근 입사한 변호사 중에서도 태평양의 공익활동을 보고 이곳을 선택하게 됐다고 말하는 이들도 꽤 많다"고 귀띔했다.

basic_2021
/아시아투데이 디자인팀
이어 법무법인 지평이 지난해 총 공익활동시간 8507시간, 변호사 1인당 평균 34시간으로 공익활동을 활발하게 전개했다. 지평이 설립한 사단법인 두루는 지난해 화성외국인보호소에 구금된 외국인에 대한 인권침해 행위, 이른바 '새우꺾기 사건'을 공론화했고, 2021년엔 287일간 공항에 체류했던 콩고 출신의 루렌도 가족이 난민으로 인정받는 데 법률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법무법인 화우 역시 지난해 총 7909시간, 변호사 1인당 평균 24시간을 활동했다. 화우공익재단은 지적장애를 지닌 원양어선 선원이 13년간 약 6억원을 갈취당한 사건에서 피해자를 5년 넘게 지원했고, 결국 지난 9월 가해자에게 징역 4년이 선고되기도 했다.

한국입법학회장을 지낸 홍완식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국내 프로보노 활성화를 위해선 고위공직자 재산공개처럼 로펌의 공익활동을 변협이 매년 공표하는 등 외부 압력이 도움이 될 수 있다. 국내·외 대학들도 각종 평가가 공표되면서 상위 랭크에 오르려고 노력하지 않나. 공익활동 시간을 외부로 공개하지 않는 자체가 활동이 부실하다고 간접적으로 시인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clip20231024083908
/법무법인 지평 2021년 공익활동보고서 발췌
난민·장애인·북한이탈주민…올해도 로펌 '공익 소송'은 ING
코로나19 등 여파로 양적인 측면에서 아쉬움이 남기긴 했으나 여전히 대형 로펌의 사회적 약자를 위한 공익 활동은 우리 사회에 커다란 족적을 남기고 있다. 특히 난민 지원 활동이나 장애인 관련 소송대리, 북한이탈주민·청소년 보호와 같은 역할을 톡톡히 해내는 중이다.

법무법인 광장은 지난 5월 난민인권센터로부터 여러 건의 난민인정심사불회부결정 취소 소송을 위임받아 잇따라 승소 판결을 이끌어 냈다. 행정당국이 난민인정신청자 진술에 일부 사실관계의 오류가 있거나 난민인정신청이 경제적 목적에 의한 것이면 사실상 출입국항에서 걸러내는 등 기회조차 박탈하는 것이 재량권 남용에 해당한다는 판결을 끌어내 난민 심사 기회를 준 것이다.

법무법인 바른·공익사단법인 정 역시 지난해부터 개별 난민(재)신청자들의 취업제한을 다투는 행정소송 및 헌법소원을 진행하고 있다. 또한 북한이탈주민 자녀의 성폭력 피해 소송대리 및 북한이탈주민 여성이 탈북 과정에서 낳은 자녀의 북한 아버지와의 친부 관계를 정리하기 위한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 소송대리를 진행하기도 했다.

법무법인 율촌·사단법인 온율은 지난 7월 부친 존속살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한 지적장애인의 국민참여재판을 변호해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의 선고를 이끌어냈다. 피고인이 부친으로부터 수십년간 가정폭력에 시달린 피해자였고, 사건 당일 부친이 만취해 조모에게 폭언을 하자 이를 제지하고자 폭행해 사망에 이르게 돼 살인의 고의가 없다는 점을 들어 배심원을 설득해 낸 것이다.

clip20231024020618
법무법인 동인이 아동복지단체 '위스타트'와 진행한 '별별산타 캠페인'/법무법인 동인
법무법인 세종·사단법인 나눔과이음은 '청소년 보호·지원'을 주요 사업으로 하고 있다. 2019년부터 매주 금요일 저녁마다 위기 청소년을 발굴하고 자원을 연계하기 위한 '학교밖청소년 아웃리치' 활동을 수행하고 있으며, 실제 범죄를 저지르지 않았지만 범죄를 저지를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소년분류심사원에 위탁되거나 소년원 처분까지 받을 수 있는 우범소년 통고 규정에 대한 위헌법률심판도 준비 중이다.

김앤장법률사무소의 경우 1999년 국내 로펌 최초로 공익활동을 위한 상설기구 '공익활동위원회'를 만들어 활동하는가 하면 장애인 표준사업장을 설립해 자회사로 두고 있기도 하다. 2019년 3월 출범한 두 번째 장애인 표준사업장 '㈜더사랑'은 중증 장애인 20여명과 고령자 10여명 등이 패키징·제품제작·디자인 등의 업무를 진행하고 있다.

[본 기획물은 정부 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김임수 기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

댓글 작성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