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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송 소외] ⑥“나는 3만명의 고문 변호사, 도쿄보다 더 바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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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혁 기자

승인 : 2023. 09. 25. 13:53

니미市 14년 근무한 오야마 변호사 인터뷰
"돈 아닌 사람 위한다는 마음으로 보람 느껴"
"'가기 쉬운 환경' 있어야"…日, 경제 지원 중
"IT기술 도입" 목소리도…韓, 화상상담 시행
오오야마 현판
지난 9월 4일 오야마 변호사가 일본 오카야마현 니미시에 위치한 자신의 법률사무소를 소개하고 있다. /임상혁 기자
소송소외
"변호사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곳에서 저는 '3만명의 고문 변호사'입니다."

일본 오카야마현 니미(新見)시에서 14년 동안 변호사 활동을 하고 있는 오야마 도모야스 변호사는 아직 무변촌(無辯村·변호사가 없는 마을)을 선택하지 않은 젊은 변호사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아시아투데이는 지난 9월 4일 니미 현지를 찾아 오야마 변호사를 만났다. 니미는 일본에서 12년 만에 발생한 '변호사 원(ONE)' 지역이다. 일본은 2008년, 2011년 각각 변호사가 아무도 없는 제로(ZERO) 지역, 한명 있는 원 지역 해소에 성공했다. 다만 올해 4월 다시 원 지역이 두 곳 발생했는데, 그 중 하나가 니미다.

오랜 시간 신칸센(新幹線)과 기차를 타고 가니 정갈하고 마음 편안해지는 마을 니미에 다다를 수 있었다. 관광차 한 번쯤 올 수는 있었지만 상주하며 일을 한다고 생각하기 엄두가 나지 않았다. 하지만 오야마 변호사는 아무런 연고도 없는 이곳에 2009년 파견 온 뒤 지금까지도 변호사로서 자리를 잡고 있다.
니이미 재판소
일본 오카야마 지방재판소 니미 지부의 모습. /임상혁 기자
"사무소 충분히 유지 가능…경쟁 상대 없어"
지방이니 일이 적지 않을까. 오야마 변호사는 이 질문에 오히려 '바쁘다'고 말한다. 함께하던 변호사가 그만 둬 올해 '변호사 원' 지역이 된 것도 이 때문이다. 오야마 변호사는 "도쿄에 있을 때보다 지금이 더 바쁘다. 혼자서 마을의 모든 사건을 맡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만큼 경제적인 수입도 나쁘지 않다. 오야마 변호사는 "아주 많이 벌지는 않지만, 사무소를 충분히 유지할 수 있을 정도"라며 "도시에선 경쟁력을 갖기 위해 수임료를 더 싸게 받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이곳은 경쟁 상대가 없기 때문에 원래 가격을 받을 수 있다"고 전했다.

기업 간 소송처럼 금액이 큰 사건을 맡지는 못하지만 교통사고, 채무 등 지역에서 발생하는 사건들이 다양하게 들어온다고 덧붙였다. 오야마 변호사는 이렇게 혼자서 사건을 맡다 보니 책임감 속에 실력이 금방 늘고, 보람도 느낄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오오야마 인터뷰
오야마 변호사가 자신의 사무실에서 아시아투데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임상혁 기자
"'가기 쉬운 환경' 만들어야"
오야마 변호사는 "무변촌 해결에 있어서 '가기 쉬운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야마 변호사는 한국의 대한변호사협회 격인 일본변호사연합회(일변련)의 '해바라기 기금' 사업으로 아무런 연고 없는 니미에 2009년 처음 부임했다.

해당 제도는 2~3년 정도 무변촌에 갈 변호사를 선발해 임기 기간 동안 사무소 개소비, 수입 등을 지원해주는 제도다. 연봉 720만엔(약 6470만원)에 못 미치는 수입을 벌었을 경우 부족한 만큼 지원해주기도 한다. 임기가 끝나면 해당 지역에 남을 수도, 돌아올 수도 있다.

오야마 변호사는 "사람의 생각은 쉽게 바꿀 수 없지만, '가기 쉬운 환경'은 만들 수 있다. 일본은 그런 환경이다"라며 "경제적 지원과 동시에 다시 돌아올 수 있는 곳을 만들어주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와 비슷하게 일본 정부 소속 일본사법지원센터(대한법률구조공단 격)의 '법테라스'에선 '스텝 변호사' 제도를 운영 중이다. 무변촌으로 임기제로 파견 보내는 것이 동일하다. 스텝 변호사의 급료는 동일 연차의 판사, 검사와 같은 수준으로 지급된다. 파견지의 집세 등을 지원받기도 한다.

다만 궁극적으로는 돈이 아니라 사람을 위한다는 마음으로 무변촌에 가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마루시마 슌스케 일본사법지원센터 이사장은 "경제적 지원이 있지만 결국 '하고 싶은 마음'이 있어야 불편을 감수하고 갈 수 있는 것"이라며 "보람을 느끼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법테라스 인터뷰
지난 9월 7일 도쿄 나카노구에 위치한 일본사법지원센터 법테라스 본부에서 마루시마 슌스케 이사장(우)과 다카하시 다로(좌) 변호사가 아시아투데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임상혁 기자
"사람 모이면 트러블…법률가가 권리 지켜야"
마루시마 이사장은 아직 일본의 무변촌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지 않았다고 진단했다. 법원 관할을 기준으로 변호사를 배정하는데, 그 범위가 넓어 아직도 사법 서비스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곳이 남아있다는 것이다. 이와 동시에 '상주'의 필요성에 대해 목소리를 높였다.

마루시마 이사장은 "흔히 '법원이 있어야 변호사가 있다'고 말하는데, 이와 상관없이 사람이 있는 곳이면 변호사가 있어야 한다"면서 "사람이 모이면 트러블이 생길 수밖에 없다. 하지만 법률가가 없으면 권리를 지킬 수 없다"라고 지적했다.

현재 미야자키현에서 스텝 변호사로 일하고 있는 엔도 신고 변호사도 "일본도 해바라기 기금이나, 법테라스가 나서기 전까지는 변호사와 얼굴을 마주하지 않는 법률상담을 주로 지원했었다"며 "그러나 상담을 하다 보면 꼭 얼굴을 마주 봐야만 해결되는 일이 생긴다"고 말했다.

도쿄 시부야 사무실에서 만난 이시다 아이 변호사는 법테라스의 스텝 변호사로 교토부 후쿠치야마시에서 3년간 일했을 당시에 대해 "당시 후쿠치야마에 여자 변호사가 한명도 없었다"면서 "여자 변호사인 자신이 파견을 가니, 여성들이 남자 변호사에겐 털어놓지 못한 고민들을 찾아와 얘기했다"고 설명했다.

카가야마 인터뷰
지난 9월 7일 가가야마 변호사가 도쿄 신주쿠에 위치한 자신의 사무실에서 아시아투데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임상혁 기자
"IT기술 적극 도입…한국과 정보교환 바라"
반면 IT기술을 활용한 비대면 상담을 더욱 늘려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현재 무변촌에 파견 갈 젊은 변호사들을 양성하고 있는 가가야마 료 변호사는 "고향인 홋카이도의 경우 각 마을간 거리가 아주 멀고, 눈이라도 오면 상담하러 3시간을 가야한다"며 "온라인 화상 프로그램 등을 활용한 상담이 법적 자원으로 사용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어 "물론 모든 사람들이 쉽게 접근할 수 없으면 안 된다. 고령자 등 온라인 기술을 쓰기 쉽지 않은 사람도 널리 이용할 수 있는 방안을 생각해야 한다"며 "한국이 IT기술이 발전돼있는 만큼, 앞으로 무변촌 문제 해결을 위한 정보 교환이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실제로 한국은 법률 상담과 법적 절차에 화상 프로그램을 도입·실시해오고 있다. 대한법률구조공단은 코로나19를 계기로 화상 법률상담을 실시하고 있다. 2020년 말부터 시범 시행, 2021년부터 본격 도입했다. 년도 별로는 △2020년 264건 △2021년 1만3765건 △2022년 1만162건 운영됐다.

법원에선 영상재판을 활용 중이다. 2021년 11월부터 확대 시행됐으며 올해 6월까지 1만4527건의 영상재판이 이뤄졌다. 올해 상반기만 8276건으로 전년 동기(2150건) 대비 3.8배 늘었다. 현재 도서지역인 백령도와 울릉도 면사무소에 영상재판 중계시설이 설치됐고, 조만간 흑산도에도 시설이 들어설 예정이다.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임상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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