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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문재인 정부는 9등급 상대평가의 폐해를 해소하기 위해 2025년 고교학점제 전면 도입 시 성취평가제를 확대하기로 하였다. 그런데 대입 선발의 변별력을 위해 고1은 9등급제를 유지하는 것으로 결정하였다. 고1만 9등급제를 적용하는 방안에 대한 교육 현장의 우려는 매우 거세다. 고1 성적이 대입을 결정한다는 예상이 나오면서 고1 선행학습에 올인해야 한다는 학원 광고가 난무하고 있다. 1학년 성적이 좋지 않은 학생들이 내신을 포기하고 수능에 올인하게 되면 교실 수업의 파행은 자명한 일이다. 1학년을 마치고 검정고시나 대안학교 선택을 위해 자퇴하는 학생이 속출할 가능성도 높다.
세계적으로 디지털 전환에 대비하여 단순 지식을 암기하는 학습을 넘어서서 사고력과 창의성을 높여주는 수업 혁신이 진행 중이다. 우리나라도 객관식 문제 풀이 중심의 얕은 지식을 평가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사고력과 창의성을 높여주는 과정중심 평가, 서논술형 평가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노력하고 있다. 성취평가제는 우리가 지향해야 할 올바른 방향이다. 하지만 성취평가제 전면 도입 시 예상되는 성적 부풀리기 문제는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 대학도 각각 다른 기준으로 성취평가제를 실시한 고교별 결과를 신입생 선발에 어떻게 적용해야 할지 준비가 아직 부족하다.
이번에 교육부가 발표한 5등급 상대평가는 고교교육을 정상화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9등급제로 인한 학생들의 과도한 경쟁을 완화시켜서 협력학습과 공동체의식을 높여줄 수 있을 것이다. 변별을 위한 내신 킬러문항 출제를 예방하고, 과도한 내신 사교육도 줄일 수 있기를 기대한다. 아울러 성취평가제로 인한 내신 부풀리기 우려를 해소하면서 성취평가제가 안정적으로 정착될 수 있도록 등급 비율을 제시하는 가이드라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각 학년별 내신 반영 비율을 고르게 하여 전 학년의 모든 교과 수업의 참여를 활성화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대학에도 다양한 평가 결과를 제공하여 입시에서 성취평가제 적용을 위한 준비 과정으로 활용될 것이다.
대입제도는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공정성을 유지하면서 교육 현장의 안정성을 지향해야 한다. 정부는 제도가 만들어내는 불필요한 경쟁과 사교육 유발이 없도록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학생들이 과도한 경쟁에서 벗어나 본인의 진로를 찾아갈 수 있도록 평가제도를 선진화해야 한다. 대입제도와 평가가 갖는 교육적 영향력을 고려하여 학교 현장의 혼란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제도에 더 세심한 관심을 기울여 나가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