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명의 대표가 9개 계열사 운영…겸직 대표체제로 효율성 제고
20일 신세계그룹은 변화와 쇄신, 시너지 강화, 성과총력체제 구축에 초점을 맞춘 2024년 정기임원인사를 단행했다. 그룹의 주요 축인 이마트와 신세계백화점 대표마저 모두 교체된 데다 신세계센트럴시티, 이마트24와 이마트에브리데이, 신세계푸드, 조선호텔앤리조트 등 9개 계열사는 겸직 대표 체제다.
이중 이마트와 이마트에브리데이, 이마트24는 하나로 묶어 '원(One) 대표체제'로 전환하며 한채양 조선호텔앤리조트 대표가 맡도록 했다.
한 대표는 경영과 실적 개선에 정통한 그룹 내 전략·재무통이다. 2001년 경영지원실 과장으로 신세계그룹에 몸담았으며, 그룹 내에서 경영지원실과 전략실, 기획관리담당 등을 거친 인물이다. 2019년 조선호텔앤리조트의 대표이사로 선임되면서 2020년 709억원 규모의 영업손실을 개선해 지난해 영업이익 222억원을 달성하며 흑자전환을 이뤄내기도 했다.
현재 이마트는 실적 개선이 시급한 상황이다. 지난해 연결기준으로 영업이익이 1357억원으로 전년 대비해 133.4%나 줄었다. 올 상반기에는 영업손실 394억원을 기록하며 적자전환했다. 그룹 내 큰 축인 이마트가 흔들리면서 최악의 위기다. 부진한 실적에 주가마저도 8만원대에서 지난 1분기 실적 발표 후 7만원 초반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신세계그룹은 재무에 밝은 한 대표를 이마트의 수장을 맡김과 동시에 연관 계열사인 이마트에브리데이(SSM), 이마트24(편의점)까지 겸직하게 해 운영 효율화를 꾀하고 있다. 롯데쇼핑이 롯데마트와 슈퍼를 통합시켜 상품 통합 소싱으로 비용 절감 및 규모의 경제를 실현한 것과 같은 원리다.
그나마 사정이 나았던 신세계백화점 수장도 이번 인사로 교체했다. 신세계는 신세계센트럴시티 박주형 대표가 겸직하게 됐다. 백화점 역시도 지금은 '관리'에 주력해야 할 때로 봤다. 손영식 대표는 MD출신으로 상품·마케팅 전문가다.
신임 대표인 박주형 대표는 1985년 신세계 인사과로 입사해 경영진원실 기획담당, 이마트 전략경영본부장, 신세계 지원본부장 등 경영지원업무를 맡아왔다.
코로나19의 특수로 명품의 매출로 버텼던 백화점 사업이 엔데믹과 함께 위기에 봉착하자 '관리통'을 내세워 살림살이를 조이겠다는 의도로 분석된다. 신세계의 올 상반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302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4%가 줄었다. 순매출액도 3조1393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13.8%가 감소했다.
업계 관계자는 "급변하는 유통환경에 빨리 대응하기 위한 전략으로 상품보다는 결국은 관리 중심으로 가겠다는 인사로 보인다"면서 "겸직 대표 체제로 소통 창구를 단일화해 오너의 의중을 정확히 파악하고 계열사 간의 경쟁보다는 시너지에 치중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었다"고 분석했다.
신세계그룹은 이번 인사에서 송현석 신세계푸드 대표를 신세계L&B 대표도 맡게 했고, 임영록 신세계프라퍼티 대표 역시 한채양 대표의 공석을 메워 조선호텔앤리조트의 대표를 겸직하도록 했다.
이 외에도 2007년 12월부터 2019년 3월까지 11년4개월간 스타벅스코리아를 이끌며 성공신화를 쓴 이석구 신세계 신성장추진위 대표를 신세계라이브쇼핑 대표도 맡기는 파격적인 인사도 단행했다. 이 대표는 1949년생으로 만 74세다. 하지만 스타벅스 성공신화를 바탕으로 이커머스와 차별화하지 못하고 송출수수료로 영업이익만 계속해서 줄어드는 신세계라이브쇼핑의 구원투수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신세계그룹은 마인드마크 대표에는 콘텐츠 비즈니스 전문가인 김현우 대표를 외부에서 영입했고, 더블유컨셉코리아 대표로 지마켓 이주철 전략사업본부장을 낙점했다.
한편 신세계는 대표이사 교체와 함께 그룹의 리테일 통합 클러스터도 신설했다. 통합 리테일 클러스터 산하에는 이마트, 이마트에브리데이, 이마트24, 신세계프라퍼티, SSG닷컴, 지마켓을 두고 시너지를 꾀한다. 아울러 예하조직과 본부장 운영에 있어서도 통합본부장 체계 도입해 시너지를 위한 조직체계를 갖추고, 업무영역별 과감한 세대교체를 단행하는 등 전반적으로 기존의 전통적 조직운영 방식을 뛰어넘는 혁신적인 변화를 취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그룹 관계자는 "이번 인사로 회사의 경쟁력 전반을 재정비하면서 경영환경을 정면돌파하고 미래를 개척할 수 있는 실행력 강한 조직 진용을 새롭게 구축했다"면서 "앞으로도 철저한 성과능력주의 인사로 그룹의 미래 준비를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