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재개발에 화재 겹쳐 손님 '뚝'
궂은 날씨로 복구 작업 난항 겪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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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오전 10시 11분께 인천 동구 현대시장 일대. 지난 3월 화재가 발생한 현장 곳곳에 검게 그을린 흔적이 남아 있었다. 상인들은 악몽같던 화재의 아픔을 딛고 장사를 계속하고 있었지만, 손님들의 발걸음이 끊긴 시장에는 거센 빗소리만이 가득했다.
관할 구청과 소방서에 따르면 당시 사고로 시장 전체 점포 205곳 가운데 47곳이 불에 탔고, 12억원 상당의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대형 화재에 망연자실한 상인들이었지만, 단 4곳만이 폐업을 결정하고 201곳이 영업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
40년 넘게 양말과 생활용품을 판매하던 60대 A씨도 화재로 한순간에 점포를 잃고 시장 내 다른 자리에서 장사를 계속하고 있다. 하지만 수입이 예전 같지 않은 것은 물론 지붕에서 빗물이 들어오는 열악한 환경에 놓여 있었다.
A씨는 "요즘 하루 매출이 2만~3만원밖에 안된다"며 "불이 나고 장사를 그만둘까 했는데 집에 있으니 너무 우울하더라. 결국 다시 나와서 장사를 하고 있지만 손님이 없어 TV만 보고 있다"고 털어놨다.
28년째 꽃과 식료품을 팔고 있는 50대 B씨의 얼굴에도 근심이 가득했다. B씨도 A씨와 마찬가지로 새로운 통로에 자리를 잡았지만, 아직 가게 간판조차 없는 상태다.
B씨는 "작은 애가 아직 학생이라 장사를 계속하고 있지만 매출이 70% 넘게 줄었다"며 "화재로 가게가 통째로 사라져 7000만원 규모의 피해를 입었다"고 하소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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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 이날 오전 10시부터 두시간 남짓 시장을 둘러본 결과, 화재 피해가 없던 곳에는 그나마 몇몇 손님이 오갔지만 불길이 번졌던 발화 지점 일대는 손님이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였다.
현장에서 진행 중이던 아케이드(아치형 비가림 지붕) 철거 작업도 우천으로 중단됐다. 구는 다음 달 20일까지 기존 시설을 철거한 뒤 새로운 아케이드를 지을 계획이지만, 궂은 날씨가 이어져 철거 작업에 난항을 겪고 있었다
구청 관계자는 "예정 기간에 맞춰 최대한 빨리 철거 작업을 마무리하고 새로운 아케이드를 세울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시장을 불태운 방화범 40대 C씨에게는 지난 10일 징역 7년이 선고됐다. 하지만 C씨가 지난 2006년부터 2018년까지 24차례 방화를 저지른 '상습 방화범'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며 사회적 격리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징역 15년을 구형한 검찰도 1심 판결에 불복하고 항소장을 제출했다.
상인들은 "여기 지형을 다 알고 있기에 또 불을 낼까 걱정된다"며 "죄질에 비해 형량이 너무 가볍다. 장사해보니 7년은 금방 가더라"고 입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