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이라크 내 동결 이란 자금 일부 해제
"미 제재 완화 대가로 이란 핵 억제 잠정 합의" 보도
사우디, 원유 증산 요구 미 요청 묵살
"중국과 협력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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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미국과 이란과의 관계 개선 움직임은 중동 내 종주국을 놓고 이란과 경쟁하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와 미국과의 관계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는 전망이 있다.
하지만 중동 최대 라이벌로 수니파 종주국 사우디아라비아와 시아파 맹주 이란이 최근 관계 개선에 나선 상황이 미국의 대(對)이란 제재 완화에 걸림돌 하나를 제거한 것이라는 해석이 설득력을 더한다.
미국은 중동 내 위기와 원유 국제 공급망 관리를 위해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와 각각 관계 개선 및 강화에 나서는 '투트랙'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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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는 11일(현지시간) 테헤란에서 열린 '이란의 원자력 성과 전시회'에 참석해 한 연설에서 미국 등 서방과의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 협상 재개와 관련, "이란의 원자력 산업 인프라에 손상이 없다면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이란 권력의 정점인 최고지도자의 이 발언은 최근 미국의 제재 완화를 대가로 이란의 핵 프로그램을 억제하는 잠정 합의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보도를 양국이 부인한 지 며칠 만에 나왔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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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이번 제재 완화는 파우드 후세인 이라크 외무장관이 최근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열린 중동 지역 외교장관 회의에서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을 만나 합의한 내용이라는 점은 주목된다.
미국의 전통적인 우방인 사우디아라비아가 최근 원유 증산을 요구하는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요청을 번번이 묵살하고 있는 상황에서 바이든 행정부 외교 최고수장이 직접, 그것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이란에 대한 제재 완화에 합의했기 때문이다.
사우디아라비아는 미국의 대이란 제재 일부 완화에 대해 공식적인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다만 사우디아라비아 에너지부 장관인 압둘아지즈 빈살만 왕자는 이날 리야드에서 열린 '아랍·중국 비즈니스 콘퍼런스'에 참석해 중국은 경쟁 상대가 아니라 협력 대상이라며 중국과의 협력을 확대할 것이라며 미국의 대중국 압박 외교를 또다시 뭉갰다.
빈살만 장관의 발언은 블링컨 장관이 사우디아라비아 방문 일정을 마친 직후 이뤄줘 미국의 '체면'을 구겼다는 평가다.
아울러 사우디아라비아는 4일 오스트리아 빈 석유수출국기구(OPEC) 본부에서 빈살만 장관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러시아 등 비(非)OPEC 주요 산유국들의 협의체인 'OPEC 플러스(+)' 장관급 회의 후 7월부터 하루 100만 배럴 추가 감산에 들어간다며 미국의 요청을 또다시 외면했다.
하지만 사우디아라비아는 미국산 무기의 최대 구매국에 속하며 제3국에서 협력도 강화하는 등 전통적인 우호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양국은 9일 공동성명을 통해 두달째 무력 분쟁을 이어온 수단 정부군과 준군사조직 신속지원국(RSF)이 10일 오전 6시부터 24시간 동안 휴전에 들어가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와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PIF)가 후원해 출범 1년의 LIV 골프가 6일 합병에 전격 합의한 배경에는 바이든 행정부의 '묵인'이 작용했을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