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탄소세 부담 당장 내년부터…국내 업계 수조원 부담 가능성
국내, 운항제한 가능 등급 선박 30% 넘어
전 세계적으로 탄소중립이라는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중요 정책들이 속속 진행되면서 각국은 자국의 산업 경쟁력 확보를 위한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해양 물류 산업에서의 탄소 저감 노력도 그중 하나다. 세계 각국은 해양물류 주도권 확보를 위해 탄소배출이라는 과제를 풀어야 하는 시험대에 올랐다. 이에 아시아투데이는 국제해사기구(IMO) 등 국제적 해양 탄소중립 정책을 살펴보고, 대한민국의 대응 행보에 대해 6회에 걸쳐 조명해 본다. <편집자 주>
<탄소중립, 미래 해양을 연다>
① 강화되는 해양 온실가스 규제…대응 늦으면 '미래 해양' 없다
② 탄소중립 중심 '친환경 선박'…해수부, 산업 육성·지원 속도
③ 놓칠 수 없는 '친환경'…실효성 있는 제도 도입이 성공 열쇠
④ 해양진흥공사, 친환경 전환 조력자 역할 강화한다
⑤ 친환경 선박 금융 지원, 해양 탄소중립의 마중물
⑥ 탄소중립 목표 실현, 답은 탈탄소 생태계 조성
아시아투데이 임승택 기자 = 탄소중립이 필수적인 글로벌 어젠다로 자리 잡으면서 세계 각국은 탄소 배출을 실효적으로 줄이기 위한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특히 해양 탄소중립과 관련해 IMO를 중심으로 규제가 강화되고 각 국가의 탈탄소 선언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당장 올해부터 운행하는 선박에 대한 탄소배출 모니터링이 강화되면서 해운업계에서도 대응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수출 중심의 대한민국 경제는 해양 탄소중립 대응이 늦어질 경우 경제적·산업적 타격은 심각할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크다. 탄소중립이 향후 미래 해운시장에서 생존을 위한 필수 불가결한 사안이 됐다는 의미다.
5일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IMO는 국제 해운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상향한 개정안을 오는 7월 열리는 제80차 해양환경보호위원회(MEPC80)에서 채택할 전망이다. 개정안에는 205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 감축 목표를 기존 50%(2008년 대비)에서 100%로 강화하고, 탄소연료 사용에 대한 부담금을 부여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그동안 국제사회는 탄소배출 감축을 위한 단기 조치로 신조선박 설계과정에서 이산화탄소 감축량을 단계적으로 적용해 왔다. 올해부터는 운항 중인 기존 선박에 대해 이산화탄소 배출을 20% 감축하는 규제(EEXI, 1톤 화물을 1마일 운송 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량을 지수화한 값)가 도입됐다. 또한 운항 선박에 대한 에너지 효율 규제로 2026년까지 매년 2%의 감축 기준을 적용하는 탄소집약도지수(CII)도 시행 예정이다. CII는 탄소배출 기준에 따라 선박 등급을 A~E까지 부여, D·E등급 선박에 대해 운항 제한 조치가 가능하다.
IMO는 MEPC80에서 △연료표준제도(GFS) △배출권거래제(ETCS) △탄소부담금(GHG) △연료표준제+탄소부담금 결합조치 등 탄소배출 감축 후보 조치 중 필수 조치를 선정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연료표준제+탄소부담금' 조치가 채택될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문제는 이런 규제에 발 빠르게 대응하지 못할 경우 발생할 피해가 적지 않다는 점이다. 해수부에 따르면 탄소배출 톤당 분담금을 100달러로 적용하고, 국내 선박의 2021년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기준으로 계산할 경우 총부담금은 2조7925억원에 달한다. 이는 우리나라 외항해운업계의 3년 평균 영업이익의 42.7%에 해당한다.
|
지역별 탄소배출 규제도 큰 부담이다. EU(유럽연합)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를 1990년 대비 55% 감축한다는 목표를 내세우며 강력한 탈탄소 정책을 추진 중이다. 해양 탄소중립과 직접 관련이 있는 규제는 '배출권거래제(ETS)'로 IMO규제보다 먼저 시행될 예정이다. 배출권 부담금은 당장 내년부터 현실화된다. 배출권 가격이 이산화탄소 1톤당 100유로로 계산 시, 19개 국내선사 비용 부담은 2030년 7066억원, 2040년 1조9000억원, 2050년 3조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해양 탄소중립 규제에 적극 대응하는 것이 향후 국내 조선·해운사의 시장경쟁력을 강화하는 필수 요소라고 지적한다. 업계 관계자는 "국제사회의 규제 대응에 소홀하게 되면 향후 해운·조선업계의 국제 경쟁력은 급격히 악화될 수밖에 없다"며 "민관이 함께 참여하는 국가 차원의 종합적 대응책 마련이 이뤄져야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