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인, 유색인으로 대체될 위험' 대전환론
뉴질랜드 이슬람 사원 총격 51명 살해범, 영향
유색 해리스 부통령 "전미서 증오의 전염병 목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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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 흑인 11명·백인 2명 등 피해자 가운데 10명이 사망하고, 3명이 부상한 총격 현장에서 체포된 백인 피의자 페이튼 젠드런(18)은 범행 직전 인터넷에 게재한 180페이지 분량의 성명을 게재했다.
이 성명은 백인 미국인이 유색인종으로 대체될 위험에 처해 있다고 주장하는 인종차별적이고 반이민주의적인 견해로 가득차 있었고, 이는 ‘대전환론(The Great Replacement)’ 교리에 폭 빠져있는 긴 내용이었다고 NYT는 평가했다.
대전환론은 프랑스 소설가 르노 카뮈(75)가 2012년 주장한 음모론으로 세계를 좌지우지하는 극소수의 권력 집단이 더 많은 자녀를 낳는 아프리카와 중동의 이민자들을 유럽에 유입시켜 백인들을 몰아낼 것이라는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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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3월 뉴질랜드 크라이스처치의 이슬람 사원에 총기를 난사해 51명을 살해한 사건이 대표적이다. 범인 브렌턴 태런트는 범행 전 인터넷 글에서 “상대적으로 출산율이 높은 이민자들이 백인을 대체할 것”이라며 카뮈의 주장을 되풀이했다.
같은 해 8월 미국 텍사스주 엘패소 월마트 매장에서 23명을 살해한 범인 패트릭 크루시어스도 자신의 범행이 텍사스를 침범하는 히스패닉계에 대한 대응이라며 대전환론의 영향을 내비쳤다.
아울러 이번 버펄로 사건의 피의자 젠드런은 태런트가 자신의 급진화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인물로 묘사했다고 NYT는 전했다.
젠드런은 범행 현장으로 가는 장면을 온라인으로 생중계하면서 “브렌턴의 라이브 스트림이 당신이 여기서 보는 모든 것을 시작하게 했다”고 말했다. 젠드런은 또 태런트처럼 자신의 총기에 인종차별적 비방을 휘갈겨 썼다.
아울러 엘패소 월마트 총격 사건과 2019년 4월 미국 유월절 기간 미국 샌디에이고 인근 유대교 회당에서 일어난 총격 사건(1명 사망·3명 부상), 그리고 2019년 8월 노르웨이에서 20대 남성이 의붓누나를 살해하고 이슬람 사원에 총을 난사한 사건 등의 범인들이 뉴질랜드 대학살을 언급했다고 NYT는 밝혔다.
이번 사건에 대해 미국 역사상 첫 유색 부통령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이날 성명을 내고 “우리나라 전역에서 폭력과 불관용으로 입증된 ‘증오의 전염병’을 목격하고 있다”며 “인종적으로 동기 부여된 증오범죄나 폭력적 극단주의는 우리 모두에게 해가 된다”고 비판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도 성명에서 “인종 증오범죄는 이 나라 구조 그 자체에 혐오스러운 일”이라며 “혐오스러운 백인 민족주의 이념의 이름으로 자행되는 행위를 포함해 어떤 국내에서의 테러 행위도 우리가 미국에서 옹호하는 모든 것과 정반대”라고 규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증오에는 안전지대는 없어야 한다”며 “우리는 이런 증오로 촉발된 국내에서의 테러 행위를 종식하기 위해 모든 일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