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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공영방송 ARD는 8일(현지시간) 러시아 가스 수입이 중단될 경우 유리 제조업이 직접적인 타격을 받으며 특수 유리로 생산하는 태양광 시스템 및 온실용 유리 역시 대안이 없는 제조 공정 중단 상황에 처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EU는 이날 러시아산 석탄 수입과 러시아 선박의 역내 항구 진입 금지에 합의했다. 러시아 에너지를 이용한 EU의 첫 제재다. 러시아 석유 및 천연가스 금수 조치안은 가스 수요의 55% 상당을 러시아에 의존도 하고 있는 독일을 선두로 오스트리아와 헝가리 등 여러 회원국들의 이견이 나오면서 합의에 실패했다.
야니스 클루게 정치과학재단 러시아 전문가는 ARD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석탄 금수조치는 유럽국가들이 ‘에너지원을 이용해 러시아 정권을 공격할 준비’가 돼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며 실질적인 타격을 기대하기보다는 상징적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질적인 제재 효과를 낼 수 있는 가스 금수조치안 역시 계속해서 논의될 예정이다. 샤를 미셸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지난 수요일 진행된 유럽 의회에서 “석유 및 가스 관련 조치가 조만간 꼭 필요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유리 산업계는 가스 금수조치는 유리 제조업을 ‘위험한 상황’까지 몰고갈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연방 유리협회(BV Glas)는 성명을 통해 천연가스 공급을 완전히 차단하는 것을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융용탱크의 원료는 가스를 이용해 섭씨 1600도까지 가열되며 그 온도를 24시간 내내 유지해야 한다. 온도가 내려가면 원료가 굳어버리고 시스템은 손상된다.
유럽의 유일한 구조화된 태양광 유리 제조업체인 GMB사의 상무이사 토르스텐 슈뢰터는 “일반적으로 용해 공정은 용해로를 재건하기 위해 한 번만 중단된다. 만약 가스 금수조치로 생산 공정이 중단될 경우 복구만 수 년이 걸리는 중대한 시스템 손상을 각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공정 에너지는 기술상 석탄이나 석유로 대체가 불가능하며 수소 에너지 전환에 대한 장기적인 비전이 있으나 아직 기반 시설을 갖추지 못한 상태다.
슈뢰터 상무이사는 “회사 시스템의 손상으로 인한 태양광 모듈 생산 문제는 곧 오랫동안 시간과 비용을 투자해온 유럽의 재생에너지 계획까지 무너트릴 수 있다”며 가스 금수 조치가 ‘탈원전·탈석탄’을 내걸고 재생에너지 100% 전환을 목표로 하는 독일 정부의 에너지 정책과도 상충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