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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경영승계 가속페달…한화생명, 디지털·신사업 중심 조직개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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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혜 기자

승인 : 2021. 09. 02. 06:00

김동원 부사장, CDSO 역할에 집중…보험·신사업·전략 권한 강화
김동원, 한화 금융계열사 승계 가능성은
김동원 한화생명 부사장이 1일 단행된 조직개편에서 전략부문장을 떼고 최고디지털전략책임자(CDSO)만 집중하게 됐다. 앞서 지난 7월에는 한화그룹의 직제 개편에 맞춰 모든 임원들이 한 단계씩 승급함에 따라 김동원 부사장은 전무에서 부사장에 올랐다. 최근에는 한화자산운용이 다른 한화그룹 계열사가 보유한 한화투자증권의 지분 26.45%를 모두 사들이면서 지분 46.08%로 종속회사로 편입, 한화생명을 정점으로 금융계열사의 수직 지배구조를 더욱 공고히 하기도 했다.

최근 한화그룹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얽혀 있는 지분을 정리하기도 하고, 조직개편, 조기 인사 단행 등 변화가 잦다. 재계에서는 올해 경영에 복귀한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후계작업의 일환으로 보고 있다. 일련의 모든 과정도 한화의 금융부문을 이끌 것으로 예상되는 김동원 부사장에게 힘을 싣기 위한 밑작업이 아니냐는 분석이다. 하지만 승계의 정당성을 보여줄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한 점이 한계다. 디지털·신사업 추진을 위한 조직개편을 단행한 만큼 향후 이 부문에서 성과를 보여야 한다.

1일 한화생명은 디지털 신사업 발굴·추진 역량 강화에 초점을 둔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이번 조직개편에서 한화생명은 보험·신사업·전략 등 3부문에 인사·기획 권한을 부여해 자율·책임성을 확대했다. 또한 대표이사 직할 조직으로 미래경영위원회를 신설해 필요에 따라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사업화를 신속하고 집중적으로 추진할 수 있게 했다.

각 부문의 권한을 강화하면서 부문장 인사에도 변화가 생겼다. 신사업부문장은 이창희 전무가 계속해서 맡지만, 보험부문장과 전략부문장은 기존에 각각 겸직으로 있던 여승주 한화생명 대표와 김동원 부사장 대신 이경근 부사장과 엄성민 전무가 맡게 됐다. 한마디로 각 부문별로 전문성과 책임을 더욱 강화한 셈이다.
한화생명 관계자는 “올 1월 조직개편을 단행한 바 있지만 그사이 제판분리에 따른 후속조치가 필요했고, 디지털사업이 이제 구체화단계에 접어든 만큼 필요성이 제기됐다”면서 “김동원 부사장은 신사업이 구체화되기 시작하면서 전략부문의 최고 의사결정자로서의 역할에 매진하기 위해 겸직했던 전략부문장을 떼어놓은 것일 뿐”이라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하지만 지난해 전무로 승진한 지 1년도 채 되지 않아 직제개편이란 이유로 부사장이란 직함을 달게 됐고, 전략부문의 부문장을 떼어내고 총괄책임자로서의 역할에만 충실할 수 있도록 이른 조직개편을 단행한 점 등은 ‘김동원 부사장 후계만들기’의 시그널로 여길 만하다.

게다가 금융계열사의 얽혀 있는 지분 정리함으로써 김 부사장이 소속된 한화생명의 영향력이 확대된 점도 무시할 수 없다. 지난 6월에는 한화생명에서 투자사업을 총괄하던 한두희 본부장이 한화자산운용 대표로 자리를 옮겨 한화생명과의 시너지도 기대하고 있다.

이 외에도 한화의 금융계열사 중 유일하게 한화생명의 영향력에 놓여 있지 않은 한화저축은행에 홍정표 한화생명 전략담당 부사장이 대표로 가게 됐고, 김 부사장이 공들였던 긱 이코노미 플랙폼 사업의 무형자산, 지식재산권, 인적조직을 양도받은 엔터프라이즈블록체인의 대표도 한화생명에서 인공지능(AI)을 담당하던 이준섭 전략부문 캡틴이 맡게 돼 한화그룹의 금융계열사는 모두 한화생명의 영향력이 닿지 않는 곳이 없다.

김승연 회장이 김동원 부사장에게 금융부문을 맡길 수 있도록 힘을 실어주는 것이 아니냐고 보는 이유다.

문제는 낮은 지분율이다. 김동원 부사장은 한화생명의 직접적인 지분은 0.03%에 그친다. 한화생명의 최대주주는 한화건설(25.09%)이다. 2대 주주인 한화의 지분도 1.67% 정도다. 에이치솔루션을 통해 한화의 지분 영향도 행사하고 있지만 미미한 수준이다. 한화건설이 보유한 한화생명의 지분을 직접 인수하는 방법이 가장 좋지만 재정적 부담이 크다. 한화건설이 보유한 한화생명 지분은 시가로 따지만 7000억원 정도지만 장부상 가치는 2조7000억원에 이른다. 복잡한 지배구조로 계열분리가 쉽지 않게 보는 이유다.

또한 승계의 정당성을 얻기 위해서는 뚜렷한 경영성과를 내야 하는 과제도 안고 있다. 김 부사장은 최고디지털전략책임자로서 한화생명의 디지털과 신사업을 주도하고 있지만 현재까지는 가시화된 성과가 없다. 야심차게 추진했던 긱 이코노미도 한화시스템에 양도하면서 성과에 대한 부담은 더 커졌다.

업계 관계자는 “김승연 회장이 세 아들을 중심으로 후계구도를 구축하려는 것은 분명하다”면서 “형인 김동관 사장이 태양광, 우주항공 등 신사업의 성과로 후계구도를 구축했듯 둘째인 김동원 부사장도 이제 서서히 경영성과를 보여 금융부문에서의 영향력을 키워야 할 때”라고 말했다.
김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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