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캐나다인들이 일년 중 가장 손꼽아 기다리는 공휴일인 이 날을 올해는 기쁜 마음으로 즐길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28일 원주민 기숙학교 부지에서 어린이 215명의 유해가 발견된 충격적인 사건의 여파가 가시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고 21일(현지시간) CBC 뉴스가 보도했다.
19세기부터 20세기 중반까지 운영된 브리티시 컬럼비아주 카톨릭 원주민 기숙학교 부지에서 발견된 유해는 인디언과 이누이트족, 캐나다 원주민 혼혈 아이들이 것이었다. 해당 기숙학교는 아이들을 사실상 격리수용한 채 그들의 고유 문화와 언어를 금지하고 백인 문화 사회화를 위한 교육을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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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건의 여파로 캐나다 전역에서 7월 1일 캐나다 데이 행사 취소가 잇따르고 있다. 빅토리아 시의회는 만장일치로 캐나다 데이 축제 프로그램을 취했다. 이어 온타리오주 키치너 지역 사회 중 하나인 윌모트도 함께 동참한다는 뜻으로 모든 캐나다 데이 일정을 취소했다.
한 원주민 커뮤니티의 부족 의장인 코비에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올해만큼은 캐나다 데이의 모습이 달라야 한다”며 “많은 이들이 기숙학교에서 일어났던 비극적 사건을 통해 역사를 정직하게 돌이켜 볼 필요성이 있다”고 전했다. 이어 “캐나다 데이를 축하하지 말라고 강요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우리들이 당장 해야 할 일은 진실과 화해 의원회의 보고서를 살펴보는 일”이라며 “이 일에 대해 지금이라도 반성하고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원주민 기숙학교를 다녔던 케리는 오랜 시간 동안 캐나다 데이를 기념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누구나 원하는 것을 축하할 권리는 있다. 이 나라는 원주민의 땅이 아니라 매우 다양한 인종들의 것”이라며 “캐나다의 식민지 역사를 인정하는 것과 캐나다 데이를 기념하는 것이 함께 이루어지길 소망한다”고 덧붙였다.
사스캐쳐원 북부 지역도 캐나다 데이 관련 모든 계획를 취소하는 대신 전국 원주민의 날을 더 의미있는 날로 만들 것을 약속했으며, 빅토리아주 캘로나와 온타리오주 등 많은 도시들이 함께 동참하여 캐나다 데이를 기념하지 않기로 했다. 캐나다 데이 기념에 불참하는 지역과 집단은 앞으로 더 많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캐나다에서는 원주민 기숙학교 관련 희생자뿐 아니라 식민지 역사를 통틀어 희생된 이들을 기억하고 추모하고자 오렌지색 셔츠를 입는 운동이 곳곳에서 이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