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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남 암살 때도 유지 북한-말레이시아 외교관계, 문철명 미국 인도로 단교 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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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승인 : 2021. 03. 21. 13:53

북한-말레이시아 48년 외교관계 단절
북, 말레이 북한 사업가 문철명 미국 인도에 외교관계 단절 선언
말레이, 맞대응...북한대사관 폐쇄
미, 첫 북한인 인도...대북제재 권한 강화
외교관계 단절 속 말레이시아 주재 북한대사관을 떠나는 차량
20일(현지시간) 말레이시아 수도 쿠알라룸푸르에 있는 북한 대사관에서 승용차 한 대가 빠져나오고 있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전날 북한의 단교(斷交) 선언과 관련해 깊은 유감을 표명하며 쿠알라룸푸르 주재 북한 대사관 직원들에게 48시간 이내 떠날 것을 명령했다. 앞서 북한은 말레이시아 당국이 북한 주민을 ‘불법 자금세탁’ 관여 혐의로 미국에 넘겼다며 외교관계 단절을 선언했다./사진=쿠알라룸푸르 AP=연합뉴스
북한과 말레이시아의 외교관계가 끊어졌다. 1973년 외교관계를 수립한 뒤 48년 만이다.

이번 사건은 북한·말레이시아 관계뿐 아니라 북·미 비핵화 협상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북한 외무성이 19일 말레이시아 대법원이 쿠알라룸푸르 거주 북한인 사업가 문철명(56)을 불법 자금세탁·유엔 제재 위반 등 혐의로 미국에 인도한 사건과 관련해 외교관계 단절을 선언하면서 미국에도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경고했기 때문이다.

말레이시아는 같은 날 오후 깊은 유감을 표명하며 “쿠알라룸푸르 주재 모든 북한 외교직원과 가족들은 48시간 이내 떠나라”고 명령했고, 북한 대사관은 21일 외교관과 직원·가족 등의 철수 절차에 들어갔다.
더스타 등 현지 언론은 북한 대사관에서 일하던 북한인 총 33명이 이날 말레이시아를 떠날 것이라고 전했다. 미 국무부 관계자는 미국의 입장을 묻는 질문에 “말레이시아 정부에 문의하라”고만 했다.

문 닫힌 말레이시아 주재 북한대사관 촬영하는 기자
20일(현지시간) 말레이시아 수도 쿠알라룸푸르에 있는 북한 대사관 밖에서 한 카메라 기자가 촬영을 하고 있다./사진=쿠알라룸푸르 AP=연합뉴스
◇ 문철명 미국 인도, 김정남 암살사건 때도 유지한 북한-말레시이아 외교관계 단절 배경은

2017년 2월 13일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 VX신경작용제 암살사건으로 급격히 멀어지긴 했지만 외교관계 복원 움직임까지 있었던 양국의 외교관계가 문철명 인도로 종지부를 찍게 된 것은 이 사건이 북한 정권에 얼마나 치명적일 수 있는지 보여준다.

이번 사건은 미국이 북한인을 인도받는 데 성공한 첫번째 사례이고, 대북제재를 이행하는 미국 행정부의 권한을 강화할 수 있다고 미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했다.

북한 외교관이나 민간인들이 미국과 범죄인 인도 협정이 체결된 나라에서 더 이상 대북제재 회피 등의 불법적 행동을 하기 어려워졌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고명현 아산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WSJ에 “이는 북한인이 북한보다 미국과 가까운 국가들에서 활동하는 데 있어 안정성이 떨어진다고 느끼게 할 가능성이 크다”며 “왜냐하면 이제 그들은 미국으로 보내질 수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Malaysia North Korea
김유성 말레이시아주재 북한대사관 대리대사가 21일 쿠알라룸푸르 대사관 앞에서 성명서를 낭독하고 있다./사진=쿠알라룸푸르 AP=연합뉴스
◇ 말레이시아, 북한 불법 외화 획득 계획의 거점 역할

대북 제재 감시자들은 오랫동안 북한이 말레이시아를 불법적인 외화 획득 계획의 거점으로 이용하고 있다고 의심해왔고, 유엔은 말레이시아를 포함한 외국 주재 북한 외교관들이 현금 부족에 쪼들리는 김정은 정권을 위한 제재 회피 작업에 참여했다고 지적해왔다고 WSJ은 설명했다.

또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 패널은 여러 보고서에서 북한을 위해 현금을 번 말레이시아 소재 ‘말레이시아 코리아파트너스(MKP)’에 관해 언급했다.

MKP는 아프리카·홍콩·중동에서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글로벌 네트워크를 만들었고, 이는 대북제재 회피를 위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WSJ은 전했다. 아울러 유엔은 이 회사는 정보기술·건설·광업·석탄거래·운송 분야에서 서비스를 수행했다고 밝혔다.

우정엽 세종연구소 미국연구센터장은 북한의 단교 결정은 부분적으로는 북한 정권이 제재 회피를 위해 말레이시아를 더 이상 효과적으로 이용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북한이 말레이시아에서 유의미한 돈을 벌 수 있다고 느겼다면 대사관을 유지하기를 원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 북한, 말레이시아 단교 성명, 바이든 미 행정부에도 대가 치를 것 경고

19일 북한의 단교 성명은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와 북한의 관계가 험난한 출발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나왔다. 북한은 성명에서 문철명을 인도받은 미국이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했고, 김정은 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과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을 동원해 미국을 비난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김여정은 16일 바이든 행정부에 대해 “대양 건너에서 우리 땅에 화약내를 풍기고 싶어 몸살을 앓고 있는 미국의 새 행정부에 한 마디 충고한다”며 “앞으로 4년간 발편잠을 자고 싶은 것이 소원이라면 시작부터 멋없이 잠 설칠 일거리를 만들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최선희는 18일 “이미 미국의 대조선 적대시 정책이 철회되지 않는 한 그 어떤 조·미(북·미) 접촉이나 대화도 이루어질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으며 따라서 우리는 앞으로도 계속 이러한 미국의 접촉 시도를 무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토니 블링컨 미 국무부 장관은 16일 일본 도쿄(東京)에서 가진 미·일 외교·국방장관(2+2) 회담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위험 고조를 줄이기 위해 우리는 2월 중순부터 뉴욕(유엔주재 북한대표부)을 포함한 북한 정권 채널과 접촉하려고 했지만 지금까지 평양으로부터 응답을 얻지 못했다”며 “미국이 여러 차례 시도했지만 북한과의 적극적인 대화가 1년 이상 없었다”고 말했다.
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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