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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턴 회고록, 출간 앞서 남북·북미 정상회담 관련 일부 내용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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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승인 : 2020. 06. 23. 09:26

미 법무부,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회고록 415곳 수정·삭제 요청
남북·북미정상회담 다룬 2개 장서 110개 수정·삭제 요청
일부 요청 수용...사실관계 오류도 보여
하노이
존 볼턴 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회고록이 미 법무부의 수정 및 삭제 요구에 따라 실제 발간에 앞서 일부 수정된 것으로 23일 나타났다. 사진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2월 27일 베트남 하노이의 소피텔 레전드 메트로폴 호텔에서 가진 단독 회담과 ‘3+3’ 만찬에 앞서 환하게 웃고 있는 모습./사진=하노이 AP=연합뉴스
존 볼턴 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회고록이 미 법무부의 수정 및 삭제 요구에 따라 실제 발간에 앞서 일부 수정된 것으로 23일 나타났다.

이에는 한국 관련 부분이 상당수 포함됐다.

미 법무부는 지난 16일(현지시간) 볼턴 전 보좌관의 회고록 ‘그 일이 일어난 방’에 대한 출간 연기 소송을 제기하면서 592쪽 분량의 책에서 415곳가량의 수정과 삭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특히 남북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 등 한반도 사안을 다룬 두 개의 장에서만 110개가 넘는 수정·삭제 의견을 냈다.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및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간 정상회담, 그리고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의 회담 등 남·북·미 관계에 결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민감한 내용이 그대로 노출돼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볼턴 회고록 표지
존 볼턴 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회고록 ‘그 일이 일어난 방’의 표지.
볼턴 전 보좌관의 주장이 트럼프 행정부의 입장인 것으로 간주되는 것을 경계한 노력이 엿보인다.

2018년 6월 12일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을 다른 4장에서 볼턴 전 보좌관이 정 실장과의 4월 12일 백악관 회담을 설명하면서 ‘북한 비핵화를 위한 우리의 조건에 대한 한국의 이해는 미국의 근본적 국가이익과 아무런 관련이 없었다’고 적은 부분에 대해 법무부는 ‘내 추측에는’이라는 말을 추가하라고 했고, 책에는 ‘내 관점에서는’이라는 표현이 더해졌다.

“한국의 어젠다가 우리(미국)의 어젠다는 아니다”는 부분은 ‘항상’이라는 단어를 추가됐다. 또 “문(재인 대통령)의 행동을 지켜본 트럼프(대통령)은 문이 우리와 다른 어젠다를 갖고 있다는 것을 이해하게 됐다”는 문장 뒤에는 “어느 정부도 자기 국익을 우선시하는 것처럼”이라는 문구를 첨가했다.

볼턴 전 보좌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2018년) 6월 말까지 한 한가지 중요한 지적은 미국과 문 대통령 간 분열이 커질 가능성을 강조했다는 것”이라며 이같이 말하고, 이는 문 대통령이 비핵화보다 남북 관계에 방점을 두고 있다는 의미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아울러 원고에서 “북한이 정보를 숨기고 있다”고 한 부분은 회고록에서는 “북한이 핵심 정보를 숨기고 있다”로 바뀌었다.

행정부의 주장을 수용하지 않은 부분도 있다.

‘일본과 마찬가지로 문 대통령도 국내 사정이 어려워지면 일본을 이슈화한다’고 부분에서 ‘문 대통령’을 ‘한국인’으로 바꾸라고 한 요구는 수용되지 않았다.

또 ‘북한의 한·미 균열 획책을 피하기 위해 문 대통령과 긴밀한 조율이 필요하다’고 언급된 부분에서 ‘문 대통령과 더 큰 조율 없이는 어떤 합의도 일어날 수 없다’로 변경하라고 요구한 것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단순 사실관계 오류도 보인다.

볼턴 전 보좌관은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에게 핵무기를 포기하겠다는 전략적 결정의 어떤 징후도 없이 정상회담을 허용하는 것은, 실제는 이를 아무것도 없이 주는 것은, 이루 말할 수 없는 선전 선물”이라며 “클린턴 (행정부) 때 매들린 올브라이트(국무장관)가 김일성과 잔을 부딪친 것보다 규모 면에서 더 나빴다”고 했으나 올브라이트 장관이 2000년 10월 방북해 만난 것은 김정일 당시 국방위원장이었다.

볼턴 전 보좌관이 2018년 3월 6일 바바라 컴스탁 공화당 하원의원으로부터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의 초청을 수락했다는 소식을 듣고 “이 어리석은 실수에 간담이 서늘해져 말문이 막혔다”며 이같이 적었다.
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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