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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패권전쟁, 홍콩 보안법 제정으로 더욱 격화...한국의 양자택일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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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승인 : 2020. 05. 29. 07:00

미, 홍콩 국가보안법 제정 중국 제재에 중 지도부·최대 기업 포함 가능성
패권전쟁 격화 속 미중, 한국에 양자택일 압박
한국 '전략적 모호성' 선택?
호르무즈 방위 미 구상 직접 참여 대신 독자파견 절충안
미중 정상회담
미국과 중국의 패권전쟁이 격화되면서 한국이 양자택일을 강요당할 수 있는 상황이 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사진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2017년 11월 9일 중국 베이징(北京) 인민대회당에서 진행된 환영행사에 참석하고 있는 모습./사진=베이징 AP=연합뉴스
미국이 홍콩 국가보안법 제정을 강행하는 중국에 대한 새로운 제재 발표 초읽기에 들어갔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부 장관은 27일(현지시간) 홍콩이 더는 중국으로부터 자치적이지 않다고 미 의회에 보고했다며 홍콩에 대한 특별한 지위를 박탈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 미, 홍콩 국가보안법 제정 중국 제재에 중국 지도부·최대 기업 포함 가능성

이와 관련, 로이터통신은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홍콩의 대미 수출에 대한 우대 관세율 중지를 검토하고 있고, 트럼프 대통령이 홍콩 국가보안법 제정에 관여한 중국 관리들·정부 기관들·기업들에 대한 표적 제재를 선택할 수 있다고 전했다.
미국은 1992년 제정한 홍콩정책법에 따라 1997년 홍콩 주권이 중국에 반환된 뒤에도 무역·관세·투자·비자 발급 등에서 홍콩에 중국 본토와는 다른 특별한 지위를 인정해왔다.

이번 홍콩 국가보안법 제정을 계기로 이를 박탈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었다.

하지만 이 제재는 중국 정부보다 홍콩 주민에 대한 피해가 더 크다는 문제점이 있다. 중국 관리·기관·기업들에 대한 표적 제재 가능성도 제기된 배경이다.

실제 미 행정부가 홍콩 국가보안법 제정에 관여한 중국 관리·기관·기업들을 제재하게 되면 중국 지도부와 주요 기업을 포함시킬 가능성이 크다.

홍콩 국가보안법 제정이 전국인민대표자대회(전인대)에서 진행, 중국 서열 3위인 리잔수(栗戰書) 전인대 상무위원장이 주도했고, 중국 주요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들이 전인대나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대표로 참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미정상회담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18년 9월 2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롯데 뉴욕팰리스 호텔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관한 공동성명’에 서명한 후 취재진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미·중 패권전쟁, 무역·군사 갈등서 코로나19 책임론 증폭, 홍콩 국가보안법 제정 및 미 제재로 격화

이는 결국 무역·군사 갈등에서 시작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기원 및 대유행에 대한 중국 책임론으로 증폭되고 있는 미·중 간 패권 전쟁이 이번을 계기로 파국을 향해 갈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 같은 세계 주요 2개국(G2)의 패권 전쟁 격화는 미·중 관세전쟁이 전 세계 경제에 미친 것보다 훨씬 크고 광범위한 분야에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당장 중국과 지리적으로 가까운 한국과 일본은 ‘양자택일’의 선택을 강요당할 수 있다.

◇ 미·중, 한국에 양자택일 압박

이와 관련, 누리엘 루비니 미 뉴욕대 교수는 지난 22일 영국 BBC방송 인터뷰에서 “미국과 중국은 코로나19 이후 더욱 간극이 넓어질 것”이라며 “상당수 아시아 국가가 미국과 중국 가운데 한쪽에 줄을 서도록 강요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도 같은 날 더불어민주당 21대 국회의원 당선인 혁신포럼에서 포스트 코로나19 시대는 결국 미·중 주도권 싸움으로 쉽게 끝나지 않을 것 같아 고민스럽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은 글로벌 공급망에서 중국을 고립시키기 위한 구상인 경제번영네트워크(EPN·Economic Prosperity Network)에 한국·일본 등 동맹국의 참여를 요구하고 있다.

키스 크라크 미 국무부 경제차관은 20일 국무부 브리핑에서 미국과 한국과 같은 나라들을 묶기 위한 EPN 구상에 관해 한국과 대화를 나눴고, 한국에 훌륭한 기회가 될 것이라며 한국의 동참을 압박했다.

아울러 미 백악관과 국방부는 21일 의회에 제출한 ‘중국에 대한 미국의 전략적 접근’ 보고서에서 중국 봉쇄 전략과 관련,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일본·인도·호주·대만과 협력하고 있다며 한국의 신남방정책을 거론하기도 했다.

워싱턴 외교가에서는 일본·호주 등의 EPN 동참을 기정사실로 하는 분위기다. 일본·호주·인도 등은 미국의 대(對)중국 인도·태평양 전략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는 25일 기자회견에서 ‘코로나19 기원설과 대유행 중국 책임론을 놓고 대립하고 있는 미국·중국 중 일본은 어느 편에 서는가’라는 질문에 “일본의 입장을 (코로나19가) 중국으로부터 세계로 확산된 것이 사실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해 중국의 반발을 샀다.

중국은 외교부와 관영 매체를 통해 한국·일본 등이 미국 편에 서지 말라고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중국 정부는 12일 미국의 코로나19 중국 책임론에 동조한 호주에 대한 경제 제재를 발표했다.

한중 정상회담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해 6월 27일 일본 오사카(大阪)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계기로 가진 한·중 정상회담에서 악수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 한국의 선택 ‘전략적 모호성’?...호르무즈 해협 공동방위 때도 미 구상 직접 참여 대신 독자 파견 ‘절충안’

이미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에 대한 중국의 한한령(限韓令·한류 제한령) 등 문화 및 경제 보복, 더 나아가 2000년 마늘 분쟁 때의 경제보복을 당한 경험이 있는 한국의 고민을 깊어질 수밖에 없다.

국가안보 등 여러 측면에서 동맹인 미국의 요청에 응해야 하지만 경제적 측면에서 중국 의존도가 크기 때문이다.

결국 한국의 선택은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주장한 ‘전략적 모호성’을 견지할 가능성이 크다. 워싱턴 외교가에서도 한국 정부는 미·중 양자택일을 하지 않은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한국은 지난 1월 호르무즈 해협 공동방위를 위한 미국의 ‘국제해양안보구상(IMSC)’에 직접 참여하지 않고, 청해부대의 임무를 호르무즈 해협으로 확대하는 독자 파견이라는 ‘절충안’을 선택했고, IMSC 직접적 참여나 추가 파병 등을 희망한 것으로 알려진 미 행정부는 이를 수용했다.
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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