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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부모도 모르는 사이라서 고민하다가 잔치가 마을회관에서 열린다는 소리에 궁금증을 못이겨 출발했다. 장소는 경북 울릉도에서도 오지인 북면 현포 2리였다. 가수 이장희씨가 터 잡은 ‘울릉천국’이 있는 곳이다.
도착해 보니 마을회관에는 마을 어르신들이 수십명이 모여 있었다. 또 차량이 쉴새없이 오가며 마을 어르신을 픽업 중이었고 부녀회에선 갖가지 음식을 준비한다고 바쁜 일손을 놀리고 있었다.
마을 회관 벽면에 ‘24년만에 첫 아기 보미의 출생을 축하합니다’고 쓴 현수막을 보며 궁금증 일부가 해소됐다. 마을에서 수십년만에 태어난 보미를 축하하는 마을잔치였다. 보미에겐 50여명의 할아버지, 할머니가 생기는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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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한자의 ‘童(아이 동)’은 ‘立(설 립)’과 ‘里(마을 리)’로 구성돼 있다. 즉 해석하면 ‘마을이 함께 아이를 키운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보미는 마을의 유일한 아기로 마을의 관심으로 커갈 듯하다.
마을 축하잔치를 추진하고 개최한 현포 2리 조명순 이장은“ 우리마을에서 24년 만에 태어난 보미는 그 자체가 복이며 무럭무럭 자라 우리마을뿐만 아니라 울릉도의 큰 복으로 돼주길 기원한다”고 말했다.
마을 어르신들은 “24년 전 마을에 2명의 아이가 있었지만 모두 뭍으로 떠나고 아이 울음소리가 그쳤다”고 설명했다. 그만큼 보미를 귀하게 여기는 마음을 느낄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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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릉도는 타 지자체와 틀려 출산하기에 부담이 큰 지역이다. 출산을 돕는 분만실뿐 아니라 산부인과 의원하나 없어 임신초기부터 뭍을 오가야하며 원정출산을 해야 한다.
또 출산 후 병원 등을 오가기 위해 여객선을 이용해야만 한다. 임산부 편의시설 없는 여객선에서 아기가 배멀미로 울면 부모들은 악몽 같은 시간을 보내고 감내해야 한다. 아기의 울음소리보다 더 따가운 승객들의 시선을 감내해야 한다.
겨울철 아기 분유가 동나 안절부절 못하고, 또래가 없어 아이의 친구가 돼 줘야 하고 매일 수킬로미터 떨어진 학교를 오가야 하고, 겨울철 아프지 말기를 기도해야 할 부모들. 아이의 미래도 걱정이지만 이런 현실에 힘든 점이 출산결정의 발목을 잡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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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선 7기 김병수 울릉군수는 역대 군수 중 영유아, 교육 등 사업에 가장 큰 공을 들이고 있다. ‘영유아, 어린이 돌봄시스템 확대’와 ‘초·중·고 명문학교 육성지원’, ‘출산장려 출산지원금 확대’ 등 다양한 정책을 발굴, 추진 중이다.
이런 정책이 효과가 보이긴 위해선 꾸준한 지속성과 주민공감이 필요할 듯하다. 투표권 없는 아이들을 위해 시스템 만들기가 쉽지않다. 하지만 우리 미래를 위해 투표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출산지원과 영유아 사업, 교육 뿐이다.
부디 올해 태어난 보미가 마을잔치에서 보여준 함박 웃음을 커가면서 잃지 말았음 한다. 그 웃음이 나비효과로 지역 곳곳으로 퍼졌음 하는 바람이다. “보미야, 울릉도에서 태어나줘 고마워! 그리고 많이 울어도 돼. 너의 울음소리는 지역에선 많이 듣고싶은 소리였으니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