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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위기·전쟁·방사능공포…올가을 무대, ‘불안’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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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혜원 기자

승인 : 2019. 09. 08. 12:01

서울국제공연예술제 '불안' 주제 18개 작품 선보여
불안한 미래 그린 연극 '렛 뎀 이트 머니' 등 무대에
잊혀진 땅
서울국제공연예술제(SPAF)에서 선보이는 벨기에 극단 포인트제로의 ‘잊혀진 땅’./제공=예술경영지원센터
올 가을 공연계에는 경제 위기, 전쟁과 핵, 방사능 공포, 인간 내면의 두려움 등을 돌아보며 오늘날 우리 시대 ‘불안’을 조명하는 작품들이 대거 무대에 오른다.

세계 연극과 무용의 최신 흐름을 보여주는 국제 공연예술 축제인 서울국제공연예술제(SPAF)는 올해 주제를 ‘불안’으로 정했다.

10월 3∼20일 서울 대학로 일대와 광화문 세종문화회관에서 펼쳐지는 SPAF에는 9개국 단체의 18개 작품이 출품된다. 독일, 덴마크, 러시아, 벨기에, 이스라엘, 프랑스, 핀란드 등 7개국 작품과 불가리아 원댄스 위크와 협력 제작한 작품, 국내 작품 등이 포함됐다.

이동훈 SPAF 프로그래머는 “이번에 선보이는 작품들은 시대적 불안을 조명한다”며 “경제 위기, 외교 마찰, 전쟁 등 절박한 문제들을 돌아볼 작품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출품작 중 노르웨이 오딘 극단의 ‘크로닉 라이프: 만성적 인생’(10월 3∼5일)은 제3차 세계대전이 끝난 2031년을 배경으로 한다. 혼란 속에 잃어버린 아버지를 찾아 헤매는 소년에게 사람들은 “모든 악(惡) 중에서도 최악인 ‘희망’만은 절대 품지 말라”고 당부한다. 연극인류학의 창시자 유제니오 바르바가 연출한다.


노르웨이 오딘 극단의 '크로닉 라이프 만성적 인생'
노르웨이 오딘 극단의 ‘크로닉 라이프: 만성적 인생’./제공=예술경영지원센터
벨기에 극단 포인트제로의 ‘잊혀진 땅’(10월 18∼20일)은 우크라이나 체르노빌 원전 사고를 취재해 탄생한 작품이다. 보이지 않고 손으로 만질 수 없는 방사능에 노출돼 질병에 시달리는 사람들을 인형극으로 대변한다.

극공작소 마방진의 ‘낙타상자’(10월 17∼20일)는 중국 근대작가 라오서의 장편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자비 없는 전쟁, 혼란한 사회, 자본가의 착취가 이어지는 가운데 희망은 조금도 보이지 않는다.

안무가 김판선의 신작 ‘두려움에 갇혀’(10월 15~16일)는 인간의 정신을 지배하고 있는 두려움의 양상과 그 속에 갇혀 있는 우리의 모습을 보여준다. 온갖 종류의 두려움을 통해 우리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작품이다. SPAF가 불가리아 원파운데이션과 공동 제작했다.

LG아트센터가 기획공연으로 선보이는 독일 극단 도이체스 테아터(Deutsches Theater)의 연극 ‘렛 뎀 이트 머니’(Let Them Eat Money)도 불안한 미래를 그린다.

영국 로열 내셔널 씨어터와 함께 유럽 최고의 제작극장으로 꼽히는 도이체스 테아터가 날카로운 상상력으로 만든 ‘렛 뎀 이트 머니’는 20∼21일 LG아트센터 무대에 오른다.

인공지능(AI)이 인간의 노동을 대체하고 난민 대이동, 빅브라더 감시와 같은 난제가 산적한 우울한 미래를 그린다.

극은 2023년 이탈리아가 유럽연합(EU)을 탈퇴하며 출발한다. 유럽 전체가 흔들리고, 정치인들은 기본소득을 대안으로 내세운다. 자본가들은 국가를 폐지하고 개방된 바다 위에 인공섬 주(州)를 세워 자치권을 획득하는 게 경제 위기에서 살아남을 방법이라고 주장한다. 시간이 흘러 2028년. 세상은 무법천지가 됐다. 시민은 기본소득, 인공섬 추진 등 실패로 끝난 정책의 책임자들을 납치하고 심문하면서 진실을 찾으려고 애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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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극단 도이체스 테아터의 연극 ‘렛 뎀 이트 머니’(Let Them Eat Money)./제공=LG아트센터
개인적 상처와 불안에 관한 작품도 관객과 만난다. 백세희 작가의 동명 에세이를 바탕으로 한 연극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는 자신의 어둠을 드러내는 과정을 통해 상처와 불안으로 가득 찬 한 인간이 자신을 정면으로 마주하고 자신의 고통과 상처를 끌어안으며 살아가는 여정을 그린다.

18~22일 대학로 스카이씨어터에서 공연된다. 3년 만에 다시 열리는 제5회 한국여성극작가전에서 선보이는 작품 중 하나다.
전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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