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같은 법규정에 따라 최근 두 명의 피고인이 석방됐다. 바로 이명박 전 대통령과 김경수 경남도지사다. 지난해 보석을 청구한 형사재판 피고인 중 35% 가량만 보석 허가를 받았다는 것을 감안하면 상대적으로 1심 선고 형량이 높았던 두 사람이 석방된 것은 의외라는 반응이 적지 않다.
특히 이 전 대통령은 형사소송법 96조가 정한 ‘임의적 보석’을 통해 풀려났다. 이 전 대통령은 1심에서 징역 15년을 받아 같은 법 95조에 의해 보석이 불가능했지만 96조가 정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때’에 해당된다는 법원의 판단에 따라 석방될 수 있었다. 이 전 대통령 사례에서 보듯이 현행법상 재판부는 마음만 먹으면 구속된 피고인을 석방하는 것이 가능하다.
법은 99조에서 범죄의 성질, 증거의 증명력, 피고인의 전과나 자산, 범죄 후 정황 등을 보석 조건을 정할 때 고려하도록 했을 뿐 정작 어떤 경우 보석을 허가할 수 있는지에 대한 구체적 기준을 두고 있지 않다.
결국 재판부의 재량과 성향에 따라 피고인에 대한 보석 허가 여부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부장판사 출신의 변호사 A씨는 “보석에 대해 재판부는 피고인의 증거인멸 우려 등 여러 가지를 고려하지만 사실상 법관의 성향을 따라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피고인이 어떤 재판관을 만나느냐에 따라 보석 허가 여부가 달라질 만큼 법의 기준이 모호하다는 얘기다.
누구는 석방돼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누구는 구금된 상태에서 재판을 받아야 하는데 그 구별 기준마저 모호하다면 과연 국민들이 형평성 있는 결과라고 납득할 수 있을까. 정부와 국회가 나서 보석 허가에 관한 보다 구체적인 기준을 마련해야 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