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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은 이번 순방을 통해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한반도 신경제지도의 한 축인 신남방정책의 목표를 명확히 했다. 아세안과의 관계를 한반도 주변 4강 수준으로 격상시키겠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브루나이에서는 인프라와 천연가스 협력을 확대하는 방안에 합의했다. 말레이시아에서는 양국간 자유무역협정(FTA)을 올해 안에 체결하기로 했다. 또 한류와 할랄을 결합해 세계시장에 공동으로 진출하는 방안도 추진하기로 했다. 캄보디아에서는 공적개발원조(ODA)를 통해 캄보디아 산업 발전을 지원하기로 하는 등 한국 기업의 캄보디아 진출을 위한 교두보를 확보했다. 이를 통해 한국 경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겠다게 문 대통령의 구상이다.
한국의 입장에서 아세안은 주목해야 할 시장이자 기회의 장이다. 지난 2017년 통계로 국내총생산(GDP)은 2조 7615억 달러로 세계 7위 규모다. 특히 2008년 이후 최근 10년간 아세안의 연평균 경제성장률은 5.1%에 달하고 있다. 경제적 차원뿐만 아니라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위해서도 아세안은 중요한 협력대상이다. 아세안 10개국은 모두 북한과 외교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각국이 각자 의미 있는 역할을 담당할 수 있고 그 역할을 적극적으로 하겠다는 의지도 밝히고 있다. 특히 올해 말 서울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초청하는 방안도 검토되는 등 아세안이 갖고 있는 대화 과정이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에 중요한 계기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앞으로 아세안을 적극 활용해야 하는 이유다.
하지만 이런 성과가 순방기간 터져나온 국내외 이슈에 묻힌 건 아쉽다. 여야 정치인들에게는 국익을 위해서는 정파와 상관없이 힘을 모아야 할 책임이 있다. 한 원로 정치인이 대통령이 국가를 대표해 해외 순방을 하는 동안은 직접 공격하지 않는 것이 정치적 도의라고 꼬집은 것을 정치권이 다시 한 번 깊이 새겼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