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는 주택을 제외하면 가계 자산 중 가장 값나가는 재산입니다. 수천만원에서 수억원대의 고가인 만큼 한꺼번에 현금을 주고 사는 경우는 흔하지 않습니다. 할부금융 서비스를 이용하는 게 일반적입니다. 서비스 이용시 주어지는 각종 혜택도 할부금융을 이용하는 배경 중 하나죠.
현재 국내 자동차 시장의 규모는 연간 160만대에 달하고 있고, 최근에는 국산차 대비 고가인 수입차 비중이 전체 시장의 20%에 육박하고 있습니다. 차량 구매가격이 상승하면서 현재 연간 40조원대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자동차 할부금융시장의 수익성 역시 빠르게 성장하고 있죠. 시장의 파이가 커지고 있다는 것은 캐피탈사에게 긍정적이지만 마냥 기뻐할 수만도 없는 상황입니다. 캐피탈사보다 규모가 크고 소매금융 노하우가 있는 카드사와 은행이 자동차 할부금융시장의 수익성에 주목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최근 가맹수수료 인하와 최고금리 인하정책 등으로 수익성이 낮아진 카드사들은 이를 보전하기 위해 자동차 할부금융시장 공략에 공을 들이고 있습니다. 시장에 널리 알려진 높은 브랜드 인지도와 편의성이 카드사의 무기입니다. 조달금리가 낮은 은행권은 자동차 구입을 고민하고 있는 고객들에게 상대적으로 싼 금리를 제시하며 인기몰이를 하고 있습니다.
돈이 되는 신차 할부금융시장에서 카드사·은행과의 경쟁이 본격화되면서 캐피탈사들은 중고차 시장에서 입지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신차보다는 못하지만 수익을 확보하기 위한 ‘마른수건 짜기’ 전략인 셈이죠. KB캐피탈은 이를 위해 중고차거래 플랫폼 ‘KB차차차’를 직접 운영하고 있고, 여러 캐피탈사도 ‘SK엔카’ 등 대형 중고차유통 플랫폼과 제휴하고 있습니다.
캐피탈사는 사업구조는 조금씩 달라도 자동차 할부금융 비중이 전체 사업의 50~80%로 절대적인 수준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 시장에서 동력이 떨어지면 수익 감소는 불보듯 빤합니다. 업계는 지난해 9000억원대 순이익을 남기며 2014년에 비해 두 배가 넘는 이익을 냈습니다. 하지만 경쟁업계의 공격적인 시장 진출로 인해 언제든 과거로 회귀할 수 있는 상황에 처한 셈입니다. 한 캐피탈업계 관계자는 “자동차대리점이나 법인영업을 더 적극적으로 하는 방법 외에 묘책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시장이 개화하고 있음에도 고민이 커지고 있는 캐피탈업계가 어떤 대책을 마련할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