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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흔들리는 장학금 제도…5년 동안 자진 파산 1만5000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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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수아 기자

승인 : 2018. 02. 12. 13:30

국가가 빌려준 학자금 갚지 못해 부모·친족으로 부담 확산
무담보·무심사로 비교적 손쉽게 빌릴 수 있었는데…
대학 학비 인상과 비정규직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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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6년부터 2015년까지 일본의 1인당 평균 급여와 국립대·사립대 등록금의 추이. 대학 등록금이 오름세를 유지하는 것과 달리 평균 급여는 상승하지 않고 있다. /사진=아사히신문
아시아투데이 엄수아 도쿄 특파원 = 일본 대학생들의 학비 부담을 덜어줬던 일본 국가학자금제도가 흔들리고 있다.

12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학생지원기구가 빌려준 학자금을 갚지 못해 학생뿐만 아니라 부모·친족의 파산이 확산되고 있다. 무담보·무심사로 비교적 손쉽게 빌릴 수 있었던 학자금이 결국 학생들의 상환 연체로 파산 연쇄를 낳고 있는 셈이다.

일본학생지원기구는 2004년 일본육영회가 독립 행정법인으로 만든 기구로 학생들의 장학금 명목으로 학자금을 대출하고 있다. 은행처럼 담보나 심사가 없는데다 졸업 후 20년 동안 상환하면 된다.

학자금대출 신청은 부모 중 한명을 연대 보증인, 4촌 이내의 친인척을 보증인으로 세우는 ‘인적 보증’이나 보증 기관에 보증료를 내는 ‘기관 보증’ 중 하나가 필요하다.

2016년까지 410만 명이 상환했지만 학자금을 갚지 못하겠다며 자진 파산 신고도 늘고 있다. 이 기관에 따르면 지난해까지 5년 동안 총 1만5338명이 파산을 신청했다. 학생 본인 파산은 8108명(기관 지분 475명 포함) 중 연대 보증인의 파산은 총 7230명이다.

법원이 상환을 요구한 건수는 지난 5년 동안 약 4만5000건이었다. 지난해 9106건의 상환 요구는 기구가 출범한 04년도의 44배 늘어난 수치다. 학자금을 갚지 못한 이들은 지난해(3451명)만 보더라도 5년 전보다 13% 늘었다. 급여의 압류 등 강제 집행은 2016년 387건으로 2004년에는 단 한건이었다.

학자금 상환에 시달리는 젊은이들이 속출하면서 이 기구는 2014년 연체 이자율 10%를 5%로 낮추고 연봉 300만엔(약 3000만원) 이하의 졸업자에게 상환유예 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유예 기간을 5년에서 10년으로 연장했다. 이 제도를 이용하는 이들은 지난해 말 총 10만 명으로 기간이 만료되는 2019년 봄까지 상환을 하지 못하는 이들이 속출할 가능성도 있다.

파산 배경에는 학비 인상과 비정규직 확산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지난 30년간 일본의 국립대 등록금은 2.13배 올라 약 54만엔(약 538만원), 사립 대학은 1.76배 오른 약 88만엔(약 876만원)이다. 평균 급여는 크게 오르고 있지 않는 상황이라 졸업 후 비정규직 등 수입이 안정되지 않을 경우 학자금 상환에 시달리게 된다.

3개월 이상 연체자는 2016년 16만 명으로 15년도 기구조사에서 77%가 “연봉 300만엔 미만”이라고 답했으며, 연체가 계속되는 이유에 대해 “소득이 낮기 때문”이 67%로 가장 높았다. 연체가 3개월 지속될 경우 신용카드를 사용할 수 없고 4개월째부턴 채권 추심 업체의 독촉을 받는다. 연락이 안 되면 집을 방문하거나 회사에 전화를 걸고, 9개월 연체부터 대출금과 이자 연체금의 일괄 반환을 요구한다.

법원이 상환 가망이 없다고 인정하는 경우 상환을 면할 수 있지만 대신 보증인의 재산이 처분되거나 당사자의 이름과 주소가 관보에 실리고 일정 기간 대출이 제한되는 등의 불이익을 받는다.

일본의 국가장학금제도는 1943년에 시작돼 현재 일본학생지원기구가 헌법 26조 ‘교육 기회의 균등’에 따라 운영하고 있다. 2016년 이용자는 131만 명으로 대학생 2.6명 당 한명이 이 제도를 이용하고 있다.

대출 금액은 약 1조엔(약 9조9700억원)으로 성적과 수입 등의 제한 요건이 있다. 학생 1인당 학자금 대출 평균은 무이자일 경우 237만엔(약 2364만원), 대출 조건이 느슨하고 이자가 있을 경우가 343만엔(약 3421만원)이다. 급여형 장학금은 17년도부터 시작됐으며 매년 2만 명 규모다.
엄수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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