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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남성도 여성도 아닌 제 3의 성 ‘히즈라’라고 불리는 존재들이다. 히즈라란 태어날 때부터 성별이 남성과 여성을 모두 가지고 있는 양성을 띄는 사람들과 남성의 신체로 태어나 스스로 거세를 한 뒤 여성의 정체성을 가지고 살아가는 이들을 통틀어 일컫는 말이다.
오늘날 인도 전역에는 약 200만 명의 히즈라가 있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힌두교에서는 이들 히즈라를 양성성을 띄고 있는 신들의 아바타로 결혼식이나 아기가 태어났을 때 축복을 내려주기도 하며 반대로 저주도 내리는 존재로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오늘날 히즈라의 삶은 축복과는 거리가 멀다. 이들 대부분은 구걸이나 매춘을 하며 살아간다.
구걸 중인 한 히즈라에게 인터뷰를 요청했다. 구걸 대신 직업을 구할 생각이 없냐는 질문에 “당신이라면 우리와 같은 사람을 고용하겠는가?”라고 반문한 그는 “우리에게는 직업이 한정적이다. 길거리에서 구걸하는 것과 성매매가 전부”라고 답했다. 다른 이들에게도 모두 같은 대답이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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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을 1시간 넘게 관찰한 결과 20명이 넘는 남성들이 이들과 접촉하며 대화를 시도했다.
매춘 호객행위를 하던 한 히즈라는 “먹고 살려면 어쩔 수 없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우리도 이 일이 좋아서 하는 것은 아니다. 당장 먹고 살려면 이 방법 외에는 별다른 대책이 없다” 말했다.
지하철역 인근 뿐만 아니라 거주지역에서도 히즈라들의 성매매는 쉽게 찾아 볼 수 있었다. 뉴델리 남부 무니르카로 향했다. 무니르카 빌리지 인근 골목으로 들어서자 여성 옷차림에 가방을 둘러메고 있는 히즈라를 만날 수 있었다. 그는 “사람들이 우리에게 대하는 행동이 낮과 밤에 다르다”며 “밤에는 많은 남성들이 우리를 찾고 있지만 낮에는 우리를 무서워하고 멸시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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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운전기사 니라즈(31)씨는 “오늘도 그들에게 적선을 했다. 자의로 한 것이 아니다. 그들의 저주가 무서워 강제로 한다. 그들은 돈을 주지 않으면 저주를 내리는 나쁜 취미를 가지고 있다”며 비난을 쏟아냈다. 이어 그는 “그들 대부분이 우리에게 공포감을 심어준다. 어떻게 그들을 좋게 바라볼 수 있겠는가? 그들 스스로 변화하지 않는 이상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운전기사 아쇼크(39)씨는 히즈라를 ‘마피아’와 같다고 말했다. 그는 “그들은 조직적으로 움직인다. 차량이 많이 몰리는 곳에서는 어김없이 그들을 만날 수 있다. 그들은 적선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나에게 자신과 같은 자식을 낳을 거라는 저주를 퍼붓는다. 심한 경우 집단으로 폭력을 행사하는 경우도 있다”며 강하게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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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1897년 영국 식민지배 당시 영국인들이 히즈라를 ‘범죄 종족’으로 분류하고 경찰병력을 통원해 대대적으로 탄압을 가했다. 이 과정에서 히즈라들의 위상은 급격히 낮아졌고 멸시와 혐오의 대상으로 변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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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분명히 변화의 바람은 불고 있다. 지난 2015년 인도 중부 차티스가르 주 라이가르시의 시장으로 히즈라 출신 마드후 바이 키나르가 당선되면서 인도사회에 큰 파장을 가져왔다. 인도정부 역시 히즈라의 편견을 깨기 위한 공익광고 제작에 앞장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