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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규계좌 발급 막혔는데”...가상화폐 실명제 도입 취지 ‘무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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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연 기자

승인 : 2018. 01. 2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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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화폐 거래 실명제가 오는 30일 도입된다. 실명 확인을 위해서는 가상화폐 거래소에서 제휴를 맺고 있는 은행의 계좌가 꼭 필요하다. 예를 들어 거래소 ‘업비트’를 이용 중인 고객은 제휴 은행인 IBK기업은행의 계좌를 만들어야만 입출금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그러나 정작 은행들이 금융당국 눈치에 가상화폐 거래를 위한 신규계좌 개설을 허용하지 않기로해, 300만명에 달하는 투자자들의 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실명제 도입 취지가 무색해졌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가상화폐 시장을 양성화시켜 거래의 투명성을 높이겠다는 목표와 달리, 정부와 금융당국의 ‘엇박자’에 시장의 리스크만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가상화폐 실명제 시스템을 갖춘 6개 은행(NH농협, 신한, IBK기업, KB국민, KEB하나, 광주)은 가상화폐 거래소 이용을 금융거래 목적으로 인정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현재 가상화폐 거래소와 계약을 맺고 있는 곳은 신한은행(빗썸·코빗·이야랩스), NH농협은행(빗썸·코인원), IBK기업은행(업비트)이다. KB국민, KEB하나, 광주은행은 실명제 시스템은 구축했지만 가상화폐 거래소와 계약은 하지 않았기 때문에 사실상 실명 확인을 위한 신규 계좌 개설과는 상관이 없다.

은행들은 금융거래 목적이 제대로 확인되지 않을 경우에는 계좌개설을 거절하거나 금융거래 한도 계좌만 개설해주기로 했다. 금융거래 목적 증빙이 어려운 주부, 대학생들이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금융거래 한도 계좌는 하루에 창구에서는 100만원, 현금자동입출금기에서는 30만원의 출금·송금 거래만 가능하기 때문에 사실상 의미가 없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당분간 신규 계좌 개설시 금융거래 목적 확인서와 각종 증빙 확인서류를 필수 징구하라는 지시가 내려왔다”며 “직장인들은 재직증명서를 들고와서 급여이체 통장이 필요하다고 하면 발급이 되겠지만, 소득 증빙이 안되는 투자자들은 계좌 개설이 어려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이 압박에 나서자 은행들이 이도 저도 못하는 상황이다. 금융당국은 지난 23일 실명제 시행일 발표와 함께 ‘자금세탁방지 가이드 라인’을 내놨다. 당시 금융당국은 신규 계좌개설 문제를 은행이 자율적으로 결정할 문제라고 규정하면서, 동시에 집중 점검 대상이 될 것이라며 엄포를 놓았다.

투자자들의 혼란만 커지는 모습이다. 투자자 이모씨(30)는 “업비트 등 대형 가상화폐 거래소는 신규 가입이 재개됐다고 가입하라고 광고하고 있으나, 정작 투자금 입금을 위한 은행 계좌를 만들기 어렵다고 하니 계획을 어떻게 짜야 할지 모르겠다”며 “가상화폐 시장을 건강하게 키우겠다는 취지와 달리, 오히려 혼란만 가중시키고 있다”고 토로했다.
김보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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