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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미중담판 중 시리아 폭격…‘고개드는’ 대북선제타격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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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훈 기자

승인 : 2017. 04. 07. 16:11

후순위로 밀린 선제타격 다시 부상 가능성…北-中 대응이 관건
트럼프, 정상회담서 경고 예상…고립주의 외교기조 변화 가능성
'김정남 VX 암살' 심각한 사안 간주…미중 '북핵담판' 주목

北 동창리서 미사일발사…"ICBM 가능성 낮아"(CG) [연합뉴스TV 제공]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일(현지시간) 시리아 공군기지에 대한 미사일 공습을 감행한 것은 여러 측면에서 큰 함의를 지니고 있다.
 

큰 틀의 외교·안보 기조 측면에서 보면 트럼프 정부가 그동안 주창해 온 '고립주의'를 버리고 다시 '제한적 개입주의'로 나설 수 있음을, 또 구체적인 사안으로 좁혀보면 실패의 연속이었던 현행 대북접근법에 획기적 변화를 줄 수 있음을 각각 시사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특히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의 역사적인 첫 정상회담을 하루 앞둔, 환영 만찬 직후 전격적으로 대대적인 공습을 감행했다는 점에서 이번 조치에는 북한은 물론 '생명줄'을 쥔 중국에 보내는 분명한 경고의 메시지가 담겨 있어 보인다.


중국이 북핵 문제를 앞장서 해결하지 않으면 시리아처럼 북한 문제도 '트럼프식' 대로 처리할 수 있다는 최후통첩성 경고를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줬다는 것이다.

◇'선 넘었다' 경고 후 즉각 폭격…고립주의 기조에 변화?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플로리다 주 마라라고 리조트에서 시 주석과의 만찬회동을 마친 뒤 시리아 공습 감행을 결정했다.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으로부터 브리핑을 받은 뒤 최종 결단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정부는 이미 전날부터 시리아 공습 가능성을 내비쳐 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방미 중인 압둘라 2세 요르단 국왕과 회담한 뒤 연 공동 기자회견에서 시리아의 화학무기 민간인 살상 의혹에 대해 "인류에 대한 끔찍한 모욕이다. 무고한 아이들과 유아들을 죽인 것은 레드라인과 많고 많은 선을 넘은 것"이라고 비난한 데 이어 이날도 기자들에게 "뭔가 조치가 취해져야 한다"며 모종의 행동에 나설 것임을 시사했다.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 역시 이날 미·중 정상회담을 위해 플로리다 웨스트팜비치 공항에 도착한 시 주석을 영접한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바샤르 알) 아사드가 한 행동들을 볼 때 그가 더는 시리아 국민을 다스릴 역할은 없어 보인다"며 아사드 정권 축출 필요성을 공식 제기한 뒤 "화학무기 공격은 중대한 문제로, 여기에 대해선 중대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트럼프 정부는 이 같은 경고 메시지 발신 후 얼마 되지 않아 실제로 공습을 단행했다.
     

외견상 트럼프 대통령의 '레드 라인' 발언 이후 후속조치로 군사 대응이 이뤄진 셈이다.


특히 60∼70발의 토마호크 크루즈 미사일이 동원된 이번 공습은 트럼프 대통령의 첫 군사력 사용 명령으로, 그의 강력한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의 사실상 첫 공습 명령인 이번 조치는 대외문제 개입 자제라는 트럼프 정부의 현행 외교·안보 기조에도 변화를 초래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우리는 (이전 정부로부터) 비극적 외교정책의 재앙들을 물려받았다"고 주장하면서 앞으로는 대외문제에 대한 불가피한 개입을 최대한 자제하겠다는 방침을 밝혀왔다.


미국이 그동안 세계의 경찰 역할을 하면서 온갖 이슈에 개입했지만, 이제는 그럴 여력도 없는 만큼 거리를 두면서 철저히 미국과 미국인들의 이익을 따져 행동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내비쳐왔다.


하지만 이번 공습으로 트럼프 정부는 시리아 내전에 본격적으로 개입하는 모양새가 됐고, 시리아 사태는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아울러 트럼프 정부가 아사드 정권을 지원하는 러시아에 미리 공습 사실을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사전 통보 여부와 관계없이 러시아와의 갈등은 불가피해 보인다.


직전 버락 오바마 정부는 아사드 대통령이 2011년 민주화 시위를 유혈 진압하자 애초 아사드 정권 퇴진을 공개적으로 추진했으나 내부적으로 조기에 아사드 대통령을 제거하기가 쉽지 않다는 회의론 속에 2015년 '아사드 퇴진-시기는 협상 통해 결정'으로 한 발짝 물러섰고, 최근에는 아예 주도권을 러시아에 넘겨준 모양새가 됐다.


◇대북 선제타격 다시 힘 받나…트럼프-시진핑 '북핵 담판' 주목
트럼프 정부 출범 직후 북한에 대한 선제타격 여론은 급속히 확산됐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도발이 계속되면서 행정부는 물론 미 의회에서도 대북 선제타격 옵션을 압박해 왔다.


하지만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는 최근 대북정책 검토 작업을 마무리하면서 제재에 방점을 두고 선제타격 옵션은 한반도 전쟁위험 등 심각한 부작용을 우려해 후순위로 미뤄둔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북한에 대한 전방위 제재와 중국을 겨냥한 '세컨더리 보이콧'(제3자 제재)에 주력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셈이다. 군사옵션은 최후의 수단으로 열어만 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시 주석의 방중을 앞두고 기류는 다시 급변했다.


마치 기선잡기라도 하듯 트럼프 대통령을 필두로 핵심 각료들이 하루가 멀다고 선제타격을 포함한 모든 옵션을 검토 중이라는 초강경 메시지를 발신해 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일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 인터뷰에서 "중국이 북한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다면, 우리가 할 것이다. 그게 내가 말할 수 있는 모든 것"이라며 중국에 양단간 결단을 하라는 최후통첩성 메시지를 보낸 데 이어, 전날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의 전화통화에서도 대북대응책과 관련해 "모든 옵션이 테이블 위에 놓여 있다"고 경고했다.


또 전날 방미 중인 압둘라 2세 요르단 국왕과 정상회담을 마친 뒤 연 공동 기자회견에서는 북한을 '큰 문제'라고 규정하면서 북핵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자신의 책임이라고도 단언했다.


이날 마라라고로 향하는 전용기 에어포스원 기내에서도 기자들에게 "중국이 (대북 압박을) 강화하지 않는다면 독자로 행동할 준비가 돼 있다"며 거듭 강조했다.


미국이 구사할 수 있는 독자 해법에는 이론상 선제타격도 포함된다.


한반도 전쟁 위험성 때문에 현실적 대안이 되기 힘들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지만 가능성 자체를 배제할 수는 없다.


이런 상황에서 나온 시리아 공습은 최후의 수단이긴 하지만 대북 선제타격 역시 엄연히 실행 가능한 옵션 중 하나라는 분명한 메시지를 북한과 중국에 주는 효과를 띠고 있다. 북한에 대해서는 '절대 오판하지 말라'는, 중국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협력하라'는 압박성 경고로 해석할 수 있다.


일각에선 시리아 공습을 '김정남 VX 암살' 사건과 연계짓는 시각도 있다. 시리아 화학무기 살상과는 엄연히 다른 사안이긴 하지만 트럼프 정부는 북한의 신경성 독가스 사용도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도 이날 성명을 통해 시리아 공습 배경을 설명하면서 "치명적인 화학무기 사용과 확산을 미리 막고, 저지하는 것은 미국의 필수 안보이익에 포함된다. 시리아 정권이 화학무기를 사용하고. 화학무기금지협약(CWC)상 의무를 위반하고, 유엔의 촉구를 무시한 것은 논란의 여지가 없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과의 7일 정상회담에서 이 같은 입장을 여과 없이 전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 주석이 북핵 문제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어떤 카드를 내밀지는 미지수다.


중국은 현재 국제사회 주도의 대북제재에는 찬성하지만, 그 이상은 세컨더리 보이콧이나 군사옵션은 오히려 상황만 악화시킨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다만 북한의 6차 핵실험 움직임과 탄도 미사일 도발 등으로 미국은 물론 국제사회의 여론이 악화할 대로 악화된 터라 대북제재 강화에는 어느 정도 합의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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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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