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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과정에서 ‘물갈이 대상’으로 지목됐던 친노(친노무현), 86그룹 등은 김종인 추대론에 반기를 들고 있다. 누가 당권을 쥐느냐를 두고 계파 간 충돌이 재점화하고 있는 것이다. 일각에선 친노 그룹이 김 대표를 총선용으로 한정시키고 용도폐기할 수 있다는 전망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말까지 나온다.
더민주는 18일 비대위 정무직 당직자 6명의 인선을 발표했다. 정장선 총무본부장, 이언주 조직본부장, 박수현 전략홍보본부장, 박광온 대변인, 이재경 원외 대변인, 박용진 대표 비서실장이다. 당 장악력을 높이기 위해 친정 체제를 강화하면서 친노·운동권 그룹은 뺀 것이 특징이다. 때문에 김 대표가 총선 이후 당권을 쥐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라는 해석이 달렸다.
김 대표도 전날 언론 인터뷰에서 합의 추대론에 대해 “그때 가서 생각해 볼 문제”라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취임 이후 줄곧 직설화법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밝혀온 김 대표의 이 같은 발언은 사실상 수용을 시사한 것이라고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친노·86그룹에서 합의추대에 반발하는 목소리가 잇달아 터져 나왔다. 공천에서 컷오프된 정청래 의원은 트위터에 “셀프공천에 이어 셀프대표는 처음 들어보는 북한식 용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욕심은 더 큰 욕심을 부르고, 더 큰 욕심은 화를 부른다”며 “합의추대는 100% 불가능할 것”이라고 단단히 별렀다.
정성호 의원은 라디오 방송에서 “민주적인 정당에서 가능할 것인지 의문이 든다”고 난색을 표했고 박영선 의원도 “김 대표는 후보군 중 한 분이다. 그 후보군이 몇 분 더 되실 수도 있고 여론수렴이 필요하다”고 에둘러 반대 입장을 밝혔다.
더민주의 당권을 둘러싼 계파 갈등은 고조되는 분위기다. 원내 제1당이라는 지위를 얻은 데다 당권을 쥔 쪽이 내년 대선 후보 경선까지 총괄하기 때문에 계파 간 물밑 기 싸움은 치열할 수밖에 없다. 다만 호남 패배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못한 친노·86그룹이 자신들에 대한 부정적 시각을 의식하고 있는 만큼 다른 세력과 손잡을 가능성도 있다.
당권을 둘러싼 갈등이 불거지면서 ‘전략적 제휴’를 맺어온 친노와 김 대표가 본격 긴장관계에 돌입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실제로 양측은 비례대표 선출을 위한 중앙위 사태와 당 정체성, 호남 선거지원 문제 등을 놓고 계속 다른 입장을 보였다.
친노 좌장이자 무소속으로 7선에 성공한 이해찬 의원의 복당 문제를 두고도 심상치 않은 기류가 흐른다. 이 의원은 세종시에서 당선되자마자 복당 의사를 밝히며 “김 대표에게 사과를 요구하겠다”고 갈등을 예고한 바 있다.
친노 그룹은 공천 과정에서 김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의 사심이 개입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 의원은 전날 트위터에 “사심공천 전횡을 휘두른 5인방을 조만간 공개하겠다”고 적었다. 최민희 의원도 “총선 때라 참았지만 이제는 참지 않겠다”며 “김 대표에게 모든 책임을 뒤집어씌우려 했던 내부의 적들과 싸우겠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들은 이 의원의 복당 수용을 촉구하고 있지만 김 대표는 여전히 부정적 입장을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