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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니지 ‘생명의 단검’ 사건 일단락…하지만 의문점은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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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포럼 황대영 기자

승인 : 2016. 02. 26. 17:27

사건의 당사자들, 확산 막으려 무마시키는 정황 나타나
사기로 행방이 묘연했던 ‘생명의 단검’이 BJ(Broadcasting Jockey) 불OO에 의해 다시 원래 소유자 ‘앤드오브조우’에게 돌아왔다. 하지만 그 뒤끝은 영 석연치 않다. 사건이 경찰, 법원 등 수사기관으로 번지고, 게이머들 사이에 이슈로 부각되면서 당사자들이 갑자기 무마시키는 정황이 뚜렷하다.

엔씨소프트의 온라인게임 리니지에서 ‘생명의 단검’은 본래 ‘생명의 검’이었다. ‘생명의 검’은 지난 2001년 8월 31일 인천의 한 병원에서 희귀 혈액(RH-O)을 수혈받지 못해 생명의 위태로운 처지에 놓여있던 환자에게 긴급 수혈한 리니지 유저에게 엔씨소프트가 지급한 선의의 상징적인 아이템이다. 그런 ‘생명의 검’은 지난해 12월 16일 엔씨소프트의 빈티지 프로젝트를 통해 ‘진명황의 집행검’ 이상의 가치를 지닌 유니크한 ‘생명의 단검’으로 탈바꿈했다.

이렇게 의미 있는 ‘생명의 단검’은 지난 1월 20일 보유한 조우 서버의 ‘앤드오브조우’ 유저가 4,500만 원 허위 입금 문자에 속아 고스란히 아이템을 넘겨주는 사건이 발생했다.

사기를 당한 ‘앤드오브조우’ 유저는 다급한 마음에 엔씨소프트에 계정 도용 신고를 했지만 장시간 접속한 IP로 나와 기각 처리되었고, 이어 사기 신고를 했지만 채팅 로그 기록을 토대로 사기로 판단할 채팅이 존재하지 않아 이도 역시 기각 처리됐다. 이후 ‘앤드오브조우’ 유저는 가지고 있는 증거 자료를 토대로 안성 경찰서에 수사를 의뢰했다.

하지만 경찰 측은 며칠 뒤 피해자 ‘앤드오브조우’에게 사기범의 연락처는 외국인 명의로 된 선불폰이기 때문에 찾을 수 없다고 알렸다. 이렇게 ‘생명의 단검’의 행방이 오리무중에 빠져갈 무렵. 리니지 BJ 훅OO를 통해 ‘+10 생명의 단검’이 불쑥 등장했다.

리니지 유저들에게 의혹의 눈초리를 받자 BJ 훅OO는 방송으로 ‘+10 생명의 단검’은 같은 혈맹원 훅O의 아이템으로 3,000만 원에 구매했고, 원주인이 +7에서 +9까지 직접 만들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해당 아이템 인챈트(강화) 과정 스크린샷을 가지고 있다던 훅O이 BJ 훅OO에게 사실 없다고 털어놨고, BJ 불OO에게 3,000만 원에 구매한 것으로 밝혀졌다.

해명한 내용 중 거짓이 드러나자 BJ 훅OO은 리니지 유저들에게 지탄받았다. 신기한 아이템을 방송에서 공개해 흥미를 끌어보려다 졸지에 사기꾼으로 몰리게 된 것. BJ 훅OO은 ‘+9 생명의 단검’을 정상적으로 3,000만 원을 BJ 불OO에게 지급하고 구입했으며 계좌 이체 내역까지 공개할 수 있다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사건이 확산되자 중개 수수료 300만 원을 받고 거래를 알선한 BJ 불OO는 해당 아이템이 사기 아이템이란 증거도 없을뿐더러 오히려 명예훼손을 당하고 있다며 주장했다. '생명의 단검’이 리니지에 단 한 자루 존재한다는 것은 대부분의 리니지 유저들이 알고 있는데도 정작 본인은 몰랐다는 것이다.

그러다가 지난 24일 수사기관이 엔씨소프트에게 제공받은 문제의 ‘생명의 단검’ 이력 조회 결과 단 하나뿐이고, BJ 불OO이 중개한 아이템이 사기로 잃어버린 아이템과 동일한 것으로 밝혀지자 BJ 불OO는 태도를 180도 돌변했다. 명예 훼손을 주장하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사기 아이템을 중개한 책임을 본인이 지고, 사건을 해결하겠다는 정의의 사도가 되어 돌아왔다.

엔씨소프트가 경찰 측에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총 6개의 계정에 ‘생명의 단검’이 옮겨졌고, 최종적으로 훅O이 갖고 있는 ‘생명의 단검’이 문제의 아이템이라고 밝혀졌다. 최초 사기로 아이템을 건네받은 계정은 성별부터 달라 도용된 계정인 것으로 보인다.

공식 수사의 중간 과정이 공개되면서 태도를 바꾼 BJ 불OO는 ‘생명의 단검’이 사기 아이템인 줄 모르고 중개한 책임을 지겠다고 말했다. 거래 금액 3,000만 원과 인챈트 과정에 증가된 비용 중 1,400만 원은 BJ 불OO에게 중개 의뢰한 판매자가 책임을 지고, 나머지 1,700만 원은 자신이 내놓겠다는 것.

그러나 여기서 이해 안 되는 대목이 있다. 보통의 경우 수사기관을 통해 해결을 보는 게 일반적인 상식이다. 단지 중개자 입장임에도 본인이 1,700만 원이나 되는 큰 금액을 손해 보면서 보상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이 힘들다.

유저들 사이에서도 아이템 거래에 연루됐을 경우 계정 압류 등의 불이익을 받기 때문에 BJ 불OO가 금전적 손실을 떠안으며 급하게 사건을 마무리 시키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생명의 단검 사기 사건을 접한 유저들은 "생명의단검이 전 서버 하나인데 사기 아이템인지 몰랐다는 게 말이나 되나", "이런 식으로 해서 빠져나가면 안 된다. 만약 엔씨가 불OO를 아무 책임 안 물고 그냥 넘어가면 리니지 유저들이 다 일어설 듯" 등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실제로 엔씨소프트는 경찰 수사 결과에 따라 추후 조치가 있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사건은 일단락됐지만 후폭풍은 여전히 남아있다는 것. 또 아프리카TV 역시 내부적인 검토 후 문제가 된다면 BJ 불OO에 대한 제재를 가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어찌 됐든 ‘생명의 단검’을 둘러싼 사기 사건은 BJ 불OO가 원래 소유주에게 아이템을 돌려주면서 일단락됐다. 일이 커지자 급하게 마무리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지만 원래 소유주가 피해를 받지 않았다는 점은 환영할만한 일이다.

다만 만약 '생명의 단검' 사건을 최초로 보도하지 않았을 경우 결과가 지금처럼 나왔을지는 의문이다. BJ 불OO의 주장대로 애초 사기 아이템인지 몰랐을 수도 있고, 본인도 피해자라는 주장이 맞을 수 있다. 그렇지만 사기 아이템을 중개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또 처음에는 사기 아이템인지 몰랐다는 태도로 일관하다 수사 결과가 나오자마자 태도를 바꾼 점에 대해서도 해명이 필요하다.

단지, 결과적으로 본래 소유자가 아이템을 회수하게 됐고, 본인도 피해자라는 일방적인 주장만 늘어놓는 것은 설득력이 부족하다.

엔씨소프트 역시 이번 ‘생명의 단검’ 사건에 대해 적절한 조치가 필요하다. 운영 정책에 위배되는 현금 거래가 명명백백 드러난 만큼 공식적인 입장과 제재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플레이포럼 황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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