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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수엘라 선거관리위원회는 6일(현지시간) 치러진 총선 투표를 개표한 결과 야권 연대인 민주연합회의(MUD)가 전체 167석중 99석, 집권 통합사회주의당(PSUV)이 46석을 차지한 것이 확정된 가운데 나머지는 집계 중이라고 밝혔다.
베네수엘라에서 야권이 의회 다수당을 차지한 것은 1998년 우고 차베스가 정권을 잡고 이듬해인 1999년 제헌의회가 구성돼 총선을 시행한 이래 처음이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선관위의 발표 직후 방송을 통해 패배를 시인하면서 경제 위기 상황을 타개하는 데 의회가 집중해달라고 요청했다.
민주연합회의는 이념적으로는 중도 좌우파가 섞인 가운데 ‘차베스주의’에 반대하는 성향이 있는 군소정당들로 결성됐다.
특히 야권이 이번에 다수당의 위치를 차지하게 됨으로써 마두로의 사회주의 정부는 큰 동력을 잃게 됐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인 산유국 베네수엘라 여당의 몰락은 대중인기영합주의(포퓰리즘) 정책에 의한 경제 파탄이 결정적인 것으로 풀이된다.
베네수엘라의 연간 인플레이션율은 200% 안팎에 달하는 것으로 국제통화기금(IMF)은 추정하고 있으며, 마두로 대통령 스스로는 80%선이라고 밝혔다.
마두로 대통령은 의회로부터 포고령으로 법률을 제정할 수 있도록 하는 특별권한을 부여받는 등 집권 여당의 다수당 위치를 만끽해왔다. 이번 총선의 결과는 마두로 대통령이 계승한 차베스의 포퓰리즘에 근거한 사회주의, 즉 ‘차비스모’가 (Chavismo)가 베네수엘라에서 희석되고 있다는 방증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베네수엘라 총선은 남미 좌파정권들이 잇따라 붕괴 위기에 처한 가운데 치러졌다.
지난달 아르헨티나 대통령선거에서 중도우파 성향의 후보가 집권 좌파 후보를 물리치고 당선되는가 하면 최근 브라질에서는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전격 진행중이다.
이는 국제 원자재 가격의 끝없는 추락으로 원자재 수출국인 이들 나라의 경제불안이 심해지면서 민심이 돌아섰기 때문으로 보인다. 베네수엘라와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 원유 수출국들은 모두 심각한 경제위기를 겪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