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간염·간경변증·간암으로 대표되는 간 질환은 우리나라 40~50대 중년 남성을 집중적으로 괴롭히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13년 간경변증(간의 섬유증 및 경화)으로 진료를 받은 7만6038명 중 50.7%가 40~50대였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2014년 사망원인통계’ 자료를 보면 지난해 한국인의 사망원인 1위는 암이었으며, 40~50대에선 간암이 사망률 1위 질환이었다. 중장년층은 잦은 술자리를 비롯해 복부비만과 성인병 등으로 간 질환 발병률이 높아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만성 간질환 주원인 ‘B형 간염’…적극 조기 치료해야
간염은 간에 염증을 일으키는 모든 질환으로 바이러스성이 많다. 바이러스 간염에는 A형·B형· C형·D형·E형 간염이 있는데 우리나라 인구의 5%가 B형 간염, 1~2%가 C형 간염 바이러스 보유자로 추정된다. 그중 B형 간염은 한국인 만성 간 질환 원인의 60~70%를 차지한다. 국내 간암 발생의 약 75%는 만성 B형 간염에서 비롯된다.
B형 간염이 무서운 이유는 병이 어느 정도 진행돼도 환자 스스로 잘 알아차리지 못한다는 점이다. 만성 간 질환으로 진행되는 수십 년 동안 증상이 없다. 환자에 따라 간 질환 증상이 나타나기도 하지만 특별한 변화를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만성 B형 간염이 심하거나 오래 지속되면 간경변으로 진행할 수 있는데, 일단 간경변으로 넘어가면 간암 발생 위험은 매우 높아진다.
바이러스성 간염에 걸리면 전문의의 치료 방침에 따라 간염 바이러스의 활성도를 떨어뜨리는 치료를 받게 된다. 바이러스가 재활성화하는 상황이 반복되면 간세포가 손상을 입고 딱딱해지는 섬유화 현상이 일어난다. 섬유화가 진행될수록 간 기능과 재생 능력이 떨어지고, 간경변증으로 악화한다. 따라서 간염이 간경변증으로 발전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선 적극적인 간염 치료가 필수적이다. B형 간염의 경우 효과적인 백신이 개발됐고 질병의 진행을 막을 수 있는 치료제도 나왔다. 그러나 아직까지 완치는 불가능하다.
가장 좋은 예방법은 B형 간염 예방접종을 받는 것이다. 보건복지부 지정 전문병원 민병원에 따르면 요즘에는 영유아기에 주로 B형 간염 예방접종을 받지만 연령대가 높은 사람들의 경우 항체가 없을 가능성이 높으므로 항체 유무 검사 후 항체가 없다면 B형 간염 예방 접종을 받도록 한다. 간경변 없이도 만성 간염에서 간암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만성 B형 간염 환자는 최소 6개월에 한 번씩 반드시 B형 간염 바이러스 증식 정도·간염 수치·간암 검진 등 정기 검진을 해야 한다.
◇간 딱딱해지는 ‘간경변증’…간염 백신 맞고 과음 피해야
간경화로 흔히 알려진 간경변증은 과도한 음주나 자가면역 질환 및 만성 간염 등으로 발병한다. 간세포가 손상되거나 염증을 일으키면 간의 기능이 저하되고 부드러운 간이 딱딱해지면서 거칠게 변한다. 간경변증 초기에는 피로와 식욕 부진 등이 미미하게 나타날 수 있으며 특이 증세가 없는 경우도 많다. 질병이 점차 악화되면 황달과 복수 등이 동반된다. 또한 손바닥이 빨갛게 변하거나 발과 다리가 심하게 부을 때도 간경변증을 의심해 볼 수 있다.
간경변증은 혈액검사나 컴퓨터단층촬영(CT) 등으로 진단이 가능하고 확진 결과에 따라 환자 개개인에 맞는 치료법을 적용하게 된다. 일단 간경변증이 발병하면 치료를 받아도 굳어진 간이 원상태로 회복되기 어렵다. 하지만 발병 원인을 파악하고 적절한 치료가 이뤄지면 상태가 더 악화되는 것은 막을 수 있다.
무증상일 때 간 손상을 일으키는 원인을 제거하는 게 가장 바람직하다. 주로 과음이나 만성 간염으로 발병하는 만큼, 음주를 절제하고 B형 간염·C형 간염 등 바이러스성 간염을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 B형 간염은 백신을 맞고, C형 간염은 아직까지 일반 백신이 없으므로 혈액 및 체액을 통해 감염되는 전염 루트를 피하는 것이 가장 좋은 예방법이라 할 수 있다.
간암은 누구에게나 나타나는 병은 아니다. 대부분은 바이러스 간염 보균자와 이로 인한 만성간염 및 간경변증 환자들에게 발병한다. 간암의 60~70%가 B형 간염, 10~15%는 만성 C형 간염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간염이 만성화되고 세포가 파괴되면 간경변증뿐 아니라 간암으로 진행될 확률 또한 매우 높아진다. 간암은 초기 증상이 거의 없고 발병 이후 진행과 전이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정기검진 및 예방이 매우 중요하다.
복진현 민병원 간질환센터 원장은 “간혹 간경변증이나 간암 환자들이 치료를 위해 검증되지 않은 민간요법 등을 시행하는 경우도 있는데 적기에 치료받지 않는다면 질병 진행이 빨라 더 위험할 수 있다”며 “간 질환이 발병했을 때는 즉시 전문 의료기관에서 치료를 받고 무엇보다 예방 차원에서 항체 형성을 위한 예방접종과 금주 및 금연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조기 발견 및 적기 치료를 위해 간암 발생 위험이 높은 고위험군이라면 반드시 피검사와 복부초음파 등 영상 검사 등으로 정기 검진을 해야 한다. 고위험군에는 간염 바이러스 보균자 및 간경변증 환자, 가족력이 있거나 평소 술자리가 잦은 40대 이상 남성 등이 해당된다.
간 건강을 위해서는 일반적으로 생선·고기·계란·두부·우유 등의 식품으로 단백질을 충분히 섭취하는 것이 좋다. 단백질이 간의 회복과 재생에 도움이 되기 때문. 만약 간 기능이 현저히 저하되거나 손상됐다면 저단백 식이요법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 그러므로 전문의의 정확한 진단 후 식이요법과 함께 영양제를 복용하는 것이 권장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