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11일 서울 소공동 본관에서 정례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1.5% 수준에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기준금리는 지난 6월 1.75%에서 1.5%로 인하된 후 3달 째 같은 수준을 이어가고 있다.
시장에서도 9월에는 기준금리가 동결될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했다. 금융투자협회가 채권전문가 11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95.7%가 9월 기준금리 동결을 예상했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동결한 이유는 경기 회복세가 저조하지만 미국 금리 인상을 앞두고 외국인 투자자금 이탈과 가계부채 증가세를 막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16~17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연다. 최근 미국의 9월 기준금리 인상 기대가 커지는 가운데 한은이 기준금리를 내리는 것은 부담스러운 결정이다. FOMC 결정으로 글로벌 경제 변동성이 커지는 만큼 한은은 상황을 좀 더 관망한다는 입장으로 풀이된다.
외국인 투자자금의 국내 증시 이탈 우려도 한 몫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금리 인상을 시작하면 신흥국을 중심으로 외국인 투자자금이 빠져나갈 우려가 있다.
최근 1200원대까지 치고 올라온 원·달러 환율도 외국인 자금 이탈 우려를 더하고 있다. 10일까지 외국인 투자자들은 26일 연속 국내 증시에서 순매도를 기록했으며 이 기간 동안 빠져나간 자금은 5조원이 넘는다.
가계부채도 기준금리 인하의 걸림돌이다. 한은에 따르면 6월말 기준 가계신용(가계대출+판매신용)은 1130조원을 넘어섰다. 기준금리를 내리면 대출 수요가 늘어나 가계부채 증가세를 가속하게 된다.
전문가들은 한은이 9월 기준금리는 동결했지만 10월 이후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물가상승률이 0%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경기회복세가 미약한 만큼 한은이 부양책을 내놓을 수 있기 때문이다.
권영선 노무라금융투자 연구원은 “한은이 올해 10월과 내년 3월에 금리를 각각 0.25%포인트 인하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