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 전체 매출의 95%가 한국에서 발생하고 있지만, 지배구조 최상단에 일본 법인이 상당수 포진돼 있어 사실상 대부분의 이윤을 일본 계열사가 챙기고 있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한·일 롯데 계열분리 등 대대적인 지배구조 개편이 진행되지 않는 이상 ‘일본국적’ 논란은 끊이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1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 상반기 한국 롯데 6개 계열사에 대한 일본 측의 지분법 이익은 2034억원에 달한다. 연간으로는 대략 4000억원이 훌쩍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분법 평가손익이란 자회사를 비롯, 다른 회사에 투자한 지분이 있을 경우 피투자회사의 손실 가운데 보유 지분만큼을 자사의 손익으로 반영한 것을 말한다. 예컨대 A기업이 B기업의 지분을 25% 보유하고 있을 때 B기업의 당기순이익이 100억원이라면 이중 출자분 25%에 해당하는 25억원은 지분법 평가이익으로 간주, 영업외수익으로 반영된다.
한국 롯데의 실질적인 지주사인 호텔롯데의 올 상반기 순이익은 1078억원으로, 이중 일본 측에 지분법 이익으로 1070억원이 계상된다. 호텔롯데는 전체 지분의 99.28%를 일본 측이 보유하고 있다. 지난 6월 말 기준 일본 롯데홀딩스가 19.07%의 지분을 갖고 있으며 광윤사 5.45%, L1~12투자회사 72.65%, 일본 ㈜패미리 2.11%를 갖고 있다.
일본 롯데홀딩스, L제3투자회사가 61.97%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롯데물산도 같은 기간 벌어들인 순이익 1252억원 중 776억원이 일본 측의 이익으로 반영됐다. 롯데물산은 일본 롯데홀딩스가 56.99%, L제3투자회사 4.98%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 밖에 롯데알미늄, 롯데로지스틱스, 롯데캐피탈도 각각 27억원, 66억원, 11억원이 일본 롯데 측 수익에 더해진다. 부산롯데호텔의 경우 전체 지분 100%를 일본 측이 보유하고 있어 벌어들인 수익 전부가 일본 측에 반영된다.
전문가들은 이는 롯데그룹의 지배구조 상의 문제에서 기인하는 것이라며, 신 회장이 발표한 지배구조 개편 작업을 통해 일본 기업의 지분을 낮춰야 한다고 지적한다. 현재 롯데그룹의 지배구조는 ‘광윤사→일본 롯데홀딩스→L1~12투자회사→호텔롯데 및 국내 계열사’로 이뤄져 있어, ‘한국 롯데가 일본 롯데에 종속돼있다’는 일각의 비난을 받고 있다.
송민경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연구원은 “롯데 한·일 기업 집단 전체를 장악하는 회사가 일본 법인인 상황에서, 이번 경영권 분쟁을 통해 국적 논란이 심화된 측면이 없지 않아 있다”며 “지배구조 개편에 대한 요구는 계속 있어왔으나 이번 계기를 바탕으로 일본 의존도를 낮춘 지배구조 개편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그룹은 주주 구성을 다양화하고 기업의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해 호텔롯데의 기업공개(IPO)를 진행할 예정이다. 또 순환출자의 80%를 해소하고 중장기적으로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호텔롯데 IPO를 통해 일본 주주의 지분율이 줄어들뿐 해소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일분국적 논란은 롯데그룹의 꼬리표처럼 따라다닐 수밖에 없다고 분석한다.
익명을 요구한 연구위원은 “IPO를 통해 호텔롯데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일본 측의 지분은 줄어들겠지만, 한·일 롯데그룹 지배구조 큰 그림에서 봤을 때 일본 법인은 여전히 지배구조 최상단에 위치한다”며 “국내와 일본 계열사에 대한 완벽한 계열분리나 정리가 불가능한 이상 논란은 언제든 또 불거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