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정부는 오는 10월 인도양에서 미국·일본이 참여하는 합동 해상군사훈련을 실시할 계획인 것으로 22일(현지시간) 알려졌다.
뉴델리의 해군·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미국·일본·인도 군 당국자는 21~22일 양일간 일본 요코스카(橫須賀) 미 해군기지에서 합동군사훈련에 관해 논의했다. 일본 정부 당국자도 3국의 해군 대표자가 일본 해군의 참가에 대해 논의했다고 확인했다.
3국은 향후 인도양 동북부 벵갈만에서 실시될 훈련에 참가할 군함·전투기 등 훈련 규모와 수송·상호시설장비 이용 등 계획에 관해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계획에 대해 인도 국방부는 함구하고 있고, 일본 해상자위대는 아직 확정된 것은 없다고 밝히고 있다.
인도가 다국적 군사훈련을 실시하는 것은 8년만이다. 인도는 2007년 벵갈만에서 미국·일본·호주·싱가포르가 참가한 해상군사훈련을 실시했다. 이에 중국 정부가 강하게 반발하자 지금까지 인도 인근 해안에서 실시되는 다국적 군사훈련에는 참가하지 않았다.
하지만 중국의 최근 행보가 인도 정부의 결단을 촉발시켰다. 베이징(北京)의 한 군사전문가는 “인도가 인도양을 안방으로 여기고 이곳에서 독점적인 지위를 가지려고 하지만 혼자서 인도양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며 “중국과 미국이 활동하는 태평양처럼 인도양도 중국과 인도가 (공동) 관할해야 있다”고 했다.
앞서 중국군 당국자는 지난 1일 “인도양은 더 이상 인도의 안방이 아니다”고 인도 측을 자극했다. 중국 측의 속내를 그대로 드러낸 것이다.
실제 중국은 최근 인도양에서의 세력확장을 본격화해 왔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은 지난 4월 파키스탄을 방문, 과다르항 개발 등에 460억 달러(약 50조원)를 투자하는 초대형 경제협력방안을 밝혔다.
이 프로젝트는 중국 신장자치구 카스와 파키스탄 과다르 항구를 잇는 3000㎞ 구간의 ‘중국-파키스탄 경제회랑 건설 플랜’이다. 중국은 40년간 과다르항에 대한 운영권을 갖게 된다.
이는 중국이 아시아 교역·교통 통로를 확장하면서 ‘아시아 중시전략(Pivot to Asia)’을 펴고 있는 미국과 인도양의 ‘맹주’ 인도를 견제하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됐다.
아울러 지난해 스리랑카에 이어 지난 5월 파키스탄 카라치에 잠수함을 정박시키는 등 중국의 군사활동도 강화됐다. 스리랑카는 인도의 ‘코 앞’이고, 파키스탄은 ‘실제적’ 위협국가로 분류된다.
이에 인도 정부가 8년만에 다국적 해상군사훈련을 실시하게 된 것이다. 이와 관련, 인도 외교전문가는 “모디 정부가 방위전략에 있어서 더 이상 중국 정부의 비토를 수용하지 않는 것임을 의미한다”고 했다.
인도는 매년 미국과 인도 서남안 말라바르 해안에서 합동군사훈련을 실시해 왔다. 이번에 일본까지 참여시켜 중국에 대한 견제를 강화하게 된 것이다.
이는 일본·인도·호주 등과 연계해 태평양·인도양에서 중국의 포위하려는 미국의 대아시아 전략과도 맥을 같이 한다. 미국 정부가 중국뿐 아니라 한국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을 일본 열도뿐 아니라 전세계로 확장한 것도 이 때문이다.
미·일 양국은 지난 4월 27일 미국 뉴욕에서 ‘국무·국방장관 연석회의(2+2)’를 열고 일본 자위대가 미국이 관여하는 전세계의 국제분쟁에서 후방지원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방위협력지침(가이드라인)을 확정했다.
일본의 참가 결정도 중국 견제의 일환이다. 일본은 지난 21일 공개한 2015년 방위백서에서 중국의 위협을 강조했다. 중국의 해양활동에 대해 “고압적이고, 일방적인 주장을 타협 없이 실현하려는 자세”라며 “예측 못한 사태를 초래할지 모르는 위험한 행위”고 했다. 아울러 일본이 실효지배하고 있는 센카쿠(尖閣·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 열도를 둘러싼 양국의 갈등도 첨예화되고 있다.
미·일·인도 간 합동 해상군사훈련은 태평양·인도양을 둘러싼 이 같은 갈등 상황에서 실시되는 대(對)중국 포위 전략의 일환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