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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는 죄입니다”… 절규어린 미취업 장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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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배 기자

승인 : 2014. 11. 18. 17:21

"기업·공공기관 장애인 채용하느니 돈으로 때우는 현실"

8년전 교통사고로 영구 장애 판정을 받은 김성길씨(27·가명). 휠체어에 의지해 거동하면서도 어렵사리 대학교를 졸업했지만 취업의 문은 김씨에게는 너무나도 좁다. 졸업한지 3년이 됐지만 아직 그의 신분은 ‘실업자’다.

서울 소재 한 대학에서 사회과학을 전공한 김씨는 처음에는 자신감을 갖고 취업에 도전했다. 국내 굴지의 민간기업들과 공공기관에 장애인 의무고용률이 각각 2.5%, 3%가 적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장애인을 의식적으로 꺼리는 듯한 ‘보이지 않는 벽’은 너무 높았다. 번번이 낙방의 고배를 마신 것. 특히 면접까지 올라가 탈락하는 ‘희망고문’이 많아졌다.

김씨의 이러한 상황에 대한 원인을 ‘개인 능력 부족’으로만 돌리기 어려운 현실이다. 지난 10월 열린 국정감사에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이자스민 새누리당 의원이 ‘민간 기업의 장애인 의무고용현황 및 부담금 납부 현황’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30대 민간기업 중 29곳이 연중 의무고용률 미달로 고용부담금을 납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삼성(1.87%), LG(1.55%), SK(0.89%) 등 재계 순위 최상위권 기업들에 이러한 현상이 심화된 형국이다.

김씨는 18일 “장애인 취업자들 사이에서는 대기업들이 장애인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금액을 쓰느니 차라리 부담금으로 때우는 게 더 이득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라며 “대학교에서는 그나마 친구들의 온정으로 함께 학업에 충실할 수 있었던 추억이 있었지만 이 사회는 너무 냉정한 것 같다”고 개탄했다.

국가에서 운영하는 공공기관도 장애인을 온전히 감싸주지 못하는 형국이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속 박완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산업부로부터 제출받은 ‘장애인고용의무 이행현황’에 따르면 지난 5년간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38개 공공기관이 납부한 장애인 의무고용 불이행 부담금은 19억6800만원에 달했다.

강원랜드가 6억4300만원으로 가장 많은 부담금을 냈고 이어 한국가스공사(2억1700만원), 한국석유공사(1억7000만원), 한국산업기술평가원(1억5100만원), 한국전력공사(1억3800만원), 한국표준협회(1억2100만원)의 순이다.

이러한 현실에도 불구하고 김씨는 여전히 희망가를 부르고 있다. 그는 “그래도 대학 졸업장이라도 따 놓은 나는 언제라도 취업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 속에서 살아가지만 학력이 낮고 몸도 제대로 움직일 수 없는 중증장애인들은 생활이 아닌 생존의 삶을 이어가고 있다”고 전했다.

지적장애인들이 처한 현실은 더욱 엄혹하다. 신체는 물론 정신적으로도 온전한 상태가 아니기 때문에 단순 업무도 제대로 수행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들이 일자리에 나가지 않으면 먹고 살 방법도 없는 상황.

서울 강서구 소재 I사회복지관에서 근무하는 황모 사회복지사는 “지체장애인들은 그나마 업무를 명령하면 말이라도 통한다는 장점이 있지만 지적장애인들은 봉투 붙이기, 볼펜 뚜껑 조립하기 등 누구나 쉽다고 생각하는 업무도 제대로 행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사실상 돈을 벌러 일자리에 나가는 것이 아니라 일을 배우러 나가는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황씨는 “아무리 장애인에 대한 배려심으로 가득찬 업체라고 하더라도 의사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는 이들과 일을 같이 하고 싶겠느냐”며 “뾰족한 대책을 내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박정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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