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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추지 않는 엔저장기화…한국 경제 빨간불 켜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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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록 기자

승인 : 2014. 11. 13. 06:00

[창간 9주년] 한국 경제, 체질개선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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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투데이 최성록 기자 = 일본발 ‘엔저폭탄’으로 우리나라 산업계가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다. 우리나라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해줬던 수출기업들은 엔저로 인한 낮은 가격을 앞세운 일본산 제품의 공습으로 속절없이 무너지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우리경제의 ‘재앙’과도 같은 엔저가 장기화될 수 있다는 점이다. 한국 경제는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2008년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또 한 번의 ‘대위기’를 맞이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가격 확 떨어진 일본제품…이유는 ‘엔저’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3년전 1575.99원까지 갔던 엔화가치는 이날 기준 626.16원 떨어진 949.83원을 기록했다.

엔화가치가 계속해 떨어지면서 ‘엔저 장기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엔저란 달러·엔 환율이 오르면서 엔화 가치가 하락하는 것을 뜻한다. 쉽게 말해 예전에 2000원 했던 일본 제품을 이제는 1300원이면 살 수 있게 된다. 세계 곳곳에서 일본과 경쟁하고 있는 우리 기업으로서는 최악의 상황이다.

적지 않은 수출기업들이 엔저로 인한 이익 감소를 우려하고 있다. 심각한 것은 마땅한 탈출구가 없다는 점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최근 발표한 경제전망 보고서를 통해 원·엔 환율이 100엔당 950원대가 되면 수출이 4.2% 줄고, 900원까지 내려가면 8.8%나 급감할 것으로 전망했다.

◇엔저 악영향, 이제부터 시작이다
각 기업들은 현재까지 엔저의 직접적인 영향은 “심각한 수준은 아니다”라고 진단하고 있다.
해외 현지공장의 생산 비중이 크게 늘었고, 수출의 경우 엔저보다 글로벌 경기에 더 많은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하지만 엔저 현상이 지속되고 일본기업들이 수출단가를 인하하면서 우리 기업에게 서서히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일본의 닛산은 작년 5월 미국시장에서 판매하는 18개 모델 중 7개 모델의 가격을 2.7~10.7% 인하했고, 도요타도 모델당 평균 2500달러의 인센티브를 지급하며 가격 공세를 강화했다.

그 결과 지난달 미국 자동차 시장에서 도요타는 6.9%, 닛산 13%, 혼다 5.8%가량 판매가 증가했다. 엔저의 타격을 입은 현대차가 6.5%가 감소하는 상황과는 대조적이다.

가격경쟁력 악화는 자동차뿐만이 아니다. 일본과 직접적인 경쟁을 벌이고 있는 전자·석유화학·조선·철강 등도 이 같은 이익감소가 우려되고 있다.

◇한국경제 체질 대수술 시급
중소기업들의 상황도 심각하다. 국내 중소기업들은 엔저로 인해 이전보다 싼 값에 일본산 부품을 조달할 수 있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 하지만 해외시장에 완성품을 수출하는 대부분의 중소기업들은 일본 기업과 가격 경쟁을 하고 있다. 엔저에 따른 긍정적인 부분보다 부정적인 영향이 더욱 크다.

중소기업 관계자는 “엔저로 인해 한국 중소기업의 가장 큰 장점이었던 가격경쟁력이 희석되고 있다. 엔저로 인해 사업을 하는데 많은 애를 먹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우리 수출 상위 100대 품목 중 일본의 상위 100대 품목과 중복되는 품목은 55개다. 우리 총수출에서 54%를 차지하는 품목들이 엔저 현상으로 어려움을 겪으면서 대일 수출경합도는 점점 더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당국의 고민도 깊어졌다.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고는 있지만 국내에 원·엔 시장이 없는 상황에서 원·엔 환율에 직접적으로 대응할 방법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한국 경제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한다.

새누리당 김동완 의원은 “가격경쟁력을 기반으로 한 대기업 중심의 소수 주력산업 품목에 편중된 수출 구조와 정부의 느긋한 대처가 엔저에 취약한 구조를 낳았다”며 “기업이 경제흐름에 신속히 적응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하고 장벽을 제거하는 작업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최성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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