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의보감촌서 기 받기 체험-목화밭에선 추억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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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왕봉에서 발화한 단풍이 중봉, 써리봉 등 1000m가 넘는 고봉들에 전해지면 산은 수줍은 듯 붉게 물들어 금세 새색시 볼이 되고 만다. 이 때쯤 산 아래는 집집마다 분홍빛 감들이 울타리를 넘어 손을 흔들고 목화솜도 속살을 내밀며 추색이 짙어진다.
경남 산청은 산과 물, 사람이 좋아 삼청(三淸)으로 불리는 곳이다.
사는 모습마저 자연을 닮아 세상 모든 근심을 털어낼 수 있는 곳, 가을 힐링여행 1번지 산청으로 가 보자. /산청=글·사진 양승진 기자 ysyang@asia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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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청 9경 중 6경인 남사예담촌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을로 꼽힌다.
지리산 초입에 자리 잡아 고즈넉한 담장 너머 전통 한옥의 아름다움을 오롯이 간직하고 있는 남사예담촌은 그 옛날 선비들의 기상과 예절을 닮아가자(예닮)는 뜻과 200년 된 토담이 있어 ‘옛 담 마을’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뒷짐 지고 어슬렁어슬렁 동네 한 바퀴를 돌면 2~3시간이 소요되는 3.2km 돌담길은 큰 것보다는 작은 것이 더 눈길을끄는 아기자기한 마을이다.
남사예담촌을 대표하는 풍경은 이씨 고가 골목길의 X자 회화나무다.
토담이 이어진 길에 엇갈려 놓인 회화나무는 400년이나 한자리를 지키고 있어 보는 이마다 감탄사를 연발한다. 특히 사랑하는 사람과 X자 나무 아래를 지나면 100년 해로 한다는 속설이 전해져 운치를 더한다.
이씨 고가는 인조 때 궁궐 목수가 내려와 직접 고가를 지었다고 전해지고 마당 안에 있는 450년 된 회화나무는 인조가 직접 하사했다고 한다.
사양정사로 이어지는 골목길은 투박한 질감과 부드러운 곡선이 어울려 가을의 정취를 느끼기에 충분하다.
담쟁이 넝쿨이 토담을 얼싸 안고 홍시가 떨어져 뒹구는 골목길은 푸른 하늘과 어울려 한 폭의 그림이 되고, 사양정사 솟을대문 앞은 감 밭과 함께 대추까지 온통 붉은색이다.
바로 앞 하씨 고택의 돌담 너머로는 수령 600년이 넘는 감나무 한 그루가 서 있다. 조선시대 영의정을 지낸 문정공 하연(1376∼1453)이 일곱 살 때 어머니를 생각하며 심었다고 전해진다.
집안에는 하연의 조부이자 고려시대 문신인 원정공 하즙(1303∼1380)이 심었다는 수령 670년의 홍매화 한 그루가 기품을 자랑한다.
사양정사의 웅장한 지붕을 떠받치는 8개 기둥은 한 그루의 나무에서 나왔다고 하는데 백두산에서 벌목한 느티나무를 배에 싣고 와 첩첩산골까지 운반해 지었다.
사양정사와 이웃한 선명당에는 중국에서 들여온 홍단풍 한 그루가 눈길을 끄는데 전국에 보급된 홍단풍의 어미나무로 봄에는 잎이 붉은색이지만 여름에는 녹색으로 물들고 가을에 다시 붉은색으로 변해 오묘함에 감탄한다.
가장 한국적인 선과 색이 살아 있는 남사예담촌에서 가을추억을 만들어 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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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청 여행의 묘미는 사실 동의보감촌에서 시작된다.
지난해 산청세계전통의약엑스포가 열렸던 이곳은 엑스포주제관 등 전시 시설을 비롯해 한방테마공원, 한방자연휴양림, 식음 및 숙박시설 등이 잘 갖춰져 있다.
한의약과 동의보감 관련 문헌·영상·유물과 세계전통의약 관련 자료 전시, 문화체험공간을 갖춘 ‘한의학박물관’은 국내 최초의 한의학 관련 전문박물관으로 2007년 개관 이래 매년 20만명 이상이 찾는 관광명소로 변했다.
조선시대 한의원에서 사용했던 인체의 모형도를 기본으로 인체신형장부도, 곰·호랑이 조형물, 십이지신상, 분수광장 등 인체와 한의약적인 이야기를 테마로 ‘한방테마공원’은 둘러보기 좋게 잘 정비돼 있다.
동의보감촌의 명물은 백두대간의 신비로운 기 체험을 할 수 있는 ‘한방 기 체험장’이다.
동의전에 마련된 석경(돌로 만든 거울), 귀감석(귀감이 되는 글자를 새긴 바위), 복석정(복을 담아내는 솥)을 통해 누구나 복된 ‘기’를 받을 수 있다.
이참 전 한국관광공사 사장이 이곳에서 기를 받아 수장에 올랐다는 사실이 전해지면서 전국적으로 입소문을 탔다.
동의전은 명상과 한방 기 수련 등을 하는 힐링 명소가 됐다.
또 숲속휴양관, 야영장, 물놀이 시설 등을 갖춰 힐링과 건강여행의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동의보감촌을 한 바퀴 도는 허준순례길은 숲속 휴식과 체험을 통한 회복과 치유 길로 유명하다. 요즘 흐드러지게 핀 구절초 군락을 따라 가면 산약초 생태탐방로, 맨발 산책로 등이 나와 기를 북돋워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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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청군 단성면 사월리에 위치한 목면시배유지(木棉始培遺贄址)는 어린아이들 손잡고 한번 둘러볼 만한 곳이다. 대한민국 의복 역사상 일대 혁명을 가져온 곳이기 때문이다.
고려 말 공민왕 때 삼우당(三憂堂) 문익점(文益漸, 1331~1400) 선생이 우리나라에서는 처음으로 면화(棉花)를 재배한 곳이다. 문익점은 공민왕 12년(1363) 사신의 일원으로 원나라에 갔다가 귀국하는 길에 붓대에 면화씨 10여개를 넣어가지고 왔다.
장인 정천익과 함께 시험재배를 했는데 처음에는 재배기술을 잘 몰라 한 그루만을 겨우 살렸다. 이것을 시작으로 3년간의 노력 끝에 전국에 목화를 널리 퍼지게 했다. 그 이전에는 명주, 모시, 삼베 등으로 의복을 만들어 일반 백성들은 추위에 떨며 고생했으나 목면의 전래로 서민생활에도 크게 기여했다.
문익점 면화전시관에는 목화의 성장과정과 우리나라 의복의 역사는 물론 목화로 무명실을 만드는 과정 등이 자세히 전시돼 둘러볼만 하다. 세종대왕이 사후 영의정으로 추증하고 그 업적을 기리기 위해 7칸짜리 집을 내린 부민각(富民閣)도 그대로 전해진다.
또 문익점 선생의 효행을 기리기 위한 삼우당효자비도 내려오고 있다.
문익점이 모친상을 당해 시묘를 하고 있던 도중 왜적이 쳐들어 와 난리를 피웠는데 그의 효행을 보고 “효자를 해치지말라”고 써 놓아 이 일대가 모두 평안했다고 전해진다.
목면시배유지 주변에는 지금도 조상의 얼을 되새기기 위해 해마다 면화를 재배하고 있어 지금도 목화꽃을 볼 수 있다.
목면시배유지에서 멀지않은 곳에 한국불교의 대표 선승인 성철스님의 생가와 겁외사가 있어 함께 둘러보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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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는 길= 수도권에서 가려면 경부나 중부고속도로를 타고 가다 대전 지나 비룡, 산내분기점을 지나 대전~통영고속도로를 타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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