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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에는 경북 포항시 해병대에서 박모 훈련병(19)이 수류탄 투척 훈련을 하던 중 손에서 수류탄이 터져 긴급 후송돼 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중에 숨졌다. 현장에 있던 교관과 다른 훈련병도 파편에 부상을 입었지만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오전 10시20분께 포항시 남구 오천읍 해병대 교육훈련단의 수류탄 투척 훈련장에서 박 훈련병이 들고 있던 수류탄이 갑자기 터졌다.
이 사고로 박 훈련병의 오른쪽 손목이 떨어져 나가 긴급 후송돼 병원에서 응급 치료를 받던 중 상태가 악화돼 숨을 거뒀다. 옆에 있던 교관 황모 중사(26)와 박모 훈련병(19)은 수류탄 파편을 맞아 현재 포항시내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해병대 측은 “수류탄 훈련장의 안전 참호 6개 중 한 곳에 박 훈련병과 교관이 함께 들어간 뒤 중앙통제소의 ‘안전핀 뽑아’ ‘던져’란 지시에 따라 박 훈련병이 ‘던져’라고 복창한 뒤 수류탄을 던지려는 순간 갑자기 폭발했다”고 밝혔다.
지난 8월25일 입소한 해병대 1188기 훈련병 1000여명 가운데 500여명이 3주차 과정으로 훈련을 받던 중이었다.
해병대 관계자는 “훈련 과정이 절차대로 엄격히 실시 중이었으며 다른 안전 참호에서 던진 수류탄은 정상적으로 목표지점에서 터졌다”면서 “군 훈련때 실제 수류탄을 사용하기 때문에 사고 위험이 있다”고 설명했다.
군은 수류탄 조작 실수인지 아니면 불량품인지 파악 중이며 목격자 등을 상대로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일단 수류탄이 터졌기 때문에 불량 여부 등 원인 규명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수류탄 폭발에 따른 훈련병 사망으로 실전용·연습용 수류탄 사용을 둘러싼 논란이 또다시 일고 있다.
우리 군은 현재 예비군 훈련장에서는 사고 예방과 안전을 위해 연습용 수류탄으로 투척 훈련을 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수류탄이 터지는 사고가 수년 간격으로 일어나고 있으며 갓 입대한 훈련병이 실전용 수류탄으로 훈련을 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판단이다.
사실 2004년 2월 전북 전주시 육군 모부대 신병교육대 수류탄 투척 훈련장에서도 수류탄이 터졌다.
그 당시 한 훈련병이 오른손에 수류탄을 쥐고 던지지 못하자 현장을 통제하던 고 김범수 대위가 “엎드려”라고 외친 뒤 훈련병의 오른손을 자신의 양손으로 끌어안는 순간 폭발해 숨졌다.
2002년 8월에는 경기도 포천시 육군 모부대 신교대 훈련장에서도 수류탄 투척 훈련을 받던 홍모 이병(20)이 수류탄 폭발사고로 숨졌다.
군 당국은 홍 이병이 수류탄의 안전핀을 뽑았지만 안전 손잡이를 제대로 잡지 않아 사고가 났다고 밝혔다.
1998년 5월에도 충남 공주시의 육군 32사단 신교대, 1994년 8월 22일 육군 9사단 신교대에서도 훈련 도중 수류탄이 폭발해 인명사고를 냈다.
신교대에서 수류탄 사고가 나는 것은 갓 입대한 훈련병들이 극도로 긴장하는 상황에서 실수로 안전핀을 뽑고 안전 손잡이를 놓치는 바람에 손에서 터지거나 수류탄이 떨어져 훈련병들 근처에서 터지기 때문이다.
군 입대 병사들은 훈련소와 신병교육대에서 훈련병 시절에 처음으로 실전용 수류탄을 던지는 훈련을 한다. 자대 배치 이후에는 훈련할 때 연습용 수류탄을 사용한다.
2006년에는 흙이 주성분이어서 안전도가 높은 연습용 수류탄이 개발돼 군에 보급됐다.
일각에서는 위험성을 고려해 실제 수류탄보다 안전한 연습용 수류탄을 신병 훈련에 사용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이에 대해 한 군사전문가는 “실전용 수류탄을 실제 투척을 해 보지 않으면 실전에서 도저히 전투력을 발휘할 수 없다”면서 “사고 때문에 실전용 수류탄 투척 훈련을 하지 말자는 것은 사고 때문에 사격훈련도 하지 말자는 것이나 마찬가지다”면서 반대했다.
하지만 한 예비역은 “갓 입대한 훈련병들이 극도로 긴장된 상태에서 생명을 잃을 수도 있는 실전용 수류탄으로 훈련을 하기 보다는 차라리 연습용 수류탄으로 여러 차례 투척 연습을 하는 것이 보다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 “실전용 수류탄 훈련도 모든 훈련병들이 다하면 좋겠지만 담력이 있고 원하는 훈련병 위주로 하는 것이 인명 사고를 줄이는 한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