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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브라질 결산] ① 첫 단추부터 잘못 꿴 홍명보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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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보현 기자

승인 : 2014. 06. 29.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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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첫 원정 월드컵 8강을 목표로 삼았던 홍명보호의 도전은 실패로 끝났다.

‘2014 브라질월드컵’ H조에 속한 홍명보호는 단 한번의 승리도 거두지 못하고 1무2패(승점1점)라는 참담한 성적으로 대회를 마감했다. 한국이 월드컵 조별리그에서 승리를 따내지 못한 것은 1998년 프랑스 대회(1무2패) 이후 16년 만이다.

◇ 16년 만에 무승…치욕의 성적

한국축구는 1954스위스월드컵에서 처음으로 세계무대를 밟은 것을 시작으로 이번이 9번째 월드컵 도전이었다.
월드컵에서 첫 승을 올리기까지 걸린 시간은 무려 48년이다. 2002한·일월드컵 조별리그 1차전에서 폴란드에 2-0 승리를 거두며 감격적인 첫 승을 거뒀다.

이후 한국은 2006 독일월드컵에서 조별리그 통과에 실패했지만 토고와의 첫 경기에서 저력을 보이며 아시아축구의 강자로 확실한 눈도장을 받았고 2010 남아공월드컵에서는 사상 첫 원정 16강 진출이라는 대업을 달성했다.

그러나 4년 만에 한국 축구는 추락했다. 러시아와의 조별리그 1차전에서 1-1로 비겨 무난한 출발을 알렸지만 알제리와의 2차전에서 철저하게 수준 차이를 드러내며 2-4로 참패했다.

베스트 전력을 내보내지 않은 벨기에에도 0-1로 졌다.

홍명보호는 지난해 7월 본격 출범하면서 ‘한국형 전술-한국형 플레이’를 천명했다. 홍 감독은 “우리 선수들이 가장 잘하는, 우리 선수들이 세계에서 가장 경쟁력을 지닐 수 있는 전술을 개발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실제로 지난해 출범 이후 이번 브라질 월드컵까지 치르면서 홍 감독은 자신의 축구 색깔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대 축구에서 필수적인 빠른 역습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압박도 눈에 띄지 않았다.

◇아집과 불통…‘의리축구’의 몰락

홍 감독은 월드컵 시작 전부터 ‘의리축구’ 논란으로 곤욕을 치렀다.

자신의 원칙을 깨면서까지 최종 엔트리에 ‘홍명보의 아이들’을 대거 포함시킨 선택으로 비판을 받았다. 홍 감독은 2012년 런던올림픽 대표팀 선수 중 12명을 이번 월드컵 대표로 뽑았다.

여기엔 박주영·윤석영(QPR) 등 소속팀에서 출전 기회조차 얻지 못한 선수가 포함돼 논란이 일었다. 홍 감독은 소속팀에서 주전으로 뛴 선수를 뽑겠다고 했었다.

하지만 최종엔트리 발표 전부터 소속팀에서 제대로 된 경기 한번 뛰지 못한 박주영부터 챙겼다.

봉와직염이라는 부상을 이유로 지난 4월 조기 귀국한 박주영에게 대표팀 주치의를 붙여가며 회복을 도왔다. 부상 때문에 떨어진 체력은 경기도 파주 NFC(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에서 전담 코치와 함께 끌어올리도록 배려했다.

논란이 거세지자 홍 감독은 “국가대표 선수라면 관리를 받을 자격이 있다”며 감싸 안기에 바빴다.

최종 엔트리 발표날 모두의 예상대로 박주영은 홍명보호에 무혈 입성했다.

비난 여론이 거셌지만 홍 감독은 모르쇠로 일관했다. 오직 박주영만이 자신의 축구를 완성시켜줄 적임자로 생각했다.

홍 감독을 향한 비판은 월드컵 내내 지속됐다. ‘의리축구’라는 비난 속에 월드컵 본선 3경기에서 보여준 지도력 역시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

나란히 조별리그 탈락을 한 러시아와의 맞대결에서나 호평을 받았을 뿐이었다.

윤석영도 마찬가지다. 그는 활발한 오버래핑이 돋보이는 풀백이지만 조별리그 3경기에서 공수 모두 신통치 않았다. 박주호(마인츠)라는 훌륭한 대체자원이 있었지만 홍 감독은 끝내 외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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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패를 교훈 삼아 2018 월드컵 대비해야

이번 대회 ‘참패’의 가장 큰 이유는 ‘준비 부족’이었다. 월드컵이라는 큰 대회를 맡길 감독을 불과 1년을 앞두고 선임한 것부터가 불행의 전조였다.

제대로 준비도 되지 않은 상황에서 대표팀 감독직을 수락한 홍명보 감독이 할 수 있는 선택은 많지 않았다. 다양한 전술과 선수들을 시험할 수 있는 시간도 짧았다.

길게는 4년 전부터 일찌감치 사령탑을 확정짓고 이번 월드컵을 대비한 다른 나라들을 상대한다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한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지금부터 다음 월드컵에 대한 큰 그림을 그려야 한다. 이번 대회를 통해 드러난 문제점들을 철저하게 성찰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부분을 보완할 지, 철저한 분석이 필요하다.

또한 외형적 성장보다 끈끈한 조직력과 상황에 맞춘 다양한 필승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유소년 시절부터 철저한 기본기 습득은 물론 대한축구협회 차원에서 재능 있는 선수의 집중적 육성이 절실하다.

축구협회는 지난 3월 유소년 유망주를 집중적으로 육성하는 ‘골든 에이지 프로그램’을 공식화했다.

축구 기술 습득이 가장 쉬운 연령대인 8∼15세 선수를 발굴해 체계적인 훈련 프로그램을 통해 상비군의 풀을 확대하고 대표선수 선발의 투명성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당장 눈앞의 성적에 연연하지 않고 ‘축구 백년지대계’라는 관점에서 꾸준한 투자와 관리가 절실하다.

다음은 사령탑 문제다. 홍 감독을 유임시키든, 새 사령탑을 선임시키든 최대한 빠른 시간안에 정리해 4년 뒤를 대비해야한다.

제 아무리 ‘명장’이라도 1년 안에 월드컵을 준비할 수는 없다. 한국의 상황에 맞는 ‘맞춤형 전술’을 구상하고 다양한 선수들을 시험하기 위한 물리적 시간이 필요하다.
황보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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