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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섬노예’사건인가? 여전히 진행형인 우리사회 그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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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길 기자

승인 : 2014. 06. 18. 12:00

신고자 김씨, 일정의 소개료를 이유로 다른 사업장 업주에게 갑자기 넘겨져
김씨, 업주 K사장으로부터 욕설 및 폭언, 폭행 당했다고 주장
K사장, 업무 지시를 내렸을 뿐이며 폭행하지 않았다고 반박

“단 5일이었지만 무섭고 두려웠다…. 2월에 있었던 전남 신안의 염전 노예 사건이 떠올랐다.”

5월 초 김모씨(65)는 경기 부천에 사는 지인으로부터 다시마 건조작업장에서 일할 생각이 없냐는 제안을 받고 같은 달 13일 오전 전남 완도군 금일도로 향했다.

부천 소풍터미널에서 광주행 버스를 타고 4시간, 다시 당목항행 버스를 탄 뒤 금일도행 배로 갈아타는 과정은 여간 번거로운 것이 아니었지만 김씨는 복잡한 서울과 달리 공기 좋고 인심 좋은 시골의 풍경을 상상하며 발걸음을 재촉했다.

같은 날 오후 6시30분 금일도에 도착한 김씨를 맞이한 사람은 지인으로부터 소개 받은 다시마 건조사업장 사장 이모씨와 또 다른 사업장 사장 K씨(47)였다.

김씨는 이씨의 사업장에서 일하는 것으로 알고 이씨를 따라 나설 계획이었으나 이씨는 갑작스레 K사장의 사업장으로 김씨를 넘겼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이씨가 40만원의 소개료를 챙기고 K사장에게 넘긴 것이다.

김씨는 “이튿날 14일 새벽부터 일을 시작했다”며 “새벽 3시~오전 8시, 오후 3시~8시까지 2차례에 걸쳐 하루 총 10시간가량 다시마를 널고 걷는 작업을 반복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근무환경이 힘들고 괴로워도 열심히 해 한 달을 채울 생각이었다”면서 “그런데 날이 갈수록 K사장이 일을 못한다고 구박, 갖은 욕설을 내뱉어 모욕감을 느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K사장은 “인부를 고용하고 관리해야 하는 사장으로서 일을 빨리하라고 재촉한 것일뿐 모욕감을 느낄 만한 발언을 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K 사장 부인 A씨 역시 “남편이 전라도 사람이라 언행이 거친 면은 있지만 인부를 그렇게 모질게 대하지는 않는다”고 남편인 K사장의 주장을 거들었다.

날이 갈수록 섬을 떠나고 싶었던 김씨와 그런 김씨를 못 마땅해 했던 K사장간의 갈등은 결국 지난달 18일 폭발했다.

김씨는 이날 낮 12시 K사장 부인에게 일을 그만두겠다고 했다. 그전부터 K사장에게서 느낀 불쾌함에 더해 이날 오전 동네 사람들이 자신을 두고 일을 잘 하지 못한다며 수군거린 것을 듣고 기분이 크게 상했기 때문이다.

같은 날 오후 4시 김씨는 K사장에게 다시 한 번 일을 그만두겠다고 통보했다. 김씨의 통보를 들은 K사장은 이 자리에서 김씨와 말다툼을 벌였다.

당시 상황에 대해 K사장은 “다시마 수확을 위해 8~9개월의 시간을 투자하는데 인부가 일하다 말고 주변 소리에 기분 나빠 일을 그만두는 것이 말이 되냐”며 “40만원의 소개료를 주고 김씨를 데려왔고 김씨의 급여는 김씨가 소개를 받은 곳에 먼저 연락하면 차후에 줄 생각이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김씨는 “K사장이 자신을 향해 ‘네게 줄 돈이 어디 있냐! 소개료 40만원을 주고 너를 데려와 줄 돈이 없다, 너는 이 섬을 못 빠져 나간다’고 말했다”고 반박했다.

치열했던 말다툼은 같은 날 오후 9시가 조금 넘은 시각, 폭행 사건으로 번졌다. 속상한 마음에 동네 슈퍼에서 맥주 3~4병을 마신 김씨는 자신이 처음 소개 받은 이씨의 집에서 저녁을 먹고 나오는 길에 K사장과 다시 마주쳤다.

김씨는 “K사장과 이씨가 나를 두고 실랑이를 벌이는 모습을 보고 이씨의 차에서 내려 K사장에게 지금까지 일한 급여를 달라고 말하고 일을 그만두겠다고 했다”며 “그런데 갑자기 K사장이 나를 벽으로 밀치고 바닥에 눕혀 주먹으로 얼굴과 몸을 가격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K사장은 당시 상황에 대해 “이씨 차에 타고 있던 김씨가 자신이 있는 쪽으로 오라고 해서 갔더니 내 멱살을 잡았고 이를 뿌리치는 과정에서 차문이 열리면서 김씨가 앞으로 넘어졌다”며 “김씨를 절대 폭행한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김씨는 119를 불러 응급치료를 받고 인근 파출소에 K사장을 신고했다. 최초 신고를 접수한 경찰은 “K사장은 이전에도 이와 비슷한 일로 파출소를 들락날락한 전력이 있다”며 “술만 안 마시면 괜찮은 사람이라는 주위 평판이 있는데 약주를 하면 약간 실수를 하는 것 같다”고 귀띔했다.

이후 김씨는 서울 강서구 모 병원에서 우측 관골궁(광대뼈와 관자뼈를 잇는 뼈) 골절 등으로 4주 진단을 받고 입원, 치료를 받다가 13일 퇴원했다.

해당 사건을 맡은 완도경찰서 관계자는 “김씨의 진술을 토대로 K사장에게 출석요구서를 2회 발송했으나 K사장이 응하지 않고 있다”며 “17일 3번째 출석요구서를 보냈으며 10일 내에 응답이 없을 시 체포영장을 발부하고 차후 현장에 있던 사건 관련자들을 소환해 조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종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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