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건파 외교관, 남북관계 분위기 전환될까
남재준 전 원장이 지난달 22일 사퇴한지 20일만에 후임 원장이 내정되면서 국가정보업무 리더십 부재현상은 해소됐다.
국정원은 남재준 전 원장 재임 기간 서울시 공무원 간첩 증거 조작사건으로 인해 정보기관으로서의 신뢰를 크게 잃었다.
사건의 파급효과로 서천호 국정원 2차장이 자진사퇴했으며 남 전 원장은 대국민 사과를 해야했다. 일각에서는 증거조작으로 신뢰를 잃은 국정원이 향후 간첩 수사 기능을 잃게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제기했다.
이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4월 국정원의 공무원 간첩 증거조작과 관련해 “유감스럽게도 국정원의 잘못된 관행과 철저하지 못한 관리체계에 허점이 드러나 국민께 심려를 끼쳐드리게 돼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환골탈태 수준의 국정원 개혁을 요구했다.
이 내정자에겐 그동안 미진했던 국정원 개혁을 제대로 추진해야 하는 과제가 부여됐다. 청문회 과정에서도 이 내정자의 국정원 개혁 구상에 대한 질문이 집중될 것으로 전망된다.
민간인 출신 국정원장 내정에 따른 대북관계 분위기 전환도 주목되는 부분이다.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외교안보라인에 군 출신 인사가 강세를 보이면서 대북기조 또한 강경 입장이 힘을 받았다.
이 내정자는 외교관 출신으로 온건파로 알려져 있는 만큼 대북강경파들의 주장에 적절한 제동을 걸 것으로 보인다.
이 내정자는 주일대사로 근무하면서 한·일 관계 경색국면을 비교적 안정적으로 관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남북관계에서도 이 같은 역할을 맡게 될 것이라는 게 외교가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이 내정자에 대해 “안기부 2차장과 외교안보연구원 연구위원, 청와대 의전수석 등을 역임해 합리적으로 일을 처리해왔으며 국내외 정보와 안보상황에 대한 이해가 깊은 분”이라며 “현재 엄중한 남북관계와 한반도 상황 속에서 정보당국 고유의 역할 수행과 개혁을 안정적으로 이끌 적임자로 판단된다”고 발탁 배경을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