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특정한 방향성 갖고 추진하는 것 아니다"며 해명
‘성역’ 으로 여겨져온 주택담보인정비율(LTV)와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합리화 방안을 싸고 당국이 깊은 고민에 빠진 모습이다.
정부는 지난 25일 부동산시장 활성화, 가계부채 관리방안의 일환으로 LTV와 DTI 규제를 합리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발표한 ‘경제혁신 3개년계획 담화문’에서는 관련 내용이 빠졌다.
시장에선 혼란이 발생하고 있다. 정부가 구체적인 규제 개선 방안을 밝히지 않은데다 만일 LTV와 DTI 규제를 완화할 경우 가계부채가 확대될 수밖에 없어 제도 시행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때문에 현장에선 꼼꼼한 실행방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일단 국토교통부와 금융위원회 등 정부에서는 이번 규제 합리화에 대해 특정한 방향성을 가지고 LTV 및 DTI 규제를 검토하거나 구체적인 개선방안을 논의한 적이 없다고 밝히고 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26일 “LTV·DTI 규제는 금융소비자 보호와 금융기관 건전성 유지를 위한 핵심장치로서 부동산 경기대책으로 사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 정부의 일관된 입장”이라고 말했다.
LTV는 집을 담보로 대출받을 때 집값의 얼마까지 담보로 인정해 주는지 나타내는 비율을 말하고, DTI는 매년 갚아야 하는 대출 원금과 이자가 연간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율을 뜻한다.
LTV는 2002년, DTI는 2005년 각각 폭등하는 주택가격을 잡기 위해 도입됐다. 이후 LTV와 DTI는 부동산 경기 변동과 가계부채 증가 추세 등에 따라 계속 조정돼 왔다.
정부가 LTV·DTI 규제를 강화하면 가계부채가 늘어나는 속도를 늦출 수 있다. 하지만 주택을 구입하려는 사람이 빌릴 수 있는 돈이 줄어들기 때문에 주택시장 활성화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반대로 규제가 완화되면 우리 경제의 뇌관으로 꼽히는 가계부채 문제가 오히려 관리하기 어려워지기 때문에 규제 완화에 대한 논란이 계속돼 왔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합리화를 곧 완화로 해석하며, 부동산 시장을 살리기 위해선 이들 금융규제를 풀어주는게 바람직하고 정부가 조속히 명확하게 입장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다. 시장에서도 규제 완화로 인한 부동산 시장 활성화를 기대하고 있다.
안명숙 우리은행 부동산팀장은 “DTI를 추가로 완화하면 수요자들의 대출 여력이 늘어나 주택 구입 수요가 확대될 수 있다”며 “LTV 규제를 풀면 6억원 이상 중고가 아파트의 거래가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양지영 리얼투데이 리서치팀장은 “가계부채 해결을 위해서는 부동산 규제 강화에서 완화로 바뀌어야 한다”면서 “LTV와 DTI를 완화할 경우 가계부채가 상승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지만 현 시장 상황에서 이는 가능성이 낮다고 본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LTV, DTI 규제 완화가 오히려 가계부채의 질을 개선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내놓고 있다. 박기정 한국감정원 연구위원은 “LTV 및 DTI 규제 완화를 통해 비싼 이자를 내는 비금융권 대출을 은행권으로 돌려 가계 재무건전성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러한 업계의 기대와 달리 가계부채 급증 문제 때문에 전면적인 규제 완화로는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LTV와 DTI 규제 완화가 중장기 차원의 논의 대상으로 공론화됐을 뿐 실제 완화로 이어지기까지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기 때문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전면적인 LTV·DTI 규제 완화는 가계 재정의 부실이라는 문제가 다시 나타날 수밖에 없다”며 “정부가 아직 어떻게 하겠다는 구체적인 방안이 발표되지 않은 만큼 이번 규제 합리화는 비합리적인 부분을 개선하는 미세조정 수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