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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 경기침체가 지속되면서 서민층이 주를 차지하는 월세 세입자들의 고통이 가중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19일 이창무 한양대 교수(도시공학과)가 지난해 자체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임차인(세입자)의 37%가 최근 1년간 1회 이상 월세를 미납했다.
이는 서울에서 비교적 전·월세 거래가 빈번히 일어나는 노원, 강남, 방배, 합정, 신촌, 홍대 지역에서 369가구를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다.
미납 횟수는 평균 연간 1회였다.
특히 월세금 납부에 어려움을 겪는 계층은 연령대로는 30대, 직업형태로는 계약직 등 비정규직 근로자들이었다.
미납자들을 직업별로 보면 정년퇴직자와 무직이 연 평균 1.3회 월세를 못냈고 프리랜서, 계약직 등 비안정적 직업군 종사자들도 평균 0.98회 월세납부를 못했다.
연령대별로는 30대가 월세금 부담에 가장 많이 노출돼 있었다. 30대는 평균 1.45회의 월세 연체 경험을 가지고 있어 60대 이상(0.44회)보다 3배 이상 높았다.
보증금이 있는 월세(반월세) 가구 중 월세를 내지 못해 보증금으로 이를 충당한 경험이 있는 가구도 전체 조사 대상의 55%를 차지했다.
2가구 중 1가구는 월세를 내지 못해 보증금까지 털어쓰고 있는 셈이다.
보증부 월세에서 세입자들이 보증금으로 대신 낸 월세액의 평균 규모는 4.2개월 치의 월세금었다.
조 모씨(26·서울 돈암동)는 “월세를 한 달에 45만원씩 내고 있다. 적지 않은 돈이라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다. 웬만하면 전세로 옮겨야겠다 싶은 생각도 많이 든다”며 “보증금을 올리고 월세를 적게 내는 것도 방법이긴 하지만 집주인이 그렇게 안하려고 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월세 생활을 했던 박 모씨(30)는 “매달 40만~50만원씩 현금이 들어가니 돈을 모으기가 훨씬 힘든 것 같다”며 “전세의 경우 2년 뒤에 돈을 모아서 더 큰 집으로 이사가는 경우도 종종 있는데 월세 사는 사람들은 거의 대부분이 현상 유지일 뿐”이라고 말했다.
주택금융연구소의 김덕래 연구위원은 “소득에서 일정부분을 월세로 내야하는데 경기침체가 몇 년간 계속되다보니 수입이 줄어들고 이에 따라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월세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김 연구위원은 “기존에는 월세를 부담하지 않아도 됐을 전세 세입자들이 전세 공급이 줄어들고 전세가는 상승하는 시장 상황에서 월세로 전환하면서 월세부담이 늘어나는 것도 한 요인”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