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전문가들은 감세가 이뤄지면 가계의 소비여력이 커지고 내수 진작에 도움이 된다는 점에 동의하면서도 거시경제 측면의 실질적인 효과에는 의문을 제기했다.
부동산거래가 활성화되면 실물경기에 호재로 작용할 여지는 있지만 집값 불안으로 이어질 경우 경제 전반에 미치는 부작용이 더 클 수 있다는 지적이다.
◇ "경기진작 효과 크지 않다"
기본적으로 세금을 인하하면 가계의 실질소득이 늘게 되고 이는 민간소비 증가로 이어진다. 이 같은 논리는 각종 감세 조치를 추진할 때 명분이 된다.
하지만 종부세의 경우 그 효과가 크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박재룡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전체 종부세 납부액이 약 2조7000억 원인데 일부를 깎아준다고 해서 소비나 경기 등 거시경제에 특별한 효과를 줄 것으로 확대 해석하기는 어렵다"며 "종부세 대상자의 세부담을 완화한다는 정도에서 의미를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만 한국개발연구원(KDI) 정책대학원 교수도 "종부세 완화로 영향을 받는 가구 수가 얼마인지에 따라 경기부양 효과가 달라질 수 있는데 그 숫자가 많지 않다"며 "언론 보도를 보면 전체 수혜 가구가 약 30만 명 정도로 추산되는데 그 정도로는 경기활성화 효과가 크지 않다"고 분석했다.
종부세 납세자가 대체로 중산층 이상의 계층이라는 점도 소비진작 효과를 낮추는 요인으로 지적됐다. 소득 중하위층은 소비성향이 높아 세금 인하 등으로 가처분소득이 늘면 곧바로 소비를 늘리지만 소득 상위계층은 소득이 늘어도 소비를 크게 늘리지 않기 때문이다.
박덕배 현대경제연구원 전문연구위원은 "소득이 높은 계층은 대체로 일정 수준의 소비를 유지하기 때문에 종부세 인하에 따른 소비 진작 효과가 상대적으로 작다"고 말했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도 "여유자금이 많고 소비성향이 낮은 일부 부유층에 몇백만 원의 상품권을 나눠줘 봤자 은행 예금만 늘어날 뿐 경기 진작에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 집값 불안땐 경제에 부담
종부세 완화로 종부세 부과 대상자의 주택거래가 쉬워질 경우 부동산경기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내수에서 부동산경기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는 실물경기에도 상당한 호재가 될 수 있다.
반면 집값 불안이 재현될 수 있다는 점은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특히 현재 부동산경기 침체의 원인이 지방 미분양에 있다는 점에서 수도권 일부 지역에 국한된 종부세 완화가 주택경기에 영향을 주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정식 연세대학교 교수는 "거의 3개월 간격으로 종부세.재산세 등을 내고 있기 때문에 소비가 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세금을 내리는 것이 경기 부양 측면에서는 일단 긍정적이지만 부동산 가격이 오를지 조금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전성인 교수는 "지방의 주택 미분양과 건설사 부도 우려 등을 명분으로 한 부동산 활황 정책이 지방을 외면한 채 서울 강남 지역의 부유층 도와주기에 그치면 집권당이 지방 민심의 역풍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사회양극화의 심화를 막고 투기 수요를 억제하기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김정식 교수는 "지금 양극화 문제가 우리 경제 성장을 짓누르는 측면이 있는데 더 심해질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박덕배 연구위원은 "종부세가 일부 투기 수요를 억제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했다"며 "종부세를 완화하면서 투기수요를 잡는 대책도 함께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