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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페라리FF, 안락함이 녹아있는 4륜구동 스포츠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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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일 기자

승인 : 2013. 12. 03. 06:04

*세상에서 가장 빠른 ‘F1 듀얼 클러치'로 속도와 부드러움까지 잡아

4인승 4륜구동. 일반 자동차 오너들에게는 그렇게 익숙한 차량의 모습이 아니다. 고성능 스포츠카의 대명사인 페라리에서 이런 차량이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페라리가 처음으로 4륜구동을 적용한 4인승 스포츠가 있다. ‘페라리FF'<사진>다. 도로를지나가는 페라리를 보면서 탄성을 지르던 기억을 갖고 페라리의 첫 4륜구동 ’페라리FF'의 시승길에 올랐다.

처음 마주친 페라리FF는 페라리의 전통적인 모습과는 다소 차이가 있었다. 2도어에 롱노우즈와 숏테크를 적용한 외관은 다소 균형감이 떨어진다는 느낌이 들었다. 

페라리FF는 람보르기니와 같이 4륜구동을 처음 적용한 고성능 스포츠카라는 점에서 페라리의 기념비적인 의미가 있다. 하지만 더 큰 의미는 속도라는 본능적인 부분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던 기존 모델과는 달리 편의성과 안락함이라는 감성적인 부분이 부각시켰다는 점이다.

차를 출발하기 위해 탑승을 했을 때 놀란 점은 바로 공간이었다. 일반적으로 2도어 방식의 쿠페스타일 차량들에서 공통적으로 느껴지는 좁은 뒷좌석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안정돼 보이는 2인 시트와 적당히 확보된 머리 공간은 답답함을 없애줬다.

기어 노브 대신 ‘후진(R)’, ‘자동(Auto)’, ‘런치컨트롤(RS)’ 버튼으로 구성된 센터콘솔은 다소 어색했지만 큰 문제는 되지 않았다. ‘자동’버튼을 누르고 스티어링 휠에 있는 스타트 버튼을 누르자 660마력, 최대토크 70㎏·m, 8000rpm을 자랑하는 6262cc 직분사 V12 엔진이 우렁찬 굉음을 뿜어냈다. 

페라리가 'FF' 모델을 처음 출시했을 때 강조했었던 일상적인 주행과 안락함을 느껴보는 것이 이번 시승의 목적이었던 터라 시승코스는 서울 강남 청담동에서 시작해 '신사동→남산순환도로→광화문→북악스카이웨이→자유로'를 돌아오는 약 60km의 구간을 선택했다.

페라리FF의 강력한 엔진이 저속구간이 많은 서울도심에서 다소 불편할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편안한 시트와 부드러운 변속을 해주는 ‘F1 듀얼 클러치 기어박스'가 운전을 한층 쉽게 도와줬다. 다만 내부로 전해오는 엔진음은 조용한 실내를 원하는 운전자라면 다소 불편함을 느낄수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코너링을 테스트하기 위해 찾은 남산순환도로와 북악스카이웨이에서는 4륜구동의 장점과 페라이 특유의 핸들링 기술이 빛을 냈다. 차체를 안정적으로 유지시키며 급커브 구간을 부드럽고 빠르게 빠져 나가는 모습에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특히 3세대 자성유체 서스펜션과 안티록 브레이크 시스템(ABS), 전자식 제동력 분배(EBD), 차체자세제어장치(ESC), 전자식 디퍼렌셜(E-Diff) 시스템은 코너링시 차량을 쉽게 다룰 수 있는 여유를 제공해 줬다.


페라리의 DNA인 속도를 느껴 보기 위해 들어선 내부순환도로와 강변북로에서의 페라리FF는 말 그래로 거침 없는 야생마였다. 스티어링 휠에 있는 운전모드를 '스포츠 모드'로 전환하자 페라리가 갖고 있는 ‘속도’ DNA를 여과 없이 뿜어냈다.

페라리FF의 계기판 중앙에는 속도계가 아닌 RPM 게이지가 자리 잡고 있다는 점에서 페라리의 달리기 DNA를 엿볼 수 있었다. 중앙 RPM게이지 오른쪽에 자리 잡고 있는 속도계는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 다는 단점이 있었지만 660마리 말의 힘을 느끼는 데에는 전혀 문제 될 것이 없었다.


가속페달에 조금 힘을 싣자 한계속도 360km/h인 속도계의 바늘은 어느새 180km/h를 훌쩍 넘어갔다. 도로 사정상 더 이상 속도를 내지 못했지만 제로백 3.7초, 최고속도 335㎞/h의 페라리FF의 능력을 판단하기에는 충분했다.

페라리FF는 말 그래도 강인하면서도 안락함을 겸비한 차였다. 물론 스포츠카의 특징이 더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기존의 페라리와는 달리 대중에게 한 발더 가까이 와 있는 느낌이었다. 한 가지 확실한 점은 페라리FF가 스포츠카는 속도를 위해 안락함과 편안함을 등안시 해도 된다는 통념을 깬 차라는 점이다.   

페라리FF의 4억6000만원이라는 가격이 큰 부담이지만 그 만큼의 가치를 가진 차라는 점은 확실했다. 주체할 수 없는 엔진의 힘을 상황에 따라 달래기도 하고 폭발시키기도 하는 페라리FF의 여운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 같다.
박병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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