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인승 4륜구동. 일반 자동차 오너들에게는 그렇게 익숙한 차량의 모습이 아니다. 고성능 스포츠카의 대명사인 페라리에서 이런 차량이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페라리FF는 람보르기니와 같이 4륜구동을 처음 적용한 고성능 스포츠카라는 점에서 페라리의 기념비적인 의미가 있다. 하지만 더 큰 의미는 속도라는 본능적인 부분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던 기존 모델과는 달리 편의성과 안락함이라는 감성적인 부분이 부각시켰다는 점이다.
기어 노브 대신 ‘후진(R)’, ‘자동(Auto)’, ‘런치컨트롤(RS)’ 버튼으로 구성된 센터콘솔은 다소 어색했지만 큰 문제는 되지 않았다. ‘자동’버튼을 누르고 스티어링 휠에 있는 스타트 버튼을 누르자 660마력, 최대토크 70㎏·m, 8000rpm을 자랑하는 6262cc 직분사 V12 엔진이 우렁찬 굉음을 뿜어냈다.
코너링을 테스트하기 위해 찾은 남산순환도로와 북악스카이웨이에서는 4륜구동의 장점과 페라이 특유의 핸들링 기술이 빛을 냈다. 차체를 안정적으로 유지시키며 급커브 구간을 부드럽고 빠르게 빠져 나가는 모습에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페라리의 DNA인 속도를 느껴 보기 위해 들어선 내부순환도로와 강변북로에서의 페라리FF는 말 그래로 거침 없는 야생마였다. 스티어링 휠에 있는 운전모드를 '스포츠 모드'로 전환하자 페라리가 갖고 있는 ‘속도’ DNA를 여과 없이 뿜어냈다.
페라리FF의 계기판 중앙에는 속도계가 아닌 RPM 게이지가 자리 잡고 있다는 점에서 페라리의 달리기 DNA를 엿볼 수 있었다. 중앙 RPM게이지 오른쪽에 자리 잡고 있는 속도계는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 다는 단점이 있었지만 660마리 말의 힘을 느끼는 데에는 전혀 문제 될 것이 없었다.
페라리FF는 말 그래도 강인하면서도 안락함을 겸비한 차였다. 물론 스포츠카의 특징이 더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기존의 페라리와는 달리 대중에게 한 발더 가까이 와 있는 느낌이었다. 한 가지 확실한 점은 페라리FF가 스포츠카는 속도를 위해 안락함과 편안함을 등안시 해도 된다는 통념을 깬 차라는 점이다.
페라리FF의 4억6000만원이라는 가격이 큰 부담이지만 그 만큼의 가치를 가진 차라는 점은 확실했다. 주체할 수 없는 엔진의 힘을 상황에 따라 달래기도 하고 폭발시키기도 하는 페라리FF의 여운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