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은 검찰불신의 산물, 헌정사에 없어지길”
아시아투데이 이정필 기자 = “대통령이라도 범죄를 저지르면 검사와 판사 앞에서 수사와 재판을 받아야 한다.”
초등학생 시절, 경찰이었던 아버지의 이 한마디가 인생의 방향타가 됐다는 최진녕 대한변호사협회 대변인(41·사진)은 서강대학교 법대에 들어가 군 제대 후 사법시험 공부를 시작했다.
당시 서강대 법학과는 졸업생조차 없던 신생 학과였고, 사시에 대한 노하우가 전혀 없었던 그는 몇 년간 1차 시험에서 고배를 마셨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고 한다.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사시합격을 못하던 차에 법원 행정고등고시에 합격해 광주지방법원에서 법원사무관으로 잠시 근무한 최 대변인은 2001년 사법시험에 붙었고, 연수원 수료와 동시에 현재 근무하고 있는 법무법인 로고스에서 법조인으로서의 첫발을 내디뎠다.
이런 이력을 가진 그는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출신 등 젊은 변호사들에 대한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특별검사제도가 가지는 문제와 한계점도 지적했다.
다음은 최 대변인과의 일문일답
- 법률전문 소셜미디어 리걸인사이트에 독도를 위한 변론이나 삼성 대 애플의 판결 등 적극적인 기고를 하고 있는데.
“올해 들어 대한변협 대변인 일을 맡았다. 공보 업무상 사회 현안에 더 깊은 관심을 가지게 됐고, 협회 신문 ‘쓴소리 바른소리’ 코너의 칼럼도 정기적으로 쓰고 있다. 그동안 사회적 이슈가 된 대기업의 공정거래위원회 조사방해행위, 중국 공안의 인권운동가 김영환씨에 대한 고문 문제, 독도에 대한 일본의 부당한 공세에 대한 비판 등 현안에 대한 글들을 써왔다. 지적재산권 업무도 하다 보니 업계 초미의 관심사인 삼성 대 애플의 재판에 관한 글도 리걸인사이트에 올리게 됐다. ‘삼성 대 애플, 세기의 재판’이라는 글을 올리고 난 뒤에는 미국의 로스쿨에서 공부하고 있는 한국 유학생으로부터 이메일을 받기도 했다. 가끔 언론기관의 글 요청을 받는데 시간이 허락하는 대로 사회현안에 대한 기고도 해 볼 생각이다.”
- 소셜IT수다에 애정남으로 출연하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관련된 모든 답은 법에서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140자로 제한이 있는 트위터 글에도 저작권이 인정되는지가 논란이다. 트위터가 140자만 허용되므로 완결성 있는 컨텐츠를 담기 어렵다는 점에서 게시글의 저작물성을 부정하는 견해가 있지만 개인적인 의견은 다르다.
트위터 게시물은 대부분 어문 저작물 또는 사진저작물로서 현행 저작권법 제4조 제1항에 열거하고 있는 저작물에 해당한다고 본다. 게시물이 인간의 사상이나 감정을 표현한 것이고 그 게시물에 저작자의 개성이 표현되어 있으면 저작물의 성립요건을 충족하기 때문이다. 물론 지나치게 짧아서 사상이나 감정이 표현되어 있지 않는 경우는 제외해야 한다.
SNS 사용자가 타인의 사진이나 신문기사를 그대로 퍼가는 것이 과연 저작권 침해에 해당하는지도 문제다. 트위터의 리트윗(RT)이나 사진을 가져오는 것의 저작권법적 의미는 바로 ‘인용’이다. 리트윗과 같은 인용이 저작권자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 것으로 평가되기 위해서는 저작권법 28조에 규정한 일정한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트위터나 페이스북에 올라온 사진을 무단으로 퍼가서 내 트위터와 페이스북에 올릴 경우, 피인용저작물의 분량이 지나치게 많아 원저작물의 시장 수요를 대체하게 되고 결과적으로 피인용 작품이 감상용으로 이용되는 점에 비추어 저작권 침해행위로 평가될 가능성이 높다. 반면 타인의 웹사이트에 게재된 이미지나 사진을 조그만 크기(thumbnail)로 축소해서 연결목적으로 이용하고 있는 경우, 그러한 인용이 영리를 목적으로 한 것이 아니라 인터넷상의 연결을 목적으로 한 것이고 이로 인해 당해 이미지나 사진의 저작권보유자는 경제적 손실을 받은 바 없으며 오히려 보다 많은 방문자를 얻는 이익을 보게 되기 때문에 저작권침해라고 볼 수 없을 것이다.”
- 대법관 공백사태 당시 변협이 소송에 나서고 투표마감을 오후 6시로 제한한 공직선거법 155조 1항이 위헌이라며 민변이 헌법소원을 내는 등 과거와 달리 사회적 문제에 대한 변호사들의 움직임이 활발하다.
“변호사법 1조에 ‘변호사는 기본적 인권을 옹호하고 사회정의를 실현함을 사명으로 한다’고 규정돼 있다. 현대사에서 정치권력과 경제권력 등 각종 권력집단에 의해 국민의 기본권이 침해될 때마다 변호사들은 이러한 사명에 근거해 분연히 일어나 적극적인 사회참여활동을 벌여왔다. 이번 국회 개원 관련 변협의 활동이나 민변의 선거권 실질화를 위한 헌법소원 제기 활동도 그 연장선상에 있는 것이다. 차갑게 얼어붙은 법률시장 속에서 법조인의 사회적 지위도 예전 같지 않다. 그럴수록 변호사는 보다 적극적인 공익활동으로 자신의 존재감을 키워나가야 한다.”
- 오는 2017년이면 현행 사법시험제도가 폐지되는데.
“사시가 없어지면 사법연수원도 존재의 기반을 잃게 될 것이다. 일선 변호사 입장에서 연수원이 폐지되거나 기능이 약화되는 점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 연수원의 기능 중 매우 중요한 부분이 연구 및 출판 기능이다. 연수원 교재는 실무가들의 나침반이다. 실제 많은 법조인들이 매년 연수원에서 출간하는 교재를 정기적으로 구입해 실무에 활용하고 있다. 어떤 출판사도 연수원같이 매년 개정된 법률과 판례를 반영한 다양한 법률 분야의 서적을 출간하지 못한다. 사법시험이 폐지된다 하더라도 연수원은 법원·검찰·변호사·로스쿨 교수 등이 모인 법조계의 싱크탱크이자 최고의 연구기관으로 존속하기를 바란다. 아울러 그분들의 연구결과를 집결한 연수원 교재를 계속적으로 출간해 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 내곡동사저의혹 특검 등 대형 사건에 대한 검찰의 부실한 수사결과 발표 이후마다 특검이 이어지고 있다.
“특별검사제도는 검찰 수사 자체의 공정성을 기대할 수 없거나 수사가 공정하게 이뤄졌다고 볼 수 없을 때 도입하는 제도지만 태생적 한계를 지닌다. 수사전문가가 아닌 이들을 모아 급조한 것일 뿐 아니라 수사기간도 매우 제한돼 있기 때문이다. 헌정사상 10번이나 있었던 특검이 대부분 소리만 요란하다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것이 이를 증명한다. 사실 특검은 검찰 불신의 산물이다. 더 이상의 특검이 헌정사에 나타나지 않도록 검찰은 뼈를 깎는 노력을 통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그것만이 정치검찰이라는 불명예를 떨치는 길이다.”
- 법률시장이 개방되고 로스쿨 출신 법조인이 배출되는 과정에서 업계가 위기인데 국내 변호사들이 살아남기 위한 생존방법을 제시한다면.
“대형로펌과 개인변호사들이 서로 다른 생존전략을 가지고 대응해야 한다. 로펌의 경우 독자생존, 해외로펌과의 제휴, 전문화, 송무분야 강화, 해외진출 등으로 맞서야 할 것이다. 사실 국내 일부 대형로펌들은 이미 법률시장 개방을 예측하고 지속적인 대형화·전문화·국제화 등을 통해 영·미계 로펌들이 국내에 진출해도 선전할 수 있을 만큼의 경쟁력을 갖춘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 하더라도 벌써부터 일부 로펌 변호사들이 해외로펌으로 자리를 옮기는 등 인재유출 기미가 보이는 점 등에 비춰 더욱 자체역량 강화에 주력해야 할 것이다. 개인변호사들이나 중소로펌의 경우 자신만의 전문분야를 강화하는 등 특화 내지 전문화를 통해 생존능력을 길러야 한다는 판단이다.
단기적으로 해외로펌들의 업무분야가 대기업 자문 내지 국제 중재 업무 등에 국한됨으로써 송무 위주의 개인변호사 활동분야와 겹치는 부분이 적다. 하지만 2017년에 있을 3단계 개방 시점에 이르면 이들이 국내변호사를 고용해 송무 시장까지 진출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개인변호사들도 최대한 자신의 주특기 분야의 역량을 강화해 자신만의 블루오션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그럴 경우 스스로 개척한 분야의 전문가로 인정될 수 있고 부수적으로 해외로펌에 스카우트되는 기회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다양한 배경을 가진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은 도전의식을 갖고 국제기구의 자리를 노려보는 전략도 필요하다. 송상현 국제형사재판소(ICC) 소장은 최근 한 인터뷰에서 “법률시장 개방은 한국 법조인들에게 새로운 기회가 될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기존 법조인들의 도전정신이 부족한 게 아쉽다. 앞으로 ICC 뿐 아니라 다양한 국제사법기구에서 인턴 등 경험을 쌓으며 견문을 넓히는 게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특히 젊은 법조인들이 더 큰 국제무대에 자꾸 도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신규 변호사들의 경우 해외로 취업의 눈을 돌려보는 것도 좋은 전략이 될 것이다. 대한변협도 법률시장 개방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국내 법률 소비자의 권익 보호를 위해 외국법자문사 불만신고센터를 개설하고 국내 변호사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변협연수원에 다양한 외국어 강좌를 개설해 운영하고 있으며, 국제연합(UN)·세계무역기구(WTO)·국제사법재판소 등 각종 국제기구의 변호사 채용정보를 수시로 파악해 국내 변호사들에게 제공하는 등 다방면의 노력을 하고 있다. 젊은 변호사들은 이런 기회를 잘 이용해 자신 만의 커리어를 만들어 가야 할 것이다.”
- 변협 대변인과 변호사로서의 비전은.
“정당 대변인이 정치 일선의 최전방에 서있는 전사라고 한다면 변협 대변인은 협회장의 입이자 법률시장 개방과 타전문직과의 직역 경쟁의 최전선에서 개업변호사 1만2000여명의 총의를 모아 변협과 변호사들의 권익을 대변하고, 변호사의 사회적 책임까지 세상에 외쳐야 하는 장수라고 생각한다.
미국의 조지 W 부시대통령의 대변인 애리 플라이셔는 자신의 경험을 담은 ‘대변인’이라는 책에서 “대통령과 대통령의 정책에 믿음이 없는 사람은 그 누구도 백악관 언론 비서관이 될 수 없다. 그 믿음이야말로 어떠한 어려운 질문이 나와도 대통령의 메시지를 되풀이해 전달하면서 브리핑 룸의 연단을 지킬 수 있도록 해주는 힘”이라고 썼다. 나 또한 플라이셔 백악관 대변인처럼 협회장과 협회정책에 대한 강력한 믿음을 갖고 주어진 중차대한 변협 대변인의 역할을 감당해 나가고자 한다. 그것이 대변인으로서의 사명이다.
변호사로서는 대한민국 대표 IT전문 변호사, 건설부동산 전문 변호사, 그리고 글쓰기를 통해 세상을 바꾸는 법조인을 지향한다. IT분야는 여전히 새로운 법률적 주제와 사건이 살아 넘실대는 이른바 블루오션 영역이다. 눈을 씻고 봐도 아직까지 이 부분에 대한 진정한 전문가들을 찾아보기 어렵다. 내가 여전히 이 부분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이유다. 지적재산권 분야가 이상이라면 건설부동산 부분은 발을 딛고 있는 땅이다. 로고스는 변호사 수를 기준으로 현재 로펌순위 8위의 미드사이즈 펌이다. 그러다보니 건설부동산 사건 의뢰인도 절반은 대기업 건설회사고 나머지 반은 일반 의뢰인들이다. 이는 매우 큰 장점으로 작용한다. 건설회사와 수분양자, 재건축 조합과 비대위, 그리고 신탁회사와 수탁회사의 업무를 모두 경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다각적 측면의 법률자문과 송무를 통해 건설부동산의 전문성을 키워가고, 이로써 자신과 소속한 회사의 발전과 성장에 크게 기여해 가기를 소망한다. 나아가 처리하는 업무 영역에서 키워낸 전문성을 바탕으로 판례평석과 논문도 써갈 계획이고 사회적 이슈에 대한 개인적인 의견도 다양한 매체를 통해 발표하는 비전을 품고 있다.”
- 가족과 취미 등 개인적인 부분을 얘기한다면.
“체질상 술을 못하지만 집에만 들어가면 취해버린다. 이제 초등학교 2학년인 아들과 1학년인 딸, 유치원생인 막내딸이 있기 때문이다. 주위에서는 세 자녀가 부의 상징이라고 하는데 사실 나는 가진 것이라고는 가족밖에 없는 사람이다. 경상도 출신이고 아내는 광주 사람이라 이번 추석에도 어김없이 1000km 전국 일주를 한 게 기억난다.
로펌 생활이 바쁘고 고달프지만 출퇴근 시간과 짬을 이용해 베스트셀러 책들은 가급적 다 읽어 보려고 노력한다. 주말에 시간이 날 때면 가끔 동료들과 야구나 골프 등 야외 운동도 즐긴다. 골프 핸디는 대략 80대 중후반이고 시카고에서 유학하는 동안 한인 골프대회에 나갔다가 얼떨결에 ‘이글’을 한 것이 유일한 자랑거리다. 싱글을 기록하면 바로 골프는 접고 철인삼종경기(Triathlon)에 도전해볼 계획이다.“
◆ He is...
1971 대구 출생
1990 대구 청구고 졸업
1997 서강대 법학과 졸업
1998 16회 법원행정고등고시 합격
2000 광주지법 법원사무관
2001 43회 사법시험 합격
2004 사법연수원 33기 수료, 법무법인 로고스 입사
2010 헌법재판소 국선대리인
2011 대법원 양형위원회 전문위원
2012 대한변호사협회 대변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