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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면성 지닌 천재 작곡가 모차르트의 오페라 ‘마술피리’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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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혜원 기자

승인 : 2012. 08. 22. 08:59

[손수연의 오페라산책](12)
   
모차르트의 오페라 ‘마술피리’는 일견 아주 환상적이고 흥미로운 요소를 가진 동화와 같은 작품이다. 아름답고 화려한 음악에다 개성 넘치고 매력 있는 등장인물들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는 오페라를 가볍고 쉽게 손질해 ‘어린이를 위한 오페라 마술피리’와 같은 형식으로 종종 공연되곤 한다.

오페라의 기본 줄거리는 단순하다. 타미노라는 이름의 왕자가 마법사 자라스트로에게 잡혀간 밤의 여왕의 딸 파미나를 구하고 사랑을 이루게 되는 모험담으로, 시간이나 공간적 배경 모두 중세 이전의 먼 옛날 이집트와 예루살렘 지역에서 일어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고귀한 신분의 왕자 타미노가 밤의 여왕의 부탁으로 파파게노라는 새잡이를 시종 삼아 그녀의 딸 파미나를 구하러 길을 떠난다. 여왕은 그에게 무기로 ‘마술피리’를, 파파게노에게는 ‘철금(鐵琴)’을 마법의 무기로 주는데, 이 마술피리는 오페라의 상징적인 존재가 된다. 한편 마법사 자라스트로에 잡혀 있던 파미나는 왕자와 만나 사랑에 빠지지만 두 사람은 침묵과 물과 불의 시련을 겪게 된다. 이 난관을 모두 극복한 두 사람은 사랑을 완성하고, 밤의 여왕에게서 파미나를 데려간 자라스트로의 행동이 사실은 사악한 밤의 여왕에게서 파미나를 보호하기 위해서였음이 밝혀진다. 밤의 여왕의 세계는 무너지고 밝은 태양의 세계에서 타미노와 파미나, 두 사람을 둘러싼 승리와 축복의 합창이 울려 퍼진다.

작품의 내용이 이국적이고 상상력을 자극하는데다 용기, 사랑, 신뢰라는 세 가지 미덕을 중요시하는 교훈적 내용이 어린이를 위해 공연하기 적당하다고 여겨질 수도 있다. 그러나 사실 오페라 ‘마술피리’는 관객을 압도하는 철학적 주제가 담겨 있는 심오한 작품이다. 모차르트는 오페라 속 곳곳에 수많은 상징을 감춰 두었다.

모차르트가 은유적으로 표현하고자 한 상징은 과연 무엇일까? 그가 오페라 ‘마술피리’를 작곡한 당시 유럽은 프랑스혁명이 발생한 직후로, 자유와 평등 같은 시민사회의 개념이 싹트기 시작했다. 어린 시절부터 유럽 곳곳에서 연주를 하며 귀족사회의 부조리와 불평등을 몸소 체험한 모차르트는 왕정과 귀족이 지배하는 봉건사회가 가고 계몽주의에 입각한 시민중심의 사회가 도래하기를 열망하고 있었다.

모차르트가 평생 음악과 공연 이외의 다른 일에 몰두한 적은 없고 혁명에 정열적으로 참여하지는 않았지만 귀족사회를 통렬하게 풍자하는 작품이 많은 그의 오페라는 이런 성향을 말해주는 것이라 하겠다. 

예술의전당 오페라 ‘마술피리’

‘프리메이슨’(Freemasons)은 18세기 초 영국에서 석공(石工)들의 길드로 시작되어 전 유럽으로 퍼져나간 비밀결사조직이다. 모차르트 시대에는 이 프리메이슨이 귀족과 지식인 등 엘리트 계급으로 확산되어 거대한 비밀결사조직이 되었다. 이 단체는 계몽주의 사상을 바탕으로 자유와 평등, 공정, 박애를 이상으로 하는 사회를 지향했다. 프리메이슨 회원들 간에는 고대 이집트의 의식과 마찬가지로 독특하고 신비스런 의식을 수행하고 이것들을 철저히 비밀에 부쳤는데 이것이 이 단체에 대한 박해와 적대감을 부채질했다.

프리메이슨은 종교가 아니었지만 종교단체와 유사한 성격을 지녔고 그들이 추구하는 이상과 신념이 당시 유럽을 요동치게 했던 혁명과 신생국 미국의 탄생이념과 밀접한 관계가 있어 유럽의 전제군주와 교회를 불안하게 했던 것이다. 모차르트는 이 프리메이슨의 회원이었고 이 작품의 대본을 맡은 쉬카네더도 마찬가지였다.

모차르트와 쉬카네더는 오페라 속에서 프리메이슨의 비밀스런 의식과 상징을 한껏 보여주었다. 프리메이슨은 ‘3’이라는 숫자를 매우 중요시하는데 작품 속에는 서곡에서 나타나는 3화음의 3중 복주에서부터 등장인물인 밤의 여왕인 세 명의 시녀, 세 명의 시동, 주인공 남녀가 겪도록 마련된 세 번의 시련, 악곡의 E플랫 장조의 내림표 세 개 등 숫자 3으로 드러나는 상징이 무수히 많다.  

마법사 자라스트로가 2막에서 승려들과 함께 부르는 장엄한 베이스 아리아 ‘오! 이시스와 오시리스신이여!’는 프리메이슨이 이상으로 추구하던 고대 이집트의 죽음과 인간사를 관장하는 신 오시리스에게 기도를 올리는 곡이다. 오시리스는 신비한 의식을 올릴 때 자신이 만든 피리를 사용하며 피리와 노래만으로 나라를 다스렸다고 한다. 이것은 마술피리를 지니고 모험을 하는 타미노의 여정과 흡사하다.

자라스트로의 사원에는 지혜, 본성, 이성으로 들어가는 세 개의 문이 있고 타미노는 거기서 시련을 극복하고 수행을 한다. 이것은 프리메이슨과 모차르트가 추구했던 근대 계몽주의와 합리주의를 의미하는 듯하다. 이 작품이 초연 당시 큰 화제가 되었던 이유 중 하나도 논란이 되었던 프리메이슨의 비밀의식과 상징을 오페라를 통해 공개했기 때문이었는데 이것이 깊은 뜻이 있어서였는지, 단지 흥행을 노린 수단으로 사용 되었는지에 대해 모차르트가 묵묵부답이었기 때문에 진실을 알 수는 없다.

오페라 ‘마술피리’를 말할 때 가장 많이 언급되는 것은 밤의 여왕의 아리아다. 밤의 여왕은 작품 안에서 두 번의 절대기교의 아리아를 부르는데 처음과 두 번째 곡의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타미노에게 딸을 찾아 달라며 부르는 처음의 아리아가 고난도의 기교 속에서도 딸을 잃은 어머니의 비탄과 애끓는 모정이 절절히 전해지며 자애로운 여왕의 위엄을 느낄 수 있는 곡이라면, 2막에서 본색을 드러내며 딸에게 자라스트로를 죽이라고 명령하며 부르는 분노의 아리아 ‘지옥의 복수가 나를 불타오르게 하네’는 초절정 드라마틱 콜로라투라의 기교를 완벽하게 보여주는 곡이다. 

우리에게 소프라노 조수미가 많이 불러서 유명해진 곡이기도 한 이 곡은 복수심에 불타는 여왕의 격분과 저주가 화려하고 빠른 스케일로 생생하게 표현된, 오페라 역사에 빛나는 명곡이다. 이 아리아는 단지 기교나 고음을 잘 낼뿐 아니라 여왕의 카리스마와 분노를 격정적으로 잘 표현해 내야 하기 때문에 가벼운 콜로라투라가 아니라 힘 있는 드라마틱 콜로라투라가 요구되는 불꽃같은 곡이라 이 곡을 소화해내는 가수를 찾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이다.

이밖에도 독일 민속악극의 전형적인 캐릭터인 우스꽝스런 새잡이 파파게노와 그의 애인 파파게나의 익살스런 에피소드 등 모차르트는 이 오페라를 징슈필로 썼지만 모차르트 오페라의 모든 스타일을 쏟아 부었다. 이탈리아 희극오페라의 코믹한 요소, 정극오페라의 우아하고 품위 있는 음악, 징슈필 장르의 소박하고 민속적인 전통 등 이 작품은 마치 오페라의 종합선물세트 같은 느낌이다.

이토록 다채롭고 위대한 선물을 마지막으로 남기고 모차르트는 우리 곁을 떠났다. 오페라 ‘마술피리’ 초연공연은 100일 이상 지속된 대성공이었지만 그는 초연 2개월째부터는 병상에 누워 무대를 그리워해야 했다.

소설 ‘다빈치코드’처럼 이 작품 안에 남긴 모차르트의 코드를 찾아내고 각자의 방식으로 해석하느라 후대사람들은 오늘도 분주하다. 하지만 모차르트가 숨겨둔 코드를 해독하지 못한다 할지라도 우리는 오페라 ‘마술피리’의 환상적인 무대와 아름다운 음악 안에서 얼마든지 행복하다. 모차르트가 바라던 것도 음악을 통해 서로가 사랑하고 용서하며 하나가 되는 것이었을 테니까 말이다.

/손수연 오페라 평론가(yonu44@naver.com)

전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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