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진 기자]'한국형 헤지펀드' 가시화로 증권사들의 대형화 바람이 거세질 전망이다.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 16일 자본시장법 시행령 입법예고를 통해 '한국형 헤지펀드' 도입을 확정했다.
특히 헤지펀드에 증권 대여, 자금지원, 헤지펀드 재산의 보관관리 등 종합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프라임 브로커(전담 중개업자)는 일정한 자기자본을 충족하는 증권회사만 허용할 예정이다.
이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현재 국내 대형 증권사들의 자기자본이 2조원 후반대임을 감안하면 3조원 전후 수준에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만약 이 기준대로 확정된다면 아직까지 이 기준을 충족하는 국내 증권사는 없다.
대우증권은 2조8632억원으로 가장 많은 자기자본을 가지고 있으며, 그 다음이 삼성증권(2조7986억원), 현대증권(2조6893억원), 우리투자증권(2조6286억원), 한국투자증권(2조4204억원) 순이다.
헤지펀드의 레버리지(차입)를 위한 프라임 브로커의 자금공급을 위해서는 자기자본이 커야한다. 이 때문에 자기자본이 최소 2조원은 넘어야 프라임브로커 업무를 제대로 할 것이란 게 업계 관측이다.
올해 3월 말 기준으로 자기자본이 2조원 이상 증권사는 대우증권, 삼성증권, 현대증권, 우리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등 5곳에 불과하다.
따라서 업계에서는 또 다시 여의도에 증권사들의 인수합병(M&A) 바람이 몰아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지난 16일 금융위 발표가 있었던 그 다음날 증권가에서는 대신증권 M&A설이 메신저를 통해 급속히 퍼졌다.
내용은 포스코가 퇴직연금을 도입해야 하는데 그룹 규모가 크다보니 증권사를 인수해 직접 운영하려고 한다는 내용이었다.
이 메신저는 대신증권 내부 분위기도 상세히 전하고 있었고 경영진들도 '몸값'만 잘 쳐준다면 팔 생각이 있다고 전했다.
이 영향 때문인지 이날 대신증권 주가는 모건스탠리가 30여만주 순매수해 전일대비 5.02% 급등 마감했다. 거래량도 전일 대비 6배 넘는 85만주에 달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포스코의 대신증권 인수설은 신뢰가 떨어지지만, 헤지펀드를 하기 위한 증권사 M&A는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지난 1분기 대신증권 자기자본은 1조7081억원 규모다. 지난 4월 PBS팀을 꾸려 프라임 브로커 업무를 준비해 왔던 대신증권으로서는 자칫 자기자본이 부족해 프라임 브로커 업무를 못할 수도 있게 된 상황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포스코의 대신증권 인수설은 그 진위보다 헤지펀드 도입을 앞두고 증권사들의 대형화 추세의 시발점이라고 보는 편이 더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대신증권은 오너 지분이 낮고 금융지주사도 아니기 때문에 성장성에 한계가 있다"며 "더군다나 프라임 브로커 업무까지 못할 상황이 생긴다면 현재의 규모면에서 충분히 매력적인 M&A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SK증권 역시 이달 초 증권사 M&A설이 돌면서 주가가 요동을 쳤다.
향후 정부정책 방향이 중소형 증권사의 M&A를 유도하는 방향으로 갈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는 것이 이유였다.
안정균 SK증권 연구원은 "현재 프라임 브로커를 할 수 있는 기준을 갖춘 증권사는 없지만 최소 1조원 이상 자본금 규모를 지닌 증권사에게 자격을 부여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후 자본 확충을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안 연구원은 "이 규모를 충족시키기 위해 종국에는 증권사간의 M&A 가 활성화될 것이며 따라서 헤지펀드 부문에서도 대형증권사의 시장 선점이 유리하기 때문에 대형증권사가 수혜를 받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